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선 ‘코트의 황태자’… “이젠 배우 우지원입니다”
“스스로 가슴에 설렘과 울림이 있을 때, 더 늦기 전에 도전합니다. 지금은 ‘농구 선수’가 먼저 나오지만, 언젠가 ‘배우 우지원’이 먼저 각인돼 나오게 하고 싶어요. 그게 첫 번째 목표예요.”
마법 같은 3점슛과 저돌적인 돌파, 훤칠한 꽃미남 외모로 소녀 팬들을 설레게 했던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50)이 배우로 무대에 서고 있다. 서울 양천구 로운아트홀에서 11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Again(어게인) – 여고동창생’에서 부여고 농구부 주장 ‘지원’ 역할을 맡았다. 박해미, 황석정, 김완선이 출연해 고교 시절 밴드부 추억과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크박스 뮤지컬.
1일 공연장이 있는 대한민국예술인센터 건물에서 만난 그는 “이제 인생 2막을 시작한 느낌”이라고 했다. “선수 시절 가장 떨렸던 순간은 고3 때 졸업 예정자 신분 연세대 선수로 허재·강동희·김유택 선배의 당대 농구 최강팀 기아와의 경기에서 뛰었을 때였어요. 그때 떨림이 ‘10′이라면 이번 뮤지컬 무대 첫 공연 때의 떨림은 ‘100′ 정도는 됐어요.” 당시 데뷔전 활약으로 우지원은 다음날 많은 스포츠신문의 1면을 장식했었다.
그가 등장하면 객석은 열광과 환호로 떠들썩해진다. 우지원은 무대 위에서 농구공을 드리블하며 신촌블루스의 노래 ‘골목길’을 부르고, 극중에선 선수 출신 모델이 돼 런웨이를 걷는 모습도 선보인다. 그는 실제로도 앙드레 김 패션쇼 무대에 선 첫 번째 스포츠 선수였다.
선수 시절부터 이런저런 드라마에 카메오 출연했던 그는 “은퇴 뒤 막연했던 꿈이 또렷해졌고 2016년 무렵부터 연기 학원을 다니며 좋은 선생님을 찾아 레슨도 받았다”고 했다. 진지하게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뒤, 2020년 한 공중파 드라마에 조연으로 나왔고, 지난달 말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것’에도 출연했다.
스승 최희암 전 연세대 감독이 TV 프로그램에서 강연할 때 제자로 출연했다가 패널로 나온 배우 박해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번 뮤지컬 연출도 맡은 박해미가 그에게 뮤지컬 도전을 제안했다. 매체 연기와 결이 다른 라이브 뮤지컬 무대는 우지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드라마와는 동선부터 완전히 달랐어요, 무대 위 발걸음 하나, 몸을 회전하는 방식 하나 하나까지 생소해 모든 걸 배워가는 중입니다.” 그는 “운동하는 몸과 춤추는 몸은 달라서, 연습에서 자신감이 나온다는 생각으로 자나깨나 반복 연습한다. 길을 가다가도, 화장실에서도,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무대에서 노래하며 춤출 때의 스텝을 밟곤 한다”며 웃었다. "
그는 “강호동, 서장훈처럼 운동 선수 출신으로 예능에서 훌륭하게 활동하는 분들은 있지만 선수 출신 배우는 없는 듯하다. 스포츠에 이름을 남겼으니 연기도 흐지부지 하지 않고 제대로 진정성 있게 연기자의 길을 가고 싶다”고 했다. “함께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공연 끝나고 나면 어떨 것 같으냐’ 물으시길래 ‘정말 허전할 것 같다’고 했죠. ‘뮤지컬 배우 다 됐네’ 하시더라고요. 기회가 닿으면 또 다른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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