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무오류의 영웅’은 없다
인간 타락 감시하는 법치시스템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믿음
이효리도 아는데 민주당만 몰라
가수 이효리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가 깨달은 진리가 있는데, 그놈이 그놈이라는 거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낸 적 있다. 세상엔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누구나 인간 내면에는 아름다움과 추악함이 공존한다는 이 ‘진리’를 모르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진보 좌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다.
지난 5월 16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변호하는 다큐멘터리 ‘첫 변론’ 제작 발표회가 있었다. 5월 23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이 있었다. 이 두 사람에겐 뇌물 수수와 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그들은 억울한 누명을 썼을 뿐’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지지자들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마치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사람들처럼 강성 지지자들은 ‘민주화 운동의 대부인 우리 노무현과 박원순이 그랬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절대 그럴 리 없는 사람, 절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정치인 같은 건 없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눈앞의 욕심에 판단력을 잃을 수 있다. 불행히도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자신들 진영 지도자에게 인간적인 과오와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 못 한다. 인정은커녕 악랄한 탄압과 음해를 받아 스러져간 희생자로 받들어 추앙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왜 그러는가. 진보 좌파는 정의로운 선이고 보수 우파는 가진 자와 기득권을 옹호하는 악이라고 믿는 지지층 정서가 ‘무오류의 영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한심해도 국힘당은 더 나쁜 놈들이기에 표를 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지지층 30%를 지탱하기 때문이다. ‘못다 이룬 임의 뜻’을 따라 역사 바로 세우는 투쟁을 계속할 것이며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구호와 서사로 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해서다. 이 구호와 서사를 지키려는 당위가 우선인 사람들은 맡은 수사를 열심히 했을 뿐인 검찰 책임자를 악마화한다. ‘성희롱이 있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론을 무시하고 피해자를 무고 범죄자로 몰아가는 영화 제작도 서슴지 않는다.
노무현과 박원순이 군사정권의 부당한 폭력에 맞서 약자의 인권을 옹호했던 공적은 그들이 권력을 잡은 후 저지른 과오와 별개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진정한 진보 지지자들이라면 이렇듯 훌륭한 공적을 이룬 정치인들조차도 정작 대통령과 시장이라는 막강한 권좌에 앉았을 때엔 뇌물과 권력 남용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의 감시와 견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새겨야 한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영웅과 그 영웅을 숭배하는 추종자들이 지키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인간은 ‘그놈이 그놈’이라는 전제 아래 인간의 타락을 감시하는 법치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다. 높은 권력을 가졌을수록 더욱 엄정한 감찰을 받아야 하고, 누구든 어느 집단이든 잘못이 드러났으면 철저한 징계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그것만이 불완전한 인간이 운영하기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체제가 작동하도록 보완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효리 인용이 뜬금없는 연예인 언급이라서 혹여 불편한 분들에겐 진보 운동 출신 어느 정치인의 말을 소개한다. 이 정치인은 “‘적’이 우리를 음해·공격하려 노리고 있기에 내부자의 중대 과오나 범죄를 묻어버리고 ‘단결’하자는 논리는 자기 파괴를 가져올 뿐이다”라고 했다. “진보는 불리한 진실도, 불편한 진실도 전부 드러내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도 했다. 이 말은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전혀 놀랍지 않게도, 자녀들 입시 비리는 ‘억울한 누명’이었다고 호소하는 북콘서트 순회 중인 조국 전 장관이 2009년에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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