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권력 좇아 불법·합법 사이 줄타기… 원자재 중개업체의 민낯

송용준 2023. 6. 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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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적인 수출상품을 들라 하면 삼성반도체나 현대자동차 등을 떠올릴 것이다.

'얼굴 없는 중개자들'은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뉴스 등에서 20여년간 원자재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두 저자가 수많은 취재와 인터뷰, 비밀문서 분석 등을 통해 파악한 원자재 시장과 중개자의 모든 것을 공개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공급망 위기와 물가 상승, 패권 전쟁 등의 원인 중 하나가 원자재 중개업체와 중개자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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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중개자들/하비에르 블라스, 잭 파시/김정혜 옮김/알키/2만5000원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적인 수출상품을 들라 하면 삼성반도체나 현대자동차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원자재를 수입해 와야 한다. 대형마트에 라면을 비롯한 많은 가공식품들이 있지만 그 재료 역시 거의 다 해외에서 사 온 것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삼성과 현대, 농심과 CJ는 알아도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비톨, 카길과 같은 회사의 이름은 들어본 적조차 없을 것이다.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비톨은 세계 3대 원자재 중개업체이고 카길은 세계 곡물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이다.
하비에르 블라스, 잭 파시/김정혜 옮김/알키/2만5000원
‘얼굴 없는 중개자들’은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뉴스 등에서 20여년간 원자재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두 저자가 수많은 취재와 인터뷰, 비밀문서 분석 등을 통해 파악한 원자재 시장과 중개자의 모든 것을 공개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공급망 위기와 물가 상승, 패권 전쟁 등의 원인 중 하나가 원자재 중개업체와 중개자임을 보여준다.

이들 원자재 중개업체들은 기업 활동을 공개할 필요가 없는 비상장 체제로 운영되면서 조세회피처를 통해 거래하고, 독재국가와 비밀거래 등을 통해 철저히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독차지해 왔다.

이들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엄혹한 냉전시대에도 소련과 거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일반적 규칙이나 법칙을 지키지도 않았다. 오로지 돈과 권력을 좇아 세계를 누비며 불법과 합법 사이를 줄타기한다. 업체에 따라 석유, 알루미늄, 곡물 등 취급하는 자원이 다르고 국적과 언어, 인종이 달라도 선악의 기준이 없다는 점만은 공통요소다.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중개업체와 중개자들도 시대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패기’와 ‘인맥’이 성공의 발판이었다면,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1990년대 들어서는 선물과 옵션거래 등 금융 파생상품이 이들의 사업과 결합한다. 2000년대 중국의 세계경제 편입과 엄청난 성장은 세계적인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고,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누구든 부자가 되는 보증수표를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는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중국으로 인한 식량 가격 급등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린 반면, 원자재 중개업계에는 늘 그랬듯 투기로 떼돈을 벌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을 숨긴 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며 우리의 삶을 조종하고 있는 중개업자들의 드러난 속살을 보면 소름이 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영원히 ‘얼굴 없는’ 존재로 머물 수만은 없어 보인다. 이미 글렌코어는 상장사가 돼 자신들의 활동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후변화는 이들 중개업자의 주된 수입원이었던 화석 연료 시장을 축소하고 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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