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여정’ 끝엔 치유와 성장[책과 삶]

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문학동네 | 316쪽 | 1만6000원
화자 해미는 염증이 나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전시회장을 다니다가 대학 시절 친구 우재를 만난다. 둘은 무심한 듯 유심한 듯 관계를 맺다가 어느덧 연락이 끊긴 사이였다. 우재는 대학 시절 해미가 “이모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던 것을 기억해낸다. 해미는 청소년기 2년 정도 독일에 살면서 만난 ‘이모들’을 떠올린다. 그곳에는 해미의 친이모를 비롯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혹은 자유로운 삶을 찾기 위해 독일로 떠나온 간호사 이모들의 공동체가 있었다.
<눈부신 안부>는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다수의 소설집과 산문집 등을 펴낸 백수린의 첫 장편이다. 작가가 데뷔 이래 줄곧 ‘일관된 호흡’ ‘깊고 천천한 시선’ ‘아름다운 문장’을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등단 12년 만의 장편’은 늦은 감이 있다. <눈부신 안부>는 그 기다림에 값한다. 따뜻함과 반짝임을 고루 간직한 문장들은 여전하면서, 긴 호흡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도 달리지 않는다.
크게는 해미와 독일에서 사귄 친구들이 투병중인 ‘선자 이모’의 첫사랑 ‘K.H.’를 찾는 이야기다. 성(姓)도 주소도 모르고 이니셜만으로 사람을 찾는 것은 10대 중반 아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해미는 1997년 외환위기로 귀국한 뒤에도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아간다. 뒤늦게라도 ‘K.H.’를 찾으려는 해미는 과거의 상처를 더듬고 현재의 감정적 난관에 직면한다. 해미와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아픔을 갖고 살지만, 홀로 통곡하거나 타인을 힐난하기보다는 지혜롭게 위로하는 말들을 낮은 목소리로 주고받는다. 이 사람들은 이상적으로 사랑스럽다.
<눈부신 안부>는 파독 간호사의 삶에 대한 섬세한 소설적 보고서이면서, 해미와 우재의 머뭇대는 연애 소설이기도 하다. 두 측면에서 모두 성공적이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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