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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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기준 개편 이후 첫 경평
공공기관장 거취 논란 여전
」
전체 배점의 20%를 재무성과와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변경해 경영 효율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 본래의 설립목적인 공공성과 기관 운영 과정에서의 효율·수익성이 보다 균형 있게 평가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부채를 줄이는 등 경영 성과를 낸 공공기관이 좋은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이는 어쩌면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이다. 지난 5년간은 정규직 전환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역할을 경영평가의 핵심 척도로 활용하면서 공공기관의 덩치가 지나치게 커지거나,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이번 경평은 이를 정상화한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하다.
또 하나, 이번 경평에 관심이 쏠리는 건 기관장의 거취 문제다. 평가 대상 공공기관의 기관장 80% 이상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기획재정부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경평 대상 공공기관 130곳(공기업 36곳, 준정부기관 94곳) 중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은 108명(83.1%)이다. 윤 정부는 지난 1년간 18명(13.8%)의 기관장을 임명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 정부가 임기 말인 2021년부터 집중적으로 이른바 ‘알박기’ 인사를 한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경평 대상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된 경평이 되겠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기관장이 어느 정부 사람이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실제로 정치권은 물론 장관, 대통령은 전 정부 기관장들과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자세)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치하라”고 강조했다. 전 정부의 알박기 인사에 대한 불만이라는 평가다. 앞선 4월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기관 자체가 정부 정책 철학과 함께 가야 저항이나 내부의 기득권, 밥그릇 챙기는 걸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데 이게 안 되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이 물러나야 하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나가야 한다”며 한 말이다.
정권 교체 이후 공공기관장 거취에 대한 논란은 늘 벌어지는 일이다. 원 장관의 비판처럼 새 정부의 정책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물러나야 한다는 측과 공공기관의 자율·전문성이나 업무 연속성을 위해선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측이 팽팽히 맞선다. 그런데, 정부 출범 직후도 아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같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얼른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경평 결과 발표를 앞두고 국무위원이 날을 세우면 국민들은 경평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윤 정부 출범 직후 정치권에서는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현행 3년에서 2년 6개월로 줄이거나, 대통령 임기에 맞추자는 논의가 있었다. 이를 위해 여야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하는 ‘3+3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기대가 높았지만, 지금은 지지부진하다. 최근 국회에는 지방정부 산하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자치단체장 임기에 맞추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문제는 중앙이나 지방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정일 경제산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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