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내 인생이 책이 되려면
“내 얘기를 글로 쓰면 책 한 권이 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많은 이가 말하지만, 막상 책이 될 만한 자기 이야기를 쓰려면 쉽지 않습니다. 책으로 낼 만하다는 것은 독자들이 읽고 싶어 선뜻 지갑을 열 만하다는 이야기이니까요.
“위대한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의 가장 내밀한 약점마저 보여준다. 꾸밈없이 발가벗은 인간을 보면 누구나 조금은 감동하기 마련이다.”
미국 작가 메리 카의 책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지와인)에서 읽었습니다. 메리 카는 1995년 발표한 첫 인생록 ‘거짓말쟁이들의 클럽’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자가 되었죠. 텍사스 남동부 작은 도시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경험을 썼는데,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전미 대륙에 자전적 글쓰기 열풍을 불러일으켰답니다. 카는 현재 시러큐스 대학 영문과 교수로, 30년간 자전적 글쓰기 수업을 해 왔습니다.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에서 카는 “삶을 견뎌낸 사람들은 누구나 할 이야기가 있지만, 제대로 된 이야기를 쓰려면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억은 자기 중심적이라 과거를 쓸 때는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훌륭한 글은 그 ‘오류의 본질’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고도요. “위대한 작가는 어렴풋한 기억을 역시 어렴풋하게 그려낸다.”
살면서 모진 풍상을 겪은 경험을 글로 쓰면 책이 될 거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카는 “지난날의 아픔이 돋보이려면 채찍질과 채찍질 사이의 다른 삶을 반드시 함께 그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자기 인생을 글로 펼쳐놓을 사람은 책의 모든 페이지에 지독한 불행을 욱여넣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그 삶 속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솔직하면서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쓰는 일, 쉽지 않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 내는 이들이 좋은 작가가 되는 거겠죠.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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