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좋아지면 위험 줄어든다’는 건 오해·편견…자살 위험만 더 키운다[책과 삶]

김원진 기자 2023. 6. 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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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로리 오코너 지음·정지호 옮김
심심 | 424쪽 | 2만4000원

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 중 자살에 이르는 이는 5% 미만이다. 누군가 안위가 걱정될 때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접 물어보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줄 수 있다. 감정 상태가 좋아지면 자살 위험이 줄어든다는 말은 귀담아들으면 안 된다. 본인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자살을 결심했다면, 문제를 풀 해결책을 찾았다는 생각에 감정 상태가 고조된 것일 수 있다.

자살 연구자 로리 오코너는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에서 자살을 둘러싼 잘못된 통념에 구체적인 반론을 내놓는다.

그는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자살의 위험을 키운다고 말한다. 자살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시선이 늘어날수록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주변에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는 자살에 관한 오해를 하나씩 풀어가며, 자살에 이르게 되는 이유를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자살이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놓인 삶의 조건은 물론, 스트레스를 일으킨 사건과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자살은 죽음을 갈망하는 행위가 아니라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끝내려는 행위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의 양은 정해져 있다. 자살은 이기적 행위도, 비겁한 이의 출구도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오히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살 위기에 놓인 당사자를 위한 개입 방법,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을 돕는 방법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단순한 연락 유지도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간헐적인 연락도 어렵고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라는 신호가 된다. 저자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자살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자살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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