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선박용 프로펠러 3주 만에 ‘뚝딱’…울산 조선산업의 사이드킥은 ‘3D프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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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D) 프린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접하는 작은 프린터를 생각하기 쉽다.
전기불꽃과 와이어를 활용한 '아크열원 와이어 금속 3D 프린팅 설비'는 선박용 프로펠러를 만드는 제작 기간을 2개월에서 3주로 단축했다.
김동현 3D프린팅제조공정센터 센터장은 "3D 프린팅을 이용해 선박 부품을 만들더라도 인증을 받지 않으면 배에 실을 수 없다"며 "국내뿐 아니라 노르웨이의 DNV 선박 인증 등 국제 인증도 받아 해외 사업화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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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걸리는 부품 제작 기간 1~3주로 줄여
AI 플랫폼 구축해 대형 조선사와 협력사 가교역할도
3차원(D) 프린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접하는 작은 프린터를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3D 프린터 중에도 학습용이나 가정용 프린터는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프린터처럼 소형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선 사정이 다르다. 지난 5월 11일 오후 울산시에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제조공정센터를 찾았다. 3D프린팅 관련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 기업에 납품하는 다양한 부품을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여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소처럼 조용한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생각했지만,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금형이나 주물 관련 중소기업의 공장처럼 거대한 장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 센터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3D 프린팅 설비는 바인더젯(BJ)이다. 금속 분말을 결합할 수 있는 설비로 도면이 없는 단종된 부품까지 3D 스캔을 통해 자체적으로 설계도를 만들어 제작할 수 있다. 높이가 3.1m에 가로 길이는 4.9m에 달하는 바인더젯은 3D 프린터는 이날도 분주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어떤 부품을 만들고 있는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선박 부품 주형을 만들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선박 부품은 만드는 데 적어도 한달, 길면 두어달이 걸린다. 목형을 만들고 그 안에 모래를 채운 뒤 음각에 쇳물을 붓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3D 프린팅을 사용하면 2m급 선박 부품을 일주일 만에 만들 수 있다.
3D 프린팅은 기존의 공법보다 제조단가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전기불꽃과 와이어를 활용한 ‘아크열원 와이어 금속 3D 프린팅 설비’는 선박용 프로펠러를 만드는 제작 기간을 2개월에서 3주로 단축했다. 그러면서 제조단가는 20%, 소재 손실률은 80%까지 낮췄다. 내구성도 뛰어나 ‘선급인증’도 받았다.
김동현 3D프린팅제조공정센터 센터장은 “3D 프린팅을 이용해 선박 부품을 만들더라도 인증을 받지 않으면 배에 실을 수 없다”며 “국내뿐 아니라 노르웨이의 DNV 선박 인증 등 국제 인증도 받아 해외 사업화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곳 센터에서 만들어지는 선박 부품은 울산에 조선소가 있는 HD현대중공업이 사용한다. 조선 산업은 선박 제조 시 자재비가 원가의 70%를 차지한다. 특히 그동안 선박을 설계할 때 부품을 주문한 후 자재의 원가가 결정되는 등 자재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적자가 불가피했다. 심지어 제조 품질을 예측할 수 없어 조립 시 부품이 맞지 않은 불상사도 많았다.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울산 조선산업의 부흥을 돕고 있는 셈이다.
센터는 대형 조선사와 지역 협력사를 잇는 가교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센터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조선사의 재료 단가와 부품 제작 수요를 파악하고, 중소 협력사의 생산 능력과 부품 가격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대기업 조선사와 중소 협력사의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문제를 풀어준 것이다.
김 센터장은 “조선사의 부품 데이터는 기업 기밀이기 때문에 함부로 받을 수 없지만, 현대중공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해 조선사에서 부품이 필요하면 협력사에서 잘 대응할 수 있게 수요예측 플랫폼의 3D 프린팅 기술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제조업 현장에 3D 프린팅 활용이 늘어나는 건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그는 “인건비와 원자재가 비싼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력을 채우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며 “고도화되는 제조업에서 3D 프린팅은 생존이고, 기업들도 혁신을 위해 3D 프린팅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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