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위 자랑할 때 아냐"…中 공세에 위협 받는 韓 TV

장유미 2023. 6.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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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전 세계서 판매된 TV 38%가 중국산…2019년부터 韓 TV 점유율 역전
日 TV도 中에 밀려 점유율 '뚝'…中 TCL·하이센스에 낀 LG, 올해 4위로 추락 전망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TV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며 최근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빼앗아 가고 있어서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 마련한 삼성전자 TV 신제품 체험존에서 삼성전자 직원과 모델이 2023년형 Neo QLED 8K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3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산 TV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으로 38.04%에 달했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TV 10대 중 4대가 중국 브랜드인 것이다.

◆ 韓보다 TV 더 판 中…저가 공세 덕에 '승승장구'

한국산 TV 점유율은 32.24%로 2위를 기록했다. 중국산 TV와 한국산 TV의 점유율 격차는 2019년 0.97%포인트(p)에 불과했으나 ▲2020년 0.99%p ▲2021년 2.78%p ▲2022년 6.68%p로 점차 벌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5.8%p의 격차를 보였다.

중국산 TV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동안 한 때 TV 명가로 불렸던 일본산 TV는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산 TV 점유율은 2019년 12.08%였으나, 점차 줄어들면서 올해 1분기엔 7.78%까지 떨어졌다. 소니, 샤프의 올해 1분기 점유율 역시 각각 2.4%, 2.1%에 그쳤다. 소니의 TV 점유율이 2%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산, 미국산 TV 역시 중국산 기세에 눌려 점유율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유럽산 제품은 2019년 2.76%에서 올해 1분기 2.3%로, 미국산도 같은 기간 동안 3%에서 2.23%로 점유율이 소폭 줄었다. 대만산 TV 점유율도 2019년 1.36%에서 올해 1분기에 0.61%로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월 열린 'CES 2022'에 전시된 TCL 미니 LED TV [사진=장유미 기자]

이처럼 중국 브랜드가 전 세계 TV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자국을 포함한 이머징 시장을 기반으로 저가 공세를 펼친 덕분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판매는 줄어들고 있지만, 중국, 남미, 아프리카 등 이머징 마켓 위주로 TV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산 중저가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또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도 영향이 컸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삼성, LG 등 한국 업체들의 부진을 중국 업체들이 메우고 있다는 점은 뼈 아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까지 TV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였으나 큰 폭으로 점유율이 줄었고, 2위였던 LG전자의 러시아 TV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분기 21.6%에서 올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전쟁 이후 러시아 현지법인의 생산공장 가동과 판매를 전면 중단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에 TV·모니터 공장 가동을 멈췄고, LG전자는 같은 해 8월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루자 지역에 가전 및 TV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 재가동 여부는 두 업체 모두 현재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

덕분에 한국 업체들의 빈 자리를 차지한 중국 업체들만 신났다. 특히 하이센스는 올해 LG전자뿐 아니라 TCL까지 넘어서 출하량 기준 2위 자리에 처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가 예상한 올해 출하량 기준 TV 업체 점유율 순위는 1위 삼성전자(18.8%), 2위 하이센스(12.6%), 3위 TCL(11.9%), 4위 LG전자(9.2%), 5위 샤오미(6%) 등이다. 일본 소니는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점유율 순위에서 톱5 안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량 기준에선 이미 중국 샤오미에 밀려 5위권으로 밀려난지 오래됐다. 올해 역시 순위권에 들지 못하고 기타로 분류될 전망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프리미엄 TV 시장은 고전하고 있는 반면, 중저가 시장의 타격이 덜하다는 점도 중국산 TV의 인기를 이끌었다. 실제 지난해 1천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출하량은 912만 대로, 전년 대비 21.2%나 줄었다. 반면 중저가 TV 공급은 3.8% 줄어드는데 그치며 상대적으로 수요가 견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주력 제품이 LCD TV란 점에서 물량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과거 중저가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LG가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하면서 빈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프리미엄 비중 높은 韓, 금액으로 中 앞서…격차는 매년 줄어

다만 금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한국산 TV의 점유율(49.27%)이 중국산(28.39%)을 앞섰다. 대형,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이 중국산보다 월등히 높은 탓이다. 그러나 금액 기준 점유율 격차도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산 TV와 중국산 TV의 점유율 격차는 2020년 25.46%p에서 지난해 18.14%p까지로 좁혀졌다.

삼성전자는 금액, 출하량 기준 모두 점유율 1위를 기록해 한국산 TV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점유율은 금액 기준 32.1%, 수량 기준 20.4%를 기록했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에서 모델들이 벤더블 게이밍 올레드 TV '플렉스'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그러나 LG전자는 수량 기준에서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고전하는 모습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에선 1위로 선전하고 있지만, 전체 TV 시장 점유율은 11.8%로 중국 TCL(11.9%)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려 3위에 이름을 올렸다. 4위인 중국 하이센스(11.5%)와의 격차도 0.3%p에 불과하다. 올해엔 하이센스에도 역전 당해 4위로 주저 앉을 위기에 처했다. LG전자는 2021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 이어 연간 기준 2위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중국 TCL에 밀려 3위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옴디아의 전망이 맞다면 LG전자가 수량 기준 4위로 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일 것"이라며 "LG전자가 프리미엄 TV를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 강화에 나섰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과 물량 격차가 확대되면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출하량은 유통 시장 공급을 의미할 뿐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된 셀-아웃 개념과는 다르다는 점은 고려할 부분"이라며 "실제 시장 경쟁력 지표인 금액 기준에선 한국산 TV가 훨씬 앞서있지만, 중국 업체가 풍부한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는데다 프리미엄 TV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을 뿌리칠 초격차 무기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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