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문화가 산책] 신간을 만나다…<넷 포지티브> 외

김문영 2023. 6. 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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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포지티브

넷 포지티브 [사진=현대지성]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의 CEO를 맡아 탄소배출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출은 두 배로 성장시키는 성과를 달성한 폴 폴먼의 경영 스토리가 공개되었습니다.

폴먼은 유니레버를 10년 연속 '지속 가능성 기업' 세계 1위에 올려놓은 1등 공신입니다. 그런 그가 ESG경영보다 크고 도전적인 넷 포지티브(net positive) 개념을 제시합니다.

이는 기업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리로 세상이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순 긍정적' 영향을 창출해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함으로써 성과를 내는 경영 패러다임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와 찰스 다윈이 가장 오독된 인물 중 하나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애덤 스미스가 이기심과 함께 연민이나 정의도 나란히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애덤 스미스의 책 '도덕감정론'에는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기본 바탕에는 선한 본성도 있다"며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을지라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기도 한다"고 써 있습니다.

폴먼은 경쟁사와 고객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공개하라고 말합니다. 유니레버의 경우, 제품 라벨에 '향기'로 표시되는 모든 성분을 공개했고 1,000개가 넘는 자사 제품을 분석해 농도가 100ppm을 넘긴 화학물질을 온라인에 공개했습니다. 이에 초반에 협력업체가 긴장하기도 했으나 환경 관련 NGO가 유니레버를 공개적으로 칭찬하기에 이릅니다.

회사를 개방하면 협력 관계가 많아져 각국의 정부, NGO, 지역사회, 국제기구와 신뢰가 구축된다는 점도 강조됩니다.

유니레버는 다국적 기업임에도 신뢰를 얻어 유엔의 국가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워킹그룹에 들어갔고, 영국 정부가 공급망 인권 개선을 목표로 하는 위원회를 만들 때 유일한 민간 대표로 포함됐습니다. 덕분에 관련 사내 목표를 세울 때도 수월했단 설명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를 만날 때 입법 사항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세율을 낮춰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개선할 방향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하며 그것이 기업에 도움된다는 내용도 책에 담겨 있습니다.

한 예로, 유니레버 러시아 지사는 현지의 재활용 회사와 협력해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 병을 내놓은 뒤 플라스틱 무게가 아닌 종류에 따라 정부가 수수료를 징수하는 시스템이 더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업이 국가의 발전을 적극 도울 수도 있습니다. 유니레버 에티오피아는 지역 상품을 많이 구매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에티오피아 정부와 체결하고 구강 관리 제품 생산 공장을 건설했습니다. 이후 관련 교육에 투자해 에티오피아에서 2~3%에 불과했던 정기적인 양치질 인구 수를 늘렸고 매출을 올립니다.

저자는 넷 포티지브와 정반대인 정책을 유도하는 회사들은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쓰레기 배출량 제한 규정을 완화하기 위해 로비하면서도 '플라스틱 쓰레기 없애기 동맹'에 가입한 기업 등이 그 예시로 언급됩니다.

AI 이후의 세계

AI 이후의 세계 [사진=윌북]

정계·재계·학계의 세 거인이 인공지능(AI)을 주제로 4년에 걸쳐 논의한 내용이 한 권에 담겼습니다.

미국 닉슨 행정부와 포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담당 대통령보좌관, 제56대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A. 키신저와 구글 전 CEO인 에릭 슈밋, MIT 슈워츠먼컴퓨팅대학 초대 학장인 대니얼 허틀로커가 AI가 일으킬 혁명적 변화와 딜레마를 깊이 있게 다뤘습니다.

세 저자는 교육·물류·교통·치안·예술 등 방면에서의 AI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딥마인드 창업자,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 백악관 전 과학정책실장, 챗GPT 개발로 가장 주목받는 오픈AI의 CEO 등의 피드백을 받으며 원고를 보강했습니다.

저자들은 인사 담당 AI가 사람을 승진에서 탈락시키면 수용할 수 있을지, 안보 전문 AI가 적국을 타격하라고 제안한다면 장군이나 대통령이 따라야 할지, 이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고 그 결과는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지 등 여러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서도 AI가 영화 속에서처럼 인간에 반기를 들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AI의 투명한 운용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이롭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AI의 한계점도 상당수 소개됩니다. 그 중 하나가 개발자들도 AI가 무엇을 학습했는지 알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인간이 역으로 분석하고 당초 목표에 부합하는지 검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주요한 한계점은 AI가 인간처럼 맥락을 이해하거나 행동을 반추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교훈과 슬픔을 얻지만, AI는 그렇지 못합니다. 때문에 저자들은 인간이 AI를 규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합니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사진=을유문화사]

건축가 유현준이 스무살 때부터 33년 동안 충격과 감동을 받은 세계의 건축물 30개를 엄선해 소개하는 글을 내놓았습니다.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는 인문 건축가 유현준이 "이 건축물들을 통해 독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당대의 대중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혁신적 건축물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갑니다.

가령, 요즘 건축되는 빌라나 다세대 주택이 취하고 있는 필로티(Pilotis) 건축 방식의 선구자는 스위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년)입니다. 르코르뷔지에는 건축과 기계의 접목과 공장에서의 자재 대량 생산을 고민하다가 철근 콘크리트에 주목해 기둥만으로도 안전한 건물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대표작이 '빌라 사보아'가 탄생합니다.

하지만, 그랬던 그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과 최대한 닮은 꼴의 건축을 추구하면서 비대칭적인 '롱샹성당' 등의 건축물을 짓게 됩니다.

혁신을 추구한 세계 대표 건축물로는 퐁피두 센터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저자는 과거 건물 안에 숨기기 바빴던 각종 설비 파이프라인을 외관에 드러내 파격을 연출한 퐁피두 센터를 '본질을 묻는 건축물'이라고 소개하고,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물고기를 좇은 건축가의 꿈'을 담은 것이며 이후 독특한 형태를 보이는 수많은 건축물의 시초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밖에도 건축 구조로 "국회의원은 국민보다 아랫사람"이라고 보여주는 '독일 국회의사당', 하나로 이어진 연속된 구조로 미술관 공간에 대한 선입관을 깬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공공 공간을 만들어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한 'HSBC 빌딩'과 '씨티그룹 센터' 등이 조명되어, 각 장을 넘길 때마다 세계 주요 건축물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친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적의 단어들

이적의 단어들 [사진=김영사]

가수 이적이 생애 첫 산문집을 썼습니다.

3년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짧은 글들을 이따금 공개해온 가수 이적이 수차례 단편을 다듬고 미발표작들을 살펴 책을 만들었습니다.

책 '이적의 단어들'은 이적이 단어를 모티브로 쓴 산문집입니다. 책의 1부에서는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마주하는 의문점과 지향점을 돌아보고, 2부에서는 소설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소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3부에서는 같은 듯 다른 언어의 속뜻을 정확히 인식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4부에서는 이적이 걸어온 음악 길을 되짚어 봅니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앞으로 살아갈 길의 길이를 재어 봅니다.

어린 청년일 때부터 곡 '달팽이'와 '왼손잡이', '거위의 꿈'을 창작하고 꾸준히 다수의 명곡을 만들어낸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나이를 먹는 중년의 심정과 이석증을 겪으며 달라진 잠자리의 사정 등을 담담히 토로해, 독자 스스로의 감정과 인생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만들어진 붕괴

만들어진 붕괴 [사진=한스미디어]

미국의 워싱턴 정가와 월스트리트에서 40년 동안 금융계 경력을 다져온 저자 데이비드 A. 스톡맨이 세계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예견하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앞서 초고속 금리 인상과 뒤이을 주가 폭락, 자산 거품 붕괴룰 예견했던 스톡맨이 현재의 세계 자산 시장은 무법지대나 다름 없으며 아직 최악은 오직 않았고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공격'을 앞두고 각 개인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미국의 채권, 주식, 부동산 순으로 붕괴했고 최근에는 실리콘밸리 은행 등 일부 중소형 은행까지 파산하고 있습니다. 다음 단계로는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시작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스톡맨은 미국 미시간주 하원의원으로 활동했고,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소속 예산관리실 총무국장직을 수행한 뒤 사모펀드 회사인 블랙스톤 그룹에서 일하고 하트랜드 인더스트리얼 파트너스를 설립한 인물입니다.

저자는 지금의 위기가 시작된 시점을 1980년대 말로 지목하고 앨런 그린스펀이 연준 의장으로 취임하고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때부터 '붕괴'가 예고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FANGMAN)이 고평가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부동산 시장과 가상화폐 등이 핫한 투자처로 떠올랐으나 실체가 없으며, 가능한 한 부채부터 빨리 정리하고 구독서비스 이용료나 배달음식 비용처럼 쓸데없이 새어나가는 돈을 줄이고 최대한 저축할 것을 조언합니다.

아울러 공매도 등 주가 하락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역발상도 달성할 수 없는 구시대 목표가 됐고, 리스크 기피 투자자들의 요새였던 채권의 가격이 향할 곳도 낭떠러지라고 말합니다. 매우 낮은 수익률이 장기간 유지되면 채권 가격이 급격히 부풀려져 더 이상 상승할 수 없단 것입니다.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 금을 소유하고 현금을 확보하며, 물가연동채권에 비중을 두고 고평가된 투기성 주식도 풋옵션 매수를 하라고 말합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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