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 선관위가 ‘견제와 균형’ 내세우며 감사 거부할 처지인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커지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기로 했다.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 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는 것이다. 헌법 제97조를 거론하며 감사원의 감사 범위에 선관위가 빠져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 제외 대상으로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만 명시돼 있다. 감사원은 “선거 관리의 독립성 존중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왔을 뿐”이라며 “감사 거부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지금 선관위가 받고 있는 의혹은 선거 관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자녀 특혜 취업과 북한 해킹에 대한 보안 점검 거부 등이다. 오랫동안 쌓여 온 이런 내부 비리, 태만 문제는 감사원의 감찰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내부 부정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기관이 ‘견제와 균형’을 내세우는 것도 맞지 않는다. 선관위는 외부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했지만 그 효과를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선거를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선관위가 대통령 직속 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주장은 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동안 어떤 기관의 견제도 받지 않고 저들끼리 ‘신의 직장’을 만들며 쌓여 온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논리 역시 힘을 얻기 어렵다. 어제만 해도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새로 드러난 퇴직자 4명의 자녀가 모두 부친 소속 근무지에 경력 채용된 사실이 알려졌다.
전체 직원이 3000명이나 되는 선관위는 모든 시·군·구에 조직을 갖고 있다. 중앙선관위 밑에 광역시 선관위가 있고, 그 아래 구 선관위가 있는 구조다. 재외 국민 투표를 관리한다며 해외에 직원을 파견하기도 한다. 이렇게 비대해지는 것과는 반대로 소쿠리에 투표지를 담아 옮기는 황당한 업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 문제는 수사와 별개로 감사원의 종합적 감사로 조직의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관위를 감사원의 정례 감사 대상으로 하느냐 마느냐는 그다음에 논의해도 된다. 차제에 요즘 시대에 이런 비대한 선거 관리 상설 기구가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근본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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