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모인 유럽 47국 정상… “푸틴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6. 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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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아랫줄 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등이 1일(현지시각) 불보아카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다른 유럽 지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대륙 47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급변하는 정세를 논의했다. 1일(현지 시각) 동유럽의 소국 몰도바의 불보아카에서 개최된 제2차 유럽정치공동체(EPC) 회의다. EU의 틀을 넘어 러시아를 제외한 범(汎)유럽 차원의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지난해 10월 체코 프라하에서 첫 회의를 가진 지 8개월 만에 두 번째 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 간판 지도자들이 총출동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회의가 열린 불보아카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불과 50㎞ 거리다. 범유럽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맞서 전선 부근에서 손을 맞잡고 연대하는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젤렌스키는 몰도바와 연대한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회의가 몰도바에서 열린 데 주목하고 있다. 몰도바는 옛 소련권 국가 중 영토가 가장 작고, 국력도 미약한 나라다. 언어·민족적으로는 루마니아계가 다수지만 친러와 친유럽, 루마니아 민족주의 세력으로 나뉘어 끊임없는 정쟁을 벌여왔다. 또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동부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은 따로 떨어져 나가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작가 에릭 바이너가 자신의 책 ‘행복의 지도’에서 정치적 불안과 낮은 소득으로 인한 몰도바의 음울한 상황을 빗대 ‘가장 불행한 나라’라고 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다음 목표로 몰도바를 침공한 뒤 크림반도·돈바스를 점령한 것처럼 트란스니스트리아를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은 친 유럽파다. 지난해 3월 EU 가입을 신청했고, 올해 2월엔 “러시아가 반정부 시위를 획책, 정부를 전복하고 친러 꼭두각시 정권 수립을 꾀하고 있다”며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4월엔 옛 소련권 국가의 협의체인 독립국가연합(CIS) 탈퇴 의사도 표명했다.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유럽 대륙의 평화를 회복하고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이번 회의의 목표”라고 밝혔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와 발칸인사이트는 “몰도바에서 EPC 회의가 열린 것만으로도 푸틴에게는 위협적인 메시지”라며 “유럽의 강력한 ‘반(反)러 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지난달 러시아군과 친우크라이나 세력의 교전이 벌어진 러시아 남부 벨고로트에서 교전이 재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1일 “우크라이나 지상군 부대가 벨고로트 침공을 전격적으로 시도했지만, 이들의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별도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벨고로트의 전투 상황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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