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배제된 스포츠 공정한가”…성전환 선수 ‘출사표’에 성소수자 단체 응원
오는 3일 개막하는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에 성전환 여성 선수인 나화린(37)씨가 국내 최초로 트랜스젠더 선수로서 출전하는 가운데 성소수자 및 인권 단체들이 응원을 보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일 성명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고한 성별 이분법에 도전하는 나화린 선수의 전력 질주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무지개행동은 “나 선수는 ‘나는 논란이 되고 싶다’며 트랜스 여성이자 한 명의 사이클 선수로서 한국 사회, 특히 스포츠 영역에서 공고한 성별 이분법에 커다란 물음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트랜스 여성의 경기 출전의 공정 여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나 선수가 제기한 것처럼 한발 더 나아간 질문에 관한 더 많은 사회적 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과 평등은 대립하지 않으며 트랜스젠더가 배제된 지금의 스포츠가 곧 공정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다양한 이들과 함께 공정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지 성명에는 무지개행동뿐 아니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가족구성권연구소, 성소수자부모모임 등 총 22개 단체가 참여했다.
● “대회 男·女·성소수자로 구별해야”
나 선수는 지난해까지 36년간 남성으로 살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그는 독립할 기반을 마련한 뒤 지난해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성전환(성확정) 수술을 받았다. 현재 공식적으로 성별은 ‘여성’이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도 2로 바꿨다.
자전거 타기에 재능이 있는 나 선수는 크고 작은 대회에서 6번이나 1등을 거머쥐었다. 2012년 열린 제47회 강원도민체육대회에서는 사이클 남자 일반1부 1㎞ 독주와 4㎞ 개인추발 등 4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나 선수는 이번 주말 양양에서 열리는 제58회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여자일반부 경륜·스프린트·개인도로 등 3개 종목에 출사표를 던졌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도민체전에 참가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여성부 출전에는 성별 외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공식적으로 ‘여성’이 된 나씨의 출전 자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강원도체육회 관계자는 “도민체전 출전 자격에서 성소수자를 제한한다는 규정은 없고 도민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체육대회도 출전 규정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 외 트랜스젠더에 관한 내용을 따로 두지 않아 실력만 뒷받침해 주면 전국체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나 선수는 자신의 출전이 불러 올 파장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기꺼이 논란의 중심에 서겠다”는 입장이다.
나 선수는 “온라인에 올라 올 악플은 신경 쓰지 않고 그럴 시간도 없다”며 “세간의 시선은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나 선수는 키 180㎝, 몸무게 72㎏의 건장한 신체를 자랑한다. 골격근량 32.7㎏다. 일반 여성의 평균 골격근량이 20~22㎏인 것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많은 수치다.
이에 대해 나 선수는 “우승을 한다면 (함께 출전한 선수들에게) 미안할 것”이라며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분히 예견되는 숱한 논란에도 나 선수가 출전을 결심한 것은 차별을 없애겠다는 강한 의지에서다. 나 선수는 “오래전부터 여자로 살아 왔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굳이 성전환을 한 것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성소수자가 제3의 성별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여로만 나뉘는 체육대회 종목별 부문에 ‘성소수자 부문’이 만들어질 수 있게 일조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나 선수는 “숫자가 적기는 하지만 남자·여자·성소수자 이렇게 셋으로 구별해야 한다”며 “이번에 대회에 나선 것은 잘못된 규정을 바로잡기 위한 외침”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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