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존재’를 위한 명랑한 위로[책과 삶]
없는 층의 하이쎈스
김멜라 지음
창비 | 332쪽 | 1만6000원
군사독재 시절 하숙집 주인 ‘사귀자’는 소시지 반찬을 아낌없이 내놓아 하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는 글자를 읽을 줄 몰랐지만 글씨를 잘 쓰는 명필이었다. 그는 어느날 의젓한 대학생이 써달라는 대로 글씨를 써줬다. 자신이 써준 글씨 중에 ‘김일성 만세’가 있었다는 사실은 간첩으로 몰려 수사를 받을 때 알았다. ‘아세로라’는 남동생을 잃고 죄책감에 짓눌려 산다. 부모는 범죄자가 됐다. 사귀자와 아세로라는 미등록 상가 쪽방에 숨어 산다. ‘없는 층’에서 ‘없는 사람’인 것처럼 산다.
김멜라의 장편소설 <없는 층의 하이쎈스>는 두 여성 주인공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한다. 실제 하숙집을 운영한 김멜라의 외갓집과 ‘조국 통일’을 위해 학생운동을 하다 옥살이를 한 삼촌이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됐다. 가난과 소외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가벼운 속도와 명랑한 리듬이 돋보인다.
‘없는 사람’이란 타인이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 사람이다. 사귀자와 아세로라는 서로의 슬픔을 보며 가까워진다.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과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춘다. 김멜라는 아세로라의 입을 빌려 “궁금해하고 계속 아파한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썼다.
김멜라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동물 등에 대한 편견을 유쾌한 언어로 전복해왔다. 2014년 단편소설 ‘홍이’로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적어도 두 번>과 <제 꿈 꾸세요>의 주인공 모두 소수자였다. 소설집에 실린 ‘나뭇잎이 마르고’는 2021년 문지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저녁놀’은 2022년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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