“美 일자리·실업률 동반상승 상충”···“서머스, 스킵땐 7월 0.5%p 열어놔야”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욕=김영필 특파원 2023. 6. 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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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의 한 상점에 걸려 있는 구인공고.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리스크가 사라지고 고용은 강한 대신 6월 금리인상을 건너 뛰는 ‘스킵(skip)’ 전망이 유지되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07%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5%, 2.12% 뛰었는데요.

이날 나온 5월 미국 고용은 예상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30만을 넘는 수치에 월가도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견고한 고용에 한때 연 3.70% 선까지 치솟았습니다. 고용이 강하니 침체 우려가 없겠다는 생각도 퍼졌는데요.

반대로 실업률이 올라가고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이 예상 수준이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것 자체도 해석이 복잡한 부분이 있지요. 오늘은 고용보고서와 금리,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고용 많이 늘었는데 실업도 증가 실업률 2020년 4월 이후 최대 상승”···“제퍼슨 발언에 임금 상승 예상 수준 등 겹쳐 스킵 전망 유지”

우선 오늘 나온 5월 고용보고서부터 보죠. 이날 나온 5월 비농업 일자리 수 증가폭이 33만9000개에 달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 전망치 19만5000개와 다우존스 19만 개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4월 수치도 기존의 25만3000개에서 29만4000개로 상향 조정됐는데요.

33만9000개의 일자리 증가는 1월(47만2000개) 이후 최고치입니다. 20만 대를 유지하던 수치도 다시 30만 대로 올라섰는데요. 비농업 일자리를 최근 3개월 평균으로 보면 3월 31만2000개에서 4월 25만3000개로 줄었다가 이번에 다시 28만3000개로 늘었습니다. 30만 대의 일자리에 시장도 놀랐는지 고용보고서가 나온 직후 70%대이던 6월 금리동결 전망이 순식간에 59.2%까지 떨어지기도 했죠.

부문별로 보면 5월에 서비스에서 25만7000개가 늘어 전체 증가분의 약 75.8%를 차지했는데요. 교육과 헬스 서비스에서 9만70000개 불어났고 레저와 접객에서도 4만8000개가 증가했죠. 건설도 4월 1만3000개보다 2배 가까이 많은 2만5000개가 늘었는데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실업률이 크게 올랐는데요. 이날 나온 5월 실업률은 3.7%로 시장 전망(3.5%)을 웃돌았을 뿐만 아니라 4월(3.4%)에 비해 한 달 새 0.3%포인트(p)나 급등했습니다. 이 오름폭은 코로나19 락다운 때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데요. 3.7%라는 실업률 자체도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죠.

이런 상황에서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이 예상치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전월 대비 0.3%, 전년비 4.3%였는데요. 여전히 높긴 하지만 월가 전망 0.3%, 4.4%와 같거나 약간 낮았죠. 주간 평균 근무시간이 4월 34.4시간에서 5월 34.3시간으로 줄어든 것도 좋지 않은 신호이긴 한데요. 고용이 줄기 전에 근무시간부터 감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월 고용보고서 주요 내용.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실업률은 가계조사에서 나오고 비농업 일자리는 기업조사에서 나오는데 수치가 상충됐다”며 “이 때문에 고용보고서 자료는 혼조세이며 시간당 평균임금도 나쁘지 않았기에 금리 스킵 전망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요.

실제 이날 오후1시46분 현재 CME 페드워치의 6월 금리동결 확률이 70.7%로 회복됐습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연준 부의장으로 내정된 필립 제퍼슨 이사가 스킵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강한 고용지표가 나와도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전해드렸는데요. 이 부분도 크게 한몫했죠.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5월 고용 보고서는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아니라 7월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며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 어렵게 만든다”고 평가했는데요.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엘렌 젠트너는 한 발 더 나갑니다. 그는 “5월 고용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던 것은 맞지만 연준은 실업률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며 “연준에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을 많이 해 한번 인상을 중단하면 다시 올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금리 재인상의 허들이 높은 것은 맞지만 전반적인 경제 데이터를 보면 계속 가만히 있는 게 더 쉽지는 않아 보이긴 하죠.

그런데,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는 데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경제활동참가율은 62.6%로 변화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나씩 보죠. 기본적으로 고용보고서상 비농업 일자리 증가는 기업조사(Establishment Survey), 실업률은 가계조사(Household Survey)에서 나옵니다. 출처가 다릅니다. 기업조사에서 나오는 대표 수치가 비농업 일자리 증가, 가계에서는 실업률인데요.

5월 노동력이 13만 명 증가했는데, 가계조사상 5월 실업자 수가 전달에 비해 44만 명 증가, 고용자 수는 31만 명 감소했습니다. 반면 기업과 기관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비농업 일자리는 5월에 33만9000개 늘었는데요. 정반대입니다.

“가계조사에 포함돼 있는 개인사업자 비농업 일자리엔 빠져”···“엘 에리언, 6월에 금리 올려야” 비판도 여전

왜 그럴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가계조사에는 자영업이나 가사도우미 같은 개인 근로자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기업조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계조사에서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를 아예 빼버리면 고용자 수가 앞서 설명드린 -31만 명이 아니라 +39만4000명이 되는데요. 이렇게 보면 가계조사와 기업조사의 흐름이 대략 들어맞습니다.

가계조사가 대상이 더 다양할 수도 있지만 가계조사는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표본(약 6만 개)이 기업(약 13만1000개)보다 작다는 게 단점입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나중에 수치 보정을 할 때 어느 쪽이 더 노동시장의 흐름을 잘 반영할 거냐는 게 문제”라며 “올 들어서는 기업조사 쪽 자료가 노동시장의 흐름을 선도했고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는데요.

이는 쉽게 말해 엇갈리는 신호 속에서도 노동시장이 강한 것 아니겠느냐는 뜻입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를 보면 노동시장이 실제보다 더 약하다”며 가계조사 쪽에 무게를 뒀지만,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과 가계조사의 차이가 평소보다 크지만 핵심을 보면 강한 고용 보고서이며 현재 경제는 침체 근처에도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6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고 건너 뛴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계속 말씀드리듯 강한 지표는 7월 이후 금리를 얼마나 올릴 것이냐에 대한 논쟁을 키웁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한 노동 보고서는 연준이 생각보다 금리를 더 높이 올릴 수 있게 한다”고 했는데요.

미국 실업률 추이. 세인트루이스 연은

이제는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뿐만 아니라 속도에 대한 얘기도 나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우리는 여전히 타이트하고 뜨거운 노동시장을 갖고 있다”며 “만약 경제가 계속해서 뜨겁고 인플레이션 수치가 견고하다면 6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7월에는 0.5%p의 인상 가능성에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연준이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충분히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내년 어느 시점에 경제가 꽤 둔화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연준이 스킵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사람들은 왜 연준이 이런 고용보고서와 앞으로 나올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앞두고 스킵을 향해 그렇게 강하게 밀고 나갈까 하고 머리를 긁적이게 될 것"이라며 “연준이 2% 인플레이션 타깃을 지킬 생각이 정말로 있다면, 지금 나오는 데이터를 고려할 때 금리를 인상해야만 한다. 또 다른 정책실수에 대한 위험이 꽤 높은 것 같아 두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질 중립금리가 내년까지 마이너스로 간다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의 생각과 은행발 신용긴축 우려, 과잉긴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피하고자 싶은 마음, 제조업은 지속적으로 수축 등이 뭉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포함한 지도부가 일단 스킵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데이터에 의존한다는 기준으로 보면 강한 자료가 나올수록 설득력이 부족해지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이날도 찰스 플로서 전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미 경제 방송 CNBC에 “나 같으면 또 한번 0.25%p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고 했고, 프레데릭 미쉬킨 전 연준 이사는 “연준은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증시 랠리, 침체 임박하지 않았다는 의미 vs 하반기 아직 조심해야”···“연준, 현지시간 3일부터 블랙아웃 돌입”

경기침체 논쟁은 당분간 없다는 쪽에 힘이 실렸는데요. 추가 금리 인상이 있더라도 지금 정도의 고용시장이면 이겨낼 수 있다는 거죠. 짐 레벤탈 세리티 파트너스의 수석 주식 전략가는 “고용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을 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신호”라고 봤는데요. 어떻게 보면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는 연착륙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추가 금리인상을 해도 된다는 의미가 되죠.

반면 엘 에리언은 연준이 제때 빨리 인플레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음으로써 향후 더 큰 대가(경기침체)를 치를 것을 우려했습니다.

시장 상황 보겠습니다. 퀸시 크로스비 LPL 파이낸셜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이날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이후 재무부의 국채발행이 대규모(약 1조 달러)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오늘의 전반적인 랠리는 시장이 계속 나오던 침체 가능성이 임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고 했는데요. CNBC는 “침체 우려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여행에 계속 돈을 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크 해켓 내이션와이드의 투자 리서치 부문장은 “투자자들은 지난 3년 동안 연준과 인플레이션, 고용 지표에 붙잡혀 시간을 보냈지만 최근의 인상적인 주식 상승은 소매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봤습니다. WSJ은 “한동안 미국 경제에 좋은 소식이 주식 시장에는 나쁜 소식이었다”며 “이런 상황은 이번 주에 뒤집힌 것 같다”고 전했는데요. 전부터 같은 얘기가 있었지만 이번 주에 더 확실해졌다는 말일 겁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트 전망치

골디락스가 되돌아왔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테리 산드벤 US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주식 전략가는 “소위 말하는 골디락스가 집으로 돌아왔다”며 “명백히 강세론자들 쪽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시작한다는 신호가 있으며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추정은 소프트랜딩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죠.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는 분석도 여전합니다. 로스 메이필드 배어드의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인플레이션 하락과 소비 회복력, 노동시장 강세, 예상보다 나은 어닝, 연준의 금리인상이 거의 다 됐다는 말을 좋아하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에 올 하반기 변동성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는데요. 침체 가능성이 아직 살아 있다는 말이죠.

어쨌든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 마지막 핵심 자료로 13일에 나올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이날 현재 블룸버그에서 △전월비 0.3%(4월 0.4%) △전년비 4.1%(4.9%) △근원 전월 0.4%(0.4%) △근원 전년 5.2%(5.5%) 등으로 나옵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트는 △전월비 0.19% △전년비 4.13% △근원 전월 0.45% △근원 전년 5.34%를 점치고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근원 예상치가 클리블랜드가 높고 헤드라인 전월은 되레 더 낮기도 합니다.

미국시간 3일부터는 연준 관계자들이 공식 발언을 할 수 없는 ‘블랙아웃’ 기간입니다. 연준 지도부가 어느 정도 밀어 부치고 있는 스킵이 최종적으로 맞는 선택일지, 아니면 6월 인상이 옳을지 두고 봐야 하는데요. 무엇이 맞을지 같이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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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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