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국제전 비화 과정 면밀히 추적
“남한의 북침설 검토 가치 없다” 일축
“일제 때 누적된 사회 모순의 결과” 주장
한국전쟁의 기원 1, 2-1, 2-2/브루스 커밍스/김범 옮김/글항아리/1권 4만원, 2-1권 3만5000원, 2-2권 3만5000원
한국전쟁에 관한 최고의 연구서로 수많은 이들에게서 찬사와 함께 비판도 받았던 책은, 미국의 세계 정책이 국제협조주의에서 냉전으로 본격적으로 선회하는 1947년을 분수령으로 두 권으로 나뉜다.
“세 번째 모자이크는 검토할 가치가 거의 없다. 남한이 38도선 전역에서 대규모 공격을 시작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전쟁이 시작됐을 때 북한은 그렇게 주장하지도 않았다”(2-2권, 339쪽)
다만, 그는 한국전쟁 발발 전부터 중소 규모의 유격전과 국지전으로 1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을 주목해 남침유도 가능성에 흥미를 가졌고, 북한의 남침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책임론 역시 강하게 주장했다.
책은 이어서 전쟁 발발 직후 미군을 비롯해 유엔군이 참전하면서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과정 역시 면밀하게 추적한다. 딘 에치슨을 중심으로 미국 정부가 한국전쟁을 자국의 안보 강화와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서 미군과 유엔군을 신속히 참전시키면서도 제한전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커밍스는 한국전쟁에 대해 지나치게 내전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았지만, 완역을 보면 내전적 성격을 띤 국제전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소 두나라의 대립으로만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문제 제기하기 위해 내전적 성격을 강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발발과 전개 과정, 휴전까지 한국전쟁 전 과정에 걸쳐서 미국의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분단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나는 1945년 이후 이 유서 깊은 나라를 경솔하고 분별없이 분단시킨 미국의 고위 지도자들이 촉발한 분열에 나 자신을 개입시키지 않으려 늘 노력했다는 사실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한국을 분단시킨 내 조국이었기 때문에 나는 늘 책임감을 느꼈다.”
커밍스의 책은 한국전쟁 자체보다는 한국전쟁을 둘러싼 국제적인 구조와 동학, 한국 사회 내부의 구조와 갈등에 집중함으로써 한국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기원, 한국전쟁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아울러 세계적 차원의 냉전 체제의 형성과 한반도 정책 간 관계나 ‘국가안보회의 문서 68’를 중심으로 미국 안보체제 형성과 한국전쟁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한편, 남한에 단독 정부를 수립하는 것과 일본이 동아시아의 경제적 거점으로 다시 복원하는 역코스 정책과 연결시키는 등 전후 동아시아 질서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론 해방 이후 한국전쟁 때까지 한국 사회가 겪은 격동적 변화와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촘촘하게 그린 ‘시대의 세밀화’를 볼 수 있는 것도 미덕이었다. 각종 이슈와 논란에 지레 겁을 먹고 원전에 다가가지 못한 ‘지적 나약함’이나 ‘기만의 순결주의’를 다시 반성하게 만들지도. 원제는 Origins Of The Korean War.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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