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팬덤’ 키워 中 넘은 K팝… 中법인 청산해도 쑥쑥 큰 K웹툰
“유 메이크 미 필 스페셜(넌 날 특별하게 만들어)!”
5만 관객이 한목소리로 노래하자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지난달 20일 열린 걸그룹 트와이스의 ‘레디 투 비 인 재팬’ 공연. 본래 ‘떼창’이 거의 없는 일본이지만, 도쿄와 오사카 4회 공연 객석을 가득 채운 현지 관객 약 22만명은 트와이스의 노래 ‘필 스페셜(Feel Special)’을 목이 터져라 따라 불렀다. 트와이스는 오는 9월 데뷔 후 첫 유럽 투어를 시작한다.
지난 4월엔 걸그룹 ‘블랙핑크’가 세계 최대 대중음악 축제인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공연의 메인 가수)로 무대에 섰다. 영국 가디언은 “음악 시장에서 언어와 문화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증명”이라고 했다. 블랙핑크는 지난해부터 월드투어 ‘본 핑크’로 세계 약 150만명을 동원하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 등 북미 7도시를 비롯해 파리, 런던, 리야드 등 세계 26도시로 간다.
◇한한령·코로나에 더 강해진 K팝
전문가들은 K팝이 팬데믹 시기 ‘국경 없는 온라인 콘텐츠’에 주력해 ‘신(新)아메리칸드림’ ‘일본 내 신한류’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고 진단한다. 하이브·JYP·SM·YG 등 대형 기획사가 유튜브와 틱톡 콘텐츠를 쏟아내자, 세계 음악 시장 1·2위를 다투는 미국과 일본에서 팬덤이 급속히 커졌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팬데믹 시기 해외 이동이 어려워지며 사람들이 온라인에 몰렸는데, 방탄소년단은 이미 2017년에 음악 그룹 트위터 활동 기네스 기록 보유자였다. 코로나 위기를 이겨낼 저력이 비축돼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한 대형 음악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한한령 이전에도 중국은 진출이 불가능한 서구 시장의 대안 성격이 강했다. 이제 미국과 일본 시장이 열렸는데 굳이 중국과 아시아에 주력하던 과거에 다시 갇히고 싶은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인 멤버 빼고 다국적화
K팝 그룹은 중국 대신 다양한 국적자를 멤버로 영입하며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한한령 직후 일부 K팝 그룹 중국인 멤버들이 전속 계약을 위반하고 본토로 돌아가면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졌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 대신 일본, 동남아 등 멤버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오히려 현지 팬들의 K팝 시장 유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한국인 멤버가 없는 4인조 다국적 걸그룹 ‘블랙스완’을 기획한 윤등룡 DR뮤직 대표는 “여러 국적이 섞일수록 민감한 역사·문화 논쟁 위험이 줄고, 중국 팬의 반감도 오히려 덜하다”고 했다.
◇CJ엔터 해외 매출, 한한령 뒤 5배 성장
K드라마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타고 중국을 넘어 세계로 보폭을 넓혔다. tvN 드라마 ‘구미호뎐 1938′은 지난달 첫 방송 때 글로벌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됐다. 1일 현재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국에서 시리즈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아마존과 시사회, 배우 팬미팅 등 동남아 현지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 CJ ENM 엔터 부문의 작년 해외 매출은 1조4311억원으로 한한령 직후인 2017년(2739억원)에 비해 5배 넘게 성장했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율도 15.6%에서 41.6%로 끌어올렸다.
한한령 전인 2015년 한국 영화 최대 수출국은 중국으로 전체 수출액에서 31.5%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국가별 한국 영화 수출 실적에서 중국은 7위(2.7%)에 그쳤다.
김도현 CJ ENM 해외콘텐츠사업팀장은 “드라마 ‘악의 꽃’이 인도에서 리메이크되고, 예능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콜롬비아·조지아·이스라엘 등 27국에 수출됐다. 다양한 나라에서 협업 제안이 쏟아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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