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반년', 성적표는? "전국 확대까지 6개월 남았다"[김용훈의 먹고사니즘]

입력 2023. 6.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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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와 세종시 도담동에 마련된 일회용컵 회수기를 이용하고 일회용컵 보증금제 운영현황을 살피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아시나요?

아직은 제주도와 세종시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서 체감하시는 분들이 적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2일부터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도인데, 소비자가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구매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포함해 구매하고, 다 마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매장 수 100개 이상인 커피전문점, 제과제빵점, 패스트푸드점 등을 대상으로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와 세종시에 해당하는 매장은 시행 당시 세종 173개, 제주 349개로 모두 522곳이었습니다. 여기에 다회용컵만 사용하는 130개 매장을 합치면 대상은 652개로 늘어납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했으니, 이제 딱 6개월이 지났네요.

시행 초기엔 “커피값 300원 올랐다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일회용컵을 돌려주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등 말들이 많았지만, 어쨌거나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 성적은 어떨까요?

5개월 간 78만여컵·2억3500만원 반환…‘반환율 41.1%’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 지는 6개월이 됐지만, 아쉽게도 환경부가 현재 집계하고 있는 ‘통계’는 4월 30일까지뿐 입니다. 대신 이를 통해 시행 후 5개월 간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환경부는 제도 시행 한 달째가 되는 지난 1월 2일 반환된 컵이 9만7991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찾아간 보증금은 2939만7300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4개월 동안은 어땠을까요. 환경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일인 작년 12월 2일 이후 올해 4월 30일까지 반환된 컵은 모두 78만여개입니다. 반환된 보증금액도 모두 2억3500만원 가량입니다. 제도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반환된 컵의 숫자나 반환금보다 주목할 건 반환율입니다. 사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요. 지난 2002년에도 환경부와 일부 패스트푸드업체, 커피 프랜차이즈가 업무협약 형태로 보증금제를 도입했지만, 그 반환율이 37%에 그쳤습니다. 구입한 매장에서만 반납이 가능해 번거로웠던데다 반환금도 50~100원으로 낮았던 탓입니다. 그래서 이 제도는 시행 5년 만에 폐지됐었죠.

지난해 12월 2일 해당 제도를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다시 시행하려고 할 때에도 반환율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지난 1월 2일 제도 시행 한 달 째 되던 때의 반환율은 20~30%에 그쳐 이번에도 결국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기우’였습니다.

실제 4월 30일 기준 반환율은 41.1%입니다. 이미 40%를 넘었습니다. 특히 일 평균 반환량이 눈에 띕니다. 제도 시행 후 첫 주인 12월 5일부터 11일까진 하루 2464개밖에 반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4월 24~30일에는 7965개로 2배 이상 크게 늘었습니다. 월별 반환율도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11.9%이던 반환율은 올 들어 1월 19.5%, 2월 26.4%, 3월 34.9%, 4월 35.6%를 기록 중입니다.

제주프랜차이즈점주 “일회용컵 보증금제 조건부 동참”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도 내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을 대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실시된 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보증금제도를 보이콧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지난 1월에만 해도 세종 대상 매장 185개 중 40여개(약 22%)가, 제주의 467개 중 160여개(약 34%) 매장이 제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이 그간 ‘보이콧’을 했던 건 유사한 프랜차이즈 업체라도 가맹점 수가 100개 미만인 곳,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업체보다 매출이 많지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곳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제도 시행 초기 ‘보이콧’을 선언했던 제주도 내 프랜차이즈점주들이 지난 4월 7일 동참 선언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만 이들 점주들은 “전국 100개 이상 가맹점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세한 가맹점에 일방적 부담을 강요하는 이행 방식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청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제도를 시행하는 지역에서 조례 개정을 통해 관할 지역 내 보증금제 적용 대상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시행령 개정안은 아직입니다.

다만 제주도에선 오는 7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동참하지 않는 매장을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습니다. 과태료 부과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에 지자체 의지가 있을 경우 단속이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4월 8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 미 이행 매장을 대상으로 지원 내용과 과태료 부과 등을 안내해 왔습니다. 실제 과태료 부과에 앞서 미 이행 매장에 경고 조치 등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6개월 후 ‘전국 확대’ 적용할까?…제주, 과태료 부과도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이제석광고연구소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남은 숙제도 만만찮습니다. 첫 번째 숙제가 ‘브랜드 간 일회용컵 교차 반납’입니다. 원칙적으로는 교차 반납이 가능하지만, 매장별로 인지·적용 여부가 달라 혼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직도 일선 매장 점원들조차 교차 반납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시스템상 교차 반납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도 가맹점주가 타 브랜드 컵 반납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환경부는 보증금제 참여 매장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제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보증금 컵을 반납하는 소비자에게는 컵당 탄소중립실천포인트 200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업계와 협의를 통해 일회용 컵을 반납할 때 할인쿠폰을 주고, 참여 매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 외 컵 반납처도 확대했습니다. 실제 제주도내 공공반납처는 지난 1월 49곳에서 3월 95곳으로 확대됐고, 유동인구가 많은 다중이용시설 7곳에 대형 무인회수기가 추가 설치됐습니다.

가장 큰 숙제는 ‘전국 확대’ 적용입니다. ‘일회용컵 보증금대상사업자 지정 및 처리지원금 단가 고시’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적어도 오는 2025년 12월 2일부터는 전국에서 시행돼야 합니다. 환경부는 당초 지난해 6월 10일 전국에서 시행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 회복을 줘야 한다는 이유로 시행일을 미루고 첫 시행 지역도 세종시와 제주도로 좁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환경부는 전국 확대 적용 시점을 확정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앞서 “제주와 세종에서 4계절(1년)은 모니터링해보고 평가한 후 개선할 점들도 반영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죠. 이제 딱 6개월 남았군요.

귀찮게 왜 하냐고? "온실가스 66% 줄인다"

잠깐, 그런데 이 귀찮은 제도를 왜 하느냐고요? 환경부는 일회용컵 회수율이 높아지고 재활용이 확대되면 단순 소각과 비교해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컵 판매에 따른 경제적 수익과 소각 비용 저감, 이산화탄소 감축 등에 따라 연간 445억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답니다. 게다가 또 일회용 컵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를 재활용 원료로 사용하면 연간 940억원을 절감, 탄소배출금액은 연간 19억원 가량 감축됩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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