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처럼 서늘한 단편 SF의 세계로[정보라의 이 책 환상적이야]
정보라 소설가 2023. 6.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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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편소설을 한국 문학의 강점으로 꼽고 싶다.
한국에서 단편소설은 일제강점기 한국어를 지키고 한국 문학을 이끌었던 여러 걸출한 작가로부터 시작해 광복과 6·25전쟁 이후로는 신춘문예의 기둥이 되는 장르로 탄탄하게 발전해 왔다.
구병모 작가의 '채빙'은 설화와 전설의 세계와 SF의 세계가 아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 두 개의 압축된 단편소설을 한꺼번에 읽는 느낌이었다.
이처럼 'SF 보다' 시리즈는 한국 장르문학 단편소설의 힘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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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구병모, 천선란 등 6인
‘얼음’ 주제로 각자의 매력 살려한국 SF의 현주소 엿볼 수 있어
◇SF 보다 Vol. 1 얼음/곽재식 외 지음/232쪽·1만4000원·문학과지성사
‘얼음’ 주제로 각자의 매력 살려한국 SF의 현주소 엿볼 수 있어
◇SF 보다 Vol. 1 얼음/곽재식 외 지음/232쪽·1만4000원·문학과지성사
나는 단편소설을 한국 문학의 강점으로 꼽고 싶다. 한국에서 단편소설은 일제강점기 한국어를 지키고 한국 문학을 이끌었던 여러 걸출한 작가로부터 시작해 광복과 6·25전쟁 이후로는 신춘문예의 기둥이 되는 장르로 탄탄하게 발전해 왔다. 청소년 필독도서부터 일반인의 교양독서까지 한국인의 독서생활에서 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빼놓을 수 없는데, 당연히 단편소설집이다. 그런데 최근 문학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해외에 갔더니 사람들이 “단편소설집은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스페인에서도, 프랑스에서도, 호주에서도, 폴란드에서도 같은 얘기를 들었다. 해외 독자들은 한국에서 중·단편소설이 장편소설과 평등한 위상을 가지는 데 놀라면서 흥미를 보였다.
최근 문예지 혹은 순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장르문학 단편소설집을 내는 경우가 자주 있다. ‘SF 보다’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올해부터 1년에 두 번씩 내는 SF 단편소설집 시리즈다. 그 첫 권에 곽재식 구병모 남유하 박문영 연여름 천선란 등 한국 SF를 대표하는 6명의 작가가 ‘얼음’을 주제로 한 강렬한 작품들을 실었다.
작가 이름 가나다순으로 짧게 소개하자면 곽재식 작가의 작품은 현실적이다. 단편소설 ‘얼어붙은 이야기’는 단편소설집 주제가 얼음이라서인지 조금 서늘하고 곽 작가의 작품답게 역시 무척 재밌다. 구병모 작가의 ‘채빙’은 설화와 전설의 세계와 SF의 세계가 아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 두 개의 압축된 단편소설을 한꺼번에 읽는 느낌이었다. 남유하 작가는 아동문학과 호러SF 양쪽 장르에서 활동하는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얼음을 씹다’는 가족 호러였다. 남 작가답게 정말 무서웠다.
박문영 작가의 ‘귓속의 세입자’는 반대로 차분하고 약간 무심하다. 외계인 입장에서 지구인을 관찰하는 듯한 그 냉정하고 덤덤한 거리감이 매력적이다. 연여름 작가의 ‘차가운 파수꾼’에는 불과 얼음이 함께 있다. 두 개의 세계를 계속 오가며 양쪽을 지키려 애쓰는 파수꾼의 심경에 공감하며 나도 함께 마음을 졸여야 했다. 천선란 작가는 일반인이 들으면 대충 알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장르의 안과 밖을 아주 상세하게 조사해 작품을 구축하는 특징이 있다. 천 작가의 ‘운조를 위한’ 역시 상세한 수의학적 묘사와 인간이 ‘키우는’ 동물에 대한 관점이 돋보인다.
책 앞뒤로는 문지혁 작가(등단 작가이며, 순문학과 SF 양쪽을 오가는 재능꾼이다)와 심완선 문학평론가(한국에 정말 귀한, 실력 있는 SF 전문 평론가다)가 각각 소개글과 비평을 실어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처럼 ‘SF 보다’ 시리즈는 한국 장르문학 단편소설의 힘을 증명한다. SF를 잘 모르지만 한번 읽어보고 싶은 독자부터, 현재 한국 SF의 깊이가 어디까지 왔는지 단번에 ‘스냅샷’처럼 확인하고 싶은 독자까지 모두에게 기쁜 책이다.
작가 이름 가나다순으로 짧게 소개하자면 곽재식 작가의 작품은 현실적이다. 단편소설 ‘얼어붙은 이야기’는 단편소설집 주제가 얼음이라서인지 조금 서늘하고 곽 작가의 작품답게 역시 무척 재밌다. 구병모 작가의 ‘채빙’은 설화와 전설의 세계와 SF의 세계가 아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 두 개의 압축된 단편소설을 한꺼번에 읽는 느낌이었다. 남유하 작가는 아동문학과 호러SF 양쪽 장르에서 활동하는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얼음을 씹다’는 가족 호러였다. 남 작가답게 정말 무서웠다.
박문영 작가의 ‘귓속의 세입자’는 반대로 차분하고 약간 무심하다. 외계인 입장에서 지구인을 관찰하는 듯한 그 냉정하고 덤덤한 거리감이 매력적이다. 연여름 작가의 ‘차가운 파수꾼’에는 불과 얼음이 함께 있다. 두 개의 세계를 계속 오가며 양쪽을 지키려 애쓰는 파수꾼의 심경에 공감하며 나도 함께 마음을 졸여야 했다. 천선란 작가는 일반인이 들으면 대충 알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장르의 안과 밖을 아주 상세하게 조사해 작품을 구축하는 특징이 있다. 천 작가의 ‘운조를 위한’ 역시 상세한 수의학적 묘사와 인간이 ‘키우는’ 동물에 대한 관점이 돋보인다.
책 앞뒤로는 문지혁 작가(등단 작가이며, 순문학과 SF 양쪽을 오가는 재능꾼이다)와 심완선 문학평론가(한국에 정말 귀한, 실력 있는 SF 전문 평론가다)가 각각 소개글과 비평을 실어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처럼 ‘SF 보다’ 시리즈는 한국 장르문학 단편소설의 힘을 증명한다. SF를 잘 모르지만 한번 읽어보고 싶은 독자부터, 현재 한국 SF의 깊이가 어디까지 왔는지 단번에 ‘스냅샷’처럼 확인하고 싶은 독자까지 모두에게 기쁜 책이다.
정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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