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4 "스토리만 놓고 보면 앙꼬 없는 찐빵"

문원빈 기자 2023. 6. 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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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후속작이라 너무 기대했나” 확장팩만 손꼽아 기다릴 형편
※ 해당 기사에는 디아블로4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아블로 없는 디아블로4"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신작 '디아블로4'는 평가가 좋다. 다만 스토리만 놓고 보면 '용두사미'란 단어가 어울린다. 

기자가 디아블로4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것은 스토리였다. 디아블로3에서 말티엘이 인류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든 이후 50년이 지난 시점에서 과연 검은 영혼석 안에 있었던 대악마들이 어떻게 부활할 것인지, 드높은 천상의 천사들과 어떻게 만날지, 티리엘은 어떻게 됐는지, 아우리엘과 이테리엘의 활약을 볼 수 있을지 등등 너무나도 기대되는 요소가 많았다. 

디아블로4 출시를 앞두고 전작들을 다시 즐겼다. 책장 한 켠에 오랫동안 방치했던 죄악의 전쟁, 케인의 기록 등 소설도 다시 꺼내봤다.

결론 먼저 말하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었다. 디아블로4 스토리를 감상하면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엠바고 리뷰도 반응은 비슷했다.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매체들도 스토리에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남겼다. 기자도 '극 불호'다. 

- 디아블로3 네팔렘에 의해 드높은 천상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 전작 스토리 영상을 미리 숙지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디아블로4 스토리가 불호인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스토리 진행 방식이다. 디아블로4는 전작들과 달리 방대한 필드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루트로 퀘스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막상 퀘스트 내용 자체는 선형 구조다.

전개 방식과 내용이 구조적으로 다르니까 오히려 스토리 흐름이 툭툭 끊겼다. 발타를 처치하고 곧바로 하웨자르로 가서 엘리아스의 손가락을 태운 후 다시 도난 측 퀘스트를 진행하면 발타가 여전히 살아있어 다시 처치해야 한다. 차라리 전작들처럼 구조도 선형으로 만들거나 스토리도 입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특히 최종장에서 주인공은 가까스로 만든 영혼석을 어떻게 활용할 지 결정한다. 고민 끝에 메피스토의 정수를 영혼석에 담는다. 이 때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주고 엔딩을 분할했다면 어땠을까. 반대 선택에 대한 결과가 너무 궁금했다.

액트 구성도 마찬가지다. 디아블로2는 액트 최종 보스로 안다리엘, 듀리엘, 메피스토, 디아블로, 바알을 배치했다. 디아블로3는 도살자, 벨리알, 아즈모단, 디아블로, 말티엘이다. 각각 상징적인 적과의 전투로 액트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디아블로4에서는 액트를 넘어갈 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 깊은 보스가 없었다. 밋밋하게 액트가 넘어가면서 최종장으로 이어진다. 그나마 '폭군 왕 브롤'이 강력한 공격력으로 잠깐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브롤도 상징성으로는 대악마들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 오프닝에서 릴리트를 소환하며 압도적 포스를 자랑했던 '엘리아스'는 말을 꺼내고 싶지도 않을 만큼 허무하게 죽는다. 

- 여기서 선택지가 있었다면...
- 반대 선택에 따른 결과가 무척 궁금하다

다음은 디아블로3와의 연결성이다. 이나리우스는 죽기 전까지 드높은 천상을 향해 울부짖었다. 하지만 드높은 천상은 묵묵부답. 도대체 티리엘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드높은 천상의 천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최강이라 칭송 받던 네팔렘은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해 사소한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디아블로3 스토리를 미뤄보면 티리엘은 인간을 위해 천사를 포기한 캐릭터다. 아무리 약해졌지만 메피스토, 안다리엘, 듀리엘 등 대악마가 성역에서 설치고 다니는 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디아블로3 네팔렘이 티리엘 말대로 타락해서 드높은 천상을 쑥대밭으로 만든 상황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추측이다.

안다리엘과 듀리엘도 불만 포인트다. 안다리엘과 듀리엘도 검은영혼석에 다른 악마들과 함께 봉인된 상태였다. 하지만 완전체로, 오히려 더 강해져서 등장한다. 반면 메피스토는 정수도 온전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정수가 회복되는 시간 동안 늑대의 몸을 빌려 주인공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약한 상태다.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가장 중요한 '디아블로'와 '바알'은 제3 자, 릴리트의 입으로만 언급된다. 메피스토는 늑대로 나왔으니 이해해도 디아블로4를 정주행 하는 내내 디아블로, 바알은 부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릴리트는 자신의 행동이 이들을 막기 위해 벌인 거라고 했지만 어떻게 그걸 인지했는지 보여주지 않으니까 답답함만 유발했다.

그리고 릴리트가 주인공에 의해 죽은 뒤 찾아온 것은 더 큰 재앙이 아닌 평화다. 결과적으로 릴리트는 혼자 설레발치며 대악마들의 침공을 대비하다가 주인공에게 죽은 꼴이다. 이나리우스는 릴리트를 막으면 천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헛된 믿음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릴리트와 이나리우스 모두 서로 헛걸음치다 자멸하는 구도다.

즉, 디아블로4는 NPC들의 대화, 지형지물, 고서들을 세밀하게 관찰해도 개연성이 엉망이라 느껴질 만큼 빌드업이 허술하다. 안다리엘, 듀리엘, 메시프, 야만용사 3형제 등 전작 요소들을 가져오긴 했지만 "디아블로4는 전작들과 연결되는 게임이야"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을 줬다. 

- 중반부에 소환될 거라고는 언급했지만 정말 갑자기 등장한 듀리엘
- 사망 이유 '주인공에게 자유 의지를 제공한 죄', '예언을 잘못 해석한 죄'

마지막은 디아블로4 주인공이다. 일단 스토리를 즐기며 "도대체 누군데"라는 의문이 계속 든다. 주인공은 추위도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는 방랑자였다. 메피스토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생존한다. 이후 어느 마을에서 릴리트의 피를 마시고 위기에 처했다가 '이오세프'에게 구출된다. 그러더니 각성해서 악마들을 학살한다.

주인공은 호라드림 소속도 아니다. 중반부 메피스토 혹은 로라스 나르와의 대화를 보면 과거 성역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악마들의 존재도 모른다. 릴리트는 대악마들에게서 성역을 지키기 위해 메피스토의 정수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말했다. 주인공에게는 자유 의지까지 주면서 함께 동행하길 바랐다. 그렇다면 릴리트를 추격할 이유가 마땅히 없지 않는가.

"자신에게 피를 주입한 릴리트가 마음에 안 든다", "뭐가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세상이 위험할 것 같으니 일단 적대하고 본다", "네가 뭐라고 말하든 죽이고 그때 가서 생각한다"는 것 밖에 없다. 최종장에서도 아무 대화 없이 일단 싸우고 본다. 스토리의 연결성이 결여되고 빌드업이 허술하니까 몰입감이 점점 떨어졌다.

게다가 메피스토. 너무 착하다. 늑대의 형상이라 그런지 대악마는 커녕 온순해 보일 정도다. "언제 나올까", "나오겠지", "설마 안 나오겠어"라며 기다리고 기다렸던 디아블로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죽어가는 릴리트의 입으로만 언급됐다.

이런 엔딩을 보여줄 계획이었다면 쿠키 영상을 활용해서라도 천사들이나 네팔렘의 실루엣이든, 디아블로가 부활할 것을 암시해 줬으면 확장팩에 대한 기대감이라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 

- 끝까지 3자의 입에서만 거론됐던 디아블로
- "갑자기 너가 왜?"

물론 디아블로4 스토리의 모든 것이 불호는 아니다. 도난의 서사와 행동, 전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오마쥬, 각종 시네마틱 연출을 돋보이게 만드는 카메라 구도,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성우들의 연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조명 기술과 사운드 등 칭찬할 요소도 많다.

솔직히 95% 진행도까지 나름 흥미롭게 감상했다. 최종장 시네마틱 트레일러 풀 버전은 블리자드 영상 기술에 다시 한번 감탄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용두사미'라고 말했듯이 엔딩이 너무 허무하다. 앞선 만족감이 전부 사라졌다.

제작진은 얼리 액세스 시작 전 공식 영상으로 팬들에게 이전 스토리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디아블로4 스토리를 감상하니까 제작진이 디아블로3 스토리를 모르거나 부정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도 제작진은 지난 30일 미디어 인터뷰에서 "확장팩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즌으로 스토리 추가를 언급하긴 했지만 단순히 시즌만으로 모든 퍼즐을 맞추기엔 남겨진 복선들이 너무 많다. 아쉬운 대로 확장팩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쉬움이 남아도 11년 동안 기다렸던 디아블로4 스토리는 끝났다. 디아블로가 스토리만 있는 게임은 아니니까 이제 엔드 콘텐츠를 즐길 차례다. 초반에는 조금 지루했지만 세팅이 어느 정도 완성되니까 슬슬 재밌어진다. 지인들과 함께 디아블로4 콘텐츠의 묘미를 느끼면서 확장팩이 출시되는 날만 기다린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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