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다이어트·기름진 보양식, 담석 생기는 지름길

이민영 2023. 6. 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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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급격한 체중 감량을 목표로 식사량을 확 줄인 A씨와 무더위를 이겨낸다며 삼계탕·장어구이 같은 보양식을 즐겨 먹는 B씨의 공통점은 뭘까. 소화액인 담즙이 뭉쳐 담낭에 돌이 쌓이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백광열 여의도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단식·절식을 반복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생활습관은 모두 담석 생성과 담낭 운동에 영향을 준다. 담낭염·담도담석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담즙 저장고인 담낭은 규칙적인 운동을 좋아한다. 그래야 채워진 담즙을 제때 내보낸다. 담낭의 이런 운동을 조절해주는 신경 스위치는 음식이 몸에 들어왔을 때 켜진다. 백 교수는 “체중 감량을 위해 음식 섭취량을 확 줄이거나 안 먹으면 담낭은 움직이라는 신호를 못 받는다”며 “담낭이 담즙을 짜주는 역할을 못 하고 가만히 있으면 정체된 담즙은 끈적끈적해지다가 시간이 지나 돌처럼 굳는다”고 말했다.

담석 2.5~3㎝ 크기면 암과 관련성

고지방·고단백의 고칼로리 음식은 담석의 위험 요인일 뿐 아니라 담낭 운동을 과하게 자극한다. 평소 과체중·비만으로 담석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여름 보양식은 중증 담낭 질환을 부르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백 교수는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담석 생성에 영향을 준다. 또 이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담낭이 운동을 더 많이 하면 담석이 돌아다니다가 담낭관에 걸릴 확률이 커진다”고 말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무리한 다이어트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담석증 환자 수는 2017년 16만여명에서 2021년 24만여명으로 4년 새 50% 가까이 증가했다. 담낭 절제술은 백내장·치핵 등에 이어 우리 국민이 많이 받는 수술 5위다. ‘국민건강보험 주요수술통계연보’(2021)에 따르면 지난해 담낭 절제 수술 건수는 8만9000여 건으로 맹장 수술(7만6000여 건)보다 많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쉽게 접하는 만큼 담낭 질환을 가볍게 보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숨어 있는 중증 담낭 질환도 적지 않다. 백 교수는 “중증으로 오는 담석 환자의 문제 중 하나는 복통·소화불량을 느껴본 적이 많음에도 초음파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아 담석 진단을 못 내리다가 병을 키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담석에서는 크기보다 증상 유무가 질환의 중증도와 관련이 있다. 백 교수는 “돌이 얼마나 커졌느냐고 묻는 환자가 많은데 오히려 돌 크기가 작을수록 무서운 경우가 있다. 담낭관의 지름은 볼펜 심 크기 정도로, 여기에 1~2㎜밖에 안 되는 담석이 걸려 염증이 생기면 중증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증상이 없는 담석은 통상적으로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지 않는다. 결석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담낭 전체를 잘라내야 하고, 주변 장기의 일부를 함께 절제하는 경우도 있어 다른 장기와는 치료 기준이 다르다.

담낭에 염증이 오래되고 심해 주변 장기들과 엉겨 붙으면 수술 난도가 높아진다. 백 교수는 “환자들은 담낭 절제를 가벼운 수술로만 알고 있어서 염증이 심할 때 수술이 커질 수 있다고 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성 담낭염으로 염증이 주변 장기까지 퍼져 수술이 커지는 경우가 꽤 있다.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인지도가 낮아 병을 키운 후에야 오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급성담낭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경우에도 중증도가 높은 경우는 꽤 있다. 백 교수는 “담낭 벽이 썩거나 천공이 생긴 경우, 주변 장기와 엉겨 붙어 있는 사례들”이라며 “특히 담낭염은 나이가 드신 분들이 통증을 참고 병을 묵히다 오는 경향을 보이는 질환의 하나이면서 젊은 사람일수록 질환을 간과하는 면도 있는 질병”이라고 말했다.

복통·소화불량으로 위염, 역류성 식도염, 위경련 질환 등의 약물치료를 했음에도 한 달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면 초음파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또 건강검진 시 담석·용종이 있었는데 갑자기 소화불량 등 증상이 생겼다면 담낭 문제가 원인일 수 있음을 알아두는 것이 도움된다. 증상이 생겼다는 건 결석·용종에 변화가 생겨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백 교수는 “임상 경험을 보면 과체중·비만이었던 20, 30대 여성이 급격한 다이어트 이후 담석으로 인해 급성 담낭염이 생겨 담낭을 절제했던 사례들이 있다. 단기간에도 담석·담낭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무리한 체중 감량 후 소화불량·복통이 있으면 담낭 질환을 의심해보는 게 도움된다”고 말했다.

담석은 2.5~3㎝ 정도로 클 때 암과의 관련성이 높아진다. 다만 이 정도 크기의 담석을 가진 환자는 많지 않다. 백 교수는 “담석은 증상이 없으면 너무 자주 정기적으로 검진해 봐야 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삼계탕 먹을 땐 지방 많은 껍질 떼야

대한췌장담도학회에 따르면 담석 생성과 담낭염 발병 위험을 낮추는 식습관으로 ▶통곡물·채소의 불용성 섬유질을 하루 5g 정도 더 섭취하고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견과류·생선·올리브유를 챙겨 먹으며 ▶콜레스테롤 분해에 도움되는 비타민C 함유 식품이 도움된다. 식이섬유 5g은 딸기 12개, 오이 1.6개, 토마토 4개 정도에 있는 식이섬유량에 해당한다. 아이스크림·버터와 동물성 지방에 많은 포화지방은 담석 질환 위험도를 높인다.

무더위에 활력을 주는 삼계탕·추어탕, 장어구이 같은 보양식은 대부분 열량이 높고 지방·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 예컨대 삼계탕 한 그릇의 열량은 900㎉가 넘는다. 성인 하루 섭취 권장량의 절반에 가깝다. 삼계탕을 먹을 때는 지방의 대부분이 집중된 껍질은 빼고 먹는 게 좋다. 삼계탕 대신 반계탕을 선택해 섭취하는 열량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물은 남길 것을 권한다. 담낭 건강을 위해서는 녹황색 채소류 반찬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심심하게 양념한 나물 무침, 드레싱을 끼얹지 않은 생채소, 쌈 채소를 곁들이면 된다.

담낭 질환은 가족력이 있다. 부모·형제가 담낭 질환으로 수술받은 적이 있으면 본인도 같은 문제를 겪을 확률이 높아지므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도움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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