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집회에 못 살겠다"… 뿔난 시민들
[편집자주]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들의 집회가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집단행동 과정에서 교통체증, 소음, 무단점거, 쓰레기 투기 등 각종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집회 단골 장소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일대 직장인들과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거리의 '떼법'(법치를 무시하고 생떼를 쓰며 시위 등의 단체 행동을 벌이는 행위)을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①"민폐집회에 못 살겠다"… 뿔난 시민들
②경제 볼모잡고 안전 위협하고… 노조 파업에 '한숨'
③노조에 칼 빼든 정부… '강대강' 대결 치닫나[/소박스]
"시위 때마다 소음 때문에 하루 종일 귀가 울려서 업무를 못하겠어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지만 이로 인해 고통받는 시민과 직장인들은 무슨 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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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늘면서 소음뿐 아니라 각종 불편 사항도 증가하고 있다. 허가받지 않은 장소가 무단 점거돼 공공질서와 안전이 저해된다. 지난 5월16일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맞서겠다고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일대에서 연 집회가 대표적이다. 이날 조합원 2만5000명은 1박2일 상경집회를 열었다. 허가한 받은 시간은 16일 오후 5시까지였지만 노조는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세종대로 일대를 점거하며 노숙 시위를 이어갔다.
노조는 허가되지 않은 장소에 별도로 준비한 대량의 매트, 포장비닐, 텐트 등을 설치하고 시민 통행로를 막았다. 일부 조합원들은 서울시 관계자들의 계도에도 음주와 흡연, 쓰레기 무단투기 등을 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에는 이와 관련된 민원 80여건이 신고됐다.
서울시는 결국 건설노조에 ▲서울광장 무단사용에 대한 변상금 9300만원 부과 및 형사고발 ▲청계광장 무단 사용에 대한 변상금 260만원 부과 및 형사고발 ▲집회 종료 후 세종대로를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도로법과 도로교통법을 근거로 형사고발 조치했다. 오세훈 시장은 "노조는 법 위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며 "불법에 대해선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자 삼각지역 일대 도로를 점거해 집회를 연 뒤 서울광장까지 행진하는 시위가 빈번해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강성 노조는 임금 인상률 확대 등을 요구는 과정에서 본사뿐 아니라 총수 자택 소재지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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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직장인 강모(36)씨는 "같은 근로자 입장에서 노조를 이해하려 하지만 매번 시위 때마다 차량이 통제되고 소음에 시달리는 등 불편을 겪다 보면 곱게 보이지 않는다"며 "명분이 좋고 중요한 목적이 있더라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노조도 집회 방법 등을 새롭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효자동 주민 박모(47)씨는 "주민들이 매일같이 평화로워야 할 일상생활을 침해받고 있다"며 "노조가 자신들의 권리 침해는 강력히 반발하면서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 문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40)씨는 "대규모 조합원을 수용할 장소가 필요하다면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종합운동장 등 시설을 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지 않냐"며 "대통령 집무실도 이전한 마당에 왜 꼭 특정 장소에서만 시위를 고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정은 집회·시위 관련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국민의힘은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확성기 사용 등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의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경찰 등의 면책을 강화하는 조항도 신설할 방침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과도한 집회·시위, 무방비 집회·시위 때문에 많은 민생이 고통 받고, 학교 수업권도 장해를 받고 있다"며 "집회·시위 권리를 모든 권리에 우선시 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되 다수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부분은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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