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피부 소녀, 백인 전유물이던 발레 세계서 ‘역사’ 쓰기까지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
미스티 코플랜드 지음|이현숙 옮김|동글디자인|368쪽|2만1000원
무질서 속에서 소녀는 자랐다. 엄마는 이혼을 거듭하며 새 남자를 찾아 떠나길 반복했다. 안정된 주거 없이 모텔에서 살았고, 배를 곯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렇지만 소녀에겐 빼어난 재능이 있었다. 학교 군무단에서 활동하던 그를 눈여겨본 선생님이 발레 세계로 이끈다. 늦은 나이인 13세에 발레를 시작했지만 ‘신동’ 소리를 들으며 주목받는다. 발레는 소녀가 살면서 처음으로 맛본 ‘질서’였다. “나는 온전히 발레에 집중했다. 그 속에는 규칙이 존재했고, 삶에 품위가 있었다. 아름다웠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인 미스티 코플랜드(40)의 회고록이다. 수석 무용수로 승급하기 1년 전인 2014년 출간한 책. 부유한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발레 세계에서 갈색 피부 소녀가 재능과 노력, 그리고 근성으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주연을 꿰차는 과정을 그린다.
완벽한 발레리나 체형이라 평가받다가 사춘기 이후 더 이상 ‘연약한 요정’처럼 보이지 않는 풍만한 몸이 되면서 겪었던 외부의 압박과 내면의 갈등을 털어놓는다. 피부색이 짙어 고전 발레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소외되고, 큰 역할을 맡을 때마다 “인종차별 카드를 ‘전술’로 뽑아 든 덕”이라는 뒷말을 들은 쓰라림을 적었다.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도망치던 엄마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달아나고 싶었던 소녀가 마음을 다잡고 현실과 맞서는 장면이 책의 클라이맥스다. 무대에 설 때면 두꺼운 화장으로 갈색 피부를 가리던 소녀는 ‘장화 신은 고양이’ 역을 맡은 날 파우더를 내미는 분장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갈색 고양이가 되고 싶어요.” 원제 Life in 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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