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켜드세요, 배달비는 0칼로리

정상혁 기자 2023. 6. 3.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말]
음식 배달비 고공행진 속
‘무료’ 내세운 배달앱 속속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스트레스는 과체중을 유발한다.

주문 직전 몇 번을 고민한다. 배달비 때문이다. 치킨집은 집에서 2㎞ 거리인데, 배달비는 4000원 수준. 운동 삼아 걸어가서 받아올까…. 과소비의 죄책감으로 마음이 심란하다. 갈수록 오르는, 그래서 전 국민적 딜레마로 떠오른 배달비. 그러자 ‘배달비 0원’을 내건 스타트업이 잇따라 등장했다.

◇묶으면 1인분도 무료 배달

배달 음식 서비스 ‘두잇’은 배달비를 받지 않는다. ‘묶음 배달’ 덕분이다. 만약 짜장면이 먹고 싶으면, 앱을 켜 ‘팀 주문’으로 현재 시각 동네에서 중국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 셋을 모은다. 주문이 성사되면 배달 기사가 식당에서 음식을 일괄 픽업해, 3인의 집으로 배달한다. 동선을 최소화해 비용을 절약, 배달비를 없앤 것이다. 세 명이 모이지 않아도 주문 10분이 지나면 조리가 시작되고 역시 배달비는 무료다. 지난해 2월 서울 관악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동작·영등포·구로·금천구로 확대했다. 내년에는 서울 및 수도권 전체로 넓힐 계획이다.

이른바 ‘합(合)배달’도 나왔다. 대개의 배달 앱에서 여러 식당의 음식을 주문하려면 건별로 배달비가 발생한다. 그러나 ‘먼슬리키친’은 각 매장에 푸드코트처럼 20개 정도 식당을 입점시켜 음식 20여 종을 일거에 실어 나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짜장면·치킨·초밥을 주문하면 식당 세 곳이 아닌 먼슬리키친 매장 한 곳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여기에 매장별 무료 거리를 설정해, 대략 1~2㎞ 거리면 공짜로 배달해준다. 지난해 7월 서울 구디역점에서 무료 배달을 시작해, 현재 서울 6개 전 지점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시청역점의 경우,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11월보다 올해 5월 기준 배달 주문 건수가 2.6배 늘었다. 관계자는 “매장에 입점하지 않은 식당도 가맹점 형식으로 올해 안에 무료 배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3933원 넘으면 주문 포기”

이런 시도는 역시 배달비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배달 앱 이용을 줄인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배달비’(83.9%)였다. 너무 비싸서 구매를 포기하게 하는 배달비는 평균 3933원.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배달앱 사용자는 약 170만명 줄었다. 배달비 저감이 배달앱의 생존 조건이 된 것이다.

‘코코닼’은 대량 주문·대량 발송을 토대로 치킨 배달비 0원을 실현하고 있다. 배달은 매일 오후 6시 30분, 10시 30분 딱 두 번 진행되는데, 전용 앱으로 미리 주문받은 닭 수십마리를 한 번에 튀긴 뒤, 이를 4시간 내 배송 업체 체인로지스를 통해 배달하는 것이다. 치킨 한 마리에 1만1900원. 코코닼 측은 “기존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아 배달 수수료를 줄였고, 연예인 모델 등의 마케팅 비용을 줄였고, 예약 주문으로 수요 예측이 가능하며, 조리센터에서 대량으로 치킨을 튀겨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한다. 치킨은 대량으로 순차 배달되기에 보랭 파우치에 담겨온다. 그래서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로 다시 데우는 잠깐의 수고는 필요하다.

◇배달 기사는 “배달료 올려달라”

‘요기요’ 등 기존 대형 배달앱 업체들도 배달비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월 9900원을 내면 1만7000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달 혜택을 주는 유료 서비스다. 국내 최대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은 최근 ‘알뜰 배달’ 기능을 선보였다. 동선이 비슷한 주문을 묶어 배달하는 서비스로, 서울 관악구를 시작으로 서울 남부 지역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다만 배달 기사들은 이러한 시도가 배달 기사들의 희생에 기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알뜰 배달’은 배달 기사와의 계약 약관상 ‘구간 배달’을 기준(음식 픽업 시 1200원, 배달 완료 시 1000원, 100m당 구간 요금 80원)으로 삼기에 기본 배달료가 기존 3000원에서 2200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과 함께 배달의민족 배달 기사들은 지난달 27일 파업을 단행하며 기본 배달료 1000원 인상을 요구했고, 소비자들에게 ‘주문 파업’도 요청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