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권력 좇아 불법·합법 사이 줄타기… 원자재 중개업체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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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적인 수출상품을 들라 하면 삼성반도체나 현대자동차 등을 떠올릴 것이다.
'얼굴 없는 중개자들'은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뉴스 등에서 20여년간 원자재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두 저자가 수많은 취재와 인터뷰, 비밀문서 분석 등을 통해 파악한 원자재 시장과 중개자의 모든 것을 공개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공급망 위기와 물가 상승, 패권 전쟁 등의 원인 중 하나가 원자재 중개업체와 중개자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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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중개자들/하비에르 블라스, 잭 파시/김정혜 옮김/알키/2만5000원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적인 수출상품을 들라 하면 삼성반도체나 현대자동차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원자재를 수입해 와야 한다. 대형마트에 라면을 비롯한 많은 가공식품들이 있지만 그 재료 역시 거의 다 해외에서 사 온 것들이다.
이들 원자재 중개업체들은 기업 활동을 공개할 필요가 없는 비상장 체제로 운영되면서 조세회피처를 통해 거래하고, 독재국가와 비밀거래 등을 통해 철저히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독차지해 왔다.
이들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엄혹한 냉전시대에도 소련과 거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일반적 규칙이나 법칙을 지키지도 않았다. 오로지 돈과 권력을 좇아 세계를 누비며 불법과 합법 사이를 줄타기한다. 업체에 따라 석유, 알루미늄, 곡물 등 취급하는 자원이 다르고 국적과 언어, 인종이 달라도 선악의 기준이 없다는 점만은 공통요소다.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중개업체와 중개자들도 시대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패기’와 ‘인맥’이 성공의 발판이었다면,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1990년대 들어서는 선물과 옵션거래 등 금융 파생상품이 이들의 사업과 결합한다. 2000년대 중국의 세계경제 편입과 엄청난 성장은 세계적인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고,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누구든 부자가 되는 보증수표를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는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중국으로 인한 식량 가격 급등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린 반면, 원자재 중개업계에는 늘 그랬듯 투기로 떼돈을 벌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을 숨긴 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며 우리의 삶을 조종하고 있는 중개업자들의 드러난 속살을 보면 소름이 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영원히 ‘얼굴 없는’ 존재로 머물 수만은 없어 보인다. 이미 글렌코어는 상장사가 돼 자신들의 활동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후변화는 이들 중개업자의 주된 수입원이었던 화석 연료 시장을 축소하고 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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