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머스크의 訪中, 미국의 이중 잣대

류재민 기자 2023. 6.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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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5월 31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로이터 뉴스1

‘마형’이라는 애칭과 함께 중국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중국에서 보인 행보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샴쌍둥이(신체의 일부가 붙은 채 태어난 쌍둥이)에 비유해 중국을 추켜세우는가 하면,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의 쩡위친 회장과 고급 식당에서 만찬을 하는 사진을 공개해 배터리 사업을 중국과의 경제 전쟁의 주요 전선으로 삼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무색하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의 정책 기조와 엇나가는 언행으로 일관했다.

머스크의 흔한 돌출 행동으로 치부하기엔 시점이 석연찮다. 올해 코로나 봉쇄령이 풀리자마자 애플, 인텔, GM, 스타벅스 등 미국의 거대 기업 수장들이 중국을 찾았다. 머스크와 같은 시기에 중국을 찾은 ‘월가의 황제’ JP 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중국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이달 방중 예정인 그래픽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도 “중국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미국 정부에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그런데 미국 정치권의 반응이 묘하다. 기업인들의 잇단 방중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1일 “이런 방문이 경제적 경쟁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다소 유보적인 평을 내리는 데 그쳤다. 기업들의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여와 야를 막론하고 이 일을 없었던 것처럼 못 본 체 지나치려는 심산이다.

대중 무역 제재로 손해를 보고 있는 건 미국 기업뿐만이 아니다. 동맹국 기업들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 체제에 동참하며, 중국으로부터는 가혹한 보복을 견뎌내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은 동맹국에는 약간의 틈만 생겨도 매서운 회초리를 든다. 지난달 21일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을 자국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히자, 바로 이틀 뒤인 23일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한국을 거론하며 “우리의 동맹국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압박한 일이 대표적인 예다.

대중적인 인기와 막강한 힘을 누리는 미국 거대 기업을 건드리기보다는 만만한 동맹국을 때려 정치적인 입장과 메시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치의 생리라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미국은 단순히 이익의 관점에서 그치지 않는 ‘가치 동맹’을 앞세워 동맹국들을 대중 제재에 참여시켜왔다. 정작 자국에서 실질적인 손익을 따지는 불만이 나오자, 입을 닫고 모른 체하는 처사는 비겁하다. 미국 기업들이 지금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독자적인 노선을 계속 펼치고,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면 어떤 동맹국이 전적으로 미국을 믿고 따를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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