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의 미학이 출렁이는 '주신의 잔소리'[신간]

박효순 기자 2023. 6. 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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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작가 “술잔은 화합입니다”

술은 악마가 흘린 천사의 눈물인가, 천사가 흘린 악마의 눈물인가? <탈무드>에는 ‘술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악마가 사람들을 찾아다니기가 너무 바쁠 때는 그 대리인으로 술을 보낸다’는 구절도 <탈무드>에 등장한다. 이는 술을 절제하라는 의미의 경구로 흔히 쓰인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김성윤씨는 최근 펴낸 <주신(酒神)의 잔소리>(도서출판 선은)에서 자신이 수집한 다양한 술잔 사진과 함께하는 시(詩)와 같은 글을 통해 ‘술잔의 미학’을 성찰한다.

<주신의 잔소리> 표지

이 책은 △잔, 진심을 담다 △잔, 감정의 악기 △술, 마음의 열쇠 △술, 길을 묻다 △잔, 그리움을 품다 △술, 잔으로 연주하다 등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100개가 넘는 술잔 사진마다 시적인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이 책의 뒷부분 ‘술, 잔으로 연주하다’에서는 술과 술잔과 관련한 역사와 전통, 풍속과 일화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담았다.

저자는 그 동안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수백 개의 희귀한, 이색적인, 비싼 술잔들을 모았다. 혜호배, 마두식 각배, 촉루배, 계영배, 청동배, 동물잔, 뿔잔 등 다채롭기 그지 없는 잔들이다. 술잔마다 크기와 형태와 두께와 깊이와 색상 등 특징이 존재한다. 의미와 사연이 각자 남다름은 물론이다. 술잔들에 대한 작가의 감흥과 통찰은 다양한 제목의 시적 표현으로 되살아났다.

“술은 능력이요, 잔은 화합이다. 술은 자유이고 잔은 구속이다. 술 맛의 완성은 술잔의 선택에 달렸다.”

마두식 각배

김 작가는 이번 <주신의 잔소리>를 통해 술잔의 낭만성 못지 않게 ‘절제와 화합’의 깊은 의미를 강조하는 듯하다. 이는 술과 건강이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술의 절제는 건강에 필수적이다. 적절한 음주는 알코올테라피 영역의 기본 수칙이다. 그래야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소통에 도움이 되면서 정신건강을 이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후헌 정극인은 <상춘곡>에서 ‘수놓고 먹으리라’고 했다. 한 잔 한 잔 세어가며 마신다는 것인데, 음주의 절제를 기막히게 묘사한 구절이다. <삼국지>의 관우는 동탁 토벌전에서 조조가 따라준 뜨끈한 술을 그대로 놔두고 달려나가 화웅의 목을 벤 뒤에 당당하게 돌아온다. 아직 식지 않은 술을 마시면서 일약 ‘삼국지 스타’로 데뷔한다. 기자는 이 부분에서 ‘관우의 절제미’에 방점을 찍고자 한다.

스스로를 알코올테라피스트로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는 술을 마신다는 것에 대해 “술자리는 서로 섬기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면서 “술이 비워지고 잔이 남아있는 것은 사랑을 기억하고 나누고 베풀며, 다시 만실 날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잔의 미학(글·알코올테라피스트 김성윤)

신성(神性)을 증류하여 만들어진 술은 내 안의 신과의 통로를 열어준다. 사랑이 회복되며 하늘의 축복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술을 마셔 신성을 일깨우면 신의 신성으로 용서와 화해를 허락하고 삶의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 단, 과음 했을 때 악마화가 나타나고 폭성이 드러나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술의 성품의 비밀은 주량(酒量)에 있다. 주도(酒道)는 주량학(酒量學)에서 시작된다. 적당한 양을 마셔 하늘문이 열리는 순간까지가 중요 핵심이다. 너무 많이 마시면 치명적인 약물로 괴물이 된다. 그래서 술의 양을 계산하는 술잔이 하늘 관문 역할을 한다. 모든 술잔은 술에 따라 알코올량이 계산되어 만들어졌다.

또한 고대(古代)부터 제례에서 하늘 복을 담고, 감사하는 술잔은 귀하게 여겼으며, 백성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술잔의 상징성은 신비롭다. 농경 사회의 화합과 질서를 유지하며 인류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천지만물을 섬기고 감사하는 제례에 올리는 술과 술잔을 소중히 하며, 그 기록을 남겨 보존하고 신과 조상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술이 비워지고 잔이 남아있는 것은 하늘의 복을 나누고 베풀며 감사함으로써 다시 신성 증류주를 마실 날을 기대하는 것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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