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권한’ 선관위 ‘위상’ 대결…배경엔 ‘정치적 불신’
‘소쿠리 투표’ 논란 뒤 두 번째
선관위 “헌법상 대상 아냐”에
감사원법 근거 “제외 아니다”
보수 불신에 기댄 강성 감사원
선관위, 전례 막고 독립 지키기
‘아빠찬스’ 여론 악화 속 기싸움
감사원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감찰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두 헌법기관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을 내세워 감사 거부 입장을 천명했고,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근거로 감사를 거부하면 사법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렸다. 이들의 충돌은 선관위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라는 현안을 넘어 보수 진영에서 쌓여온 선관위에 대한 불만,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끄는 감사원의 강성 성향, 헌법기관 위상을 지키려는 선관위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응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도 선관위는 일반 행정(조직·운영)이나 회계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정기감사를 받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 사안이 불거졌을 때 벌이는 직무감찰이다. 역사상 감사원이 선관위를 직무감찰한 적은 없다.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서 불거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감사원은 직무감찰을 주장했지만 선관위가 거부한 바 있다.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 권한이 있다는 근거로 든 조항은 감사원법 24조 3항이다. 직무감찰 범위 대상 공무원에서 국회·법원·헌법재판소를 제외하는 내용이다. 감사원은 1995년 법 개정으로 제외 대상을 기존 국회·법원에서 헌법재판소까지 확대했는데, 이때 국회에서 논의 끝에 선관위를 넣지 않은 것은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을 받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권한은 있지만 지금까진 선관위를 존중해 직무감찰을 자제해왔다고 주장한다.
반면 선관위는 헌법 97조에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행정기관 및 그 공무원의 직무’로 돼 있는 점을 앞세운다. 행정부 밖의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여기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는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17조에 선관위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한다는 규정도 근거로 들었다. 감사원은 “이 규정은 인사혁신처에 의한 행정부 내 감사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정치적으로는 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여권과 감사원의 이해가 맞아들어간 측면이 있다. 보수 진영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연이은 선거 패배 과정에서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방조하고 더불어민주당 편을 든다는 주장이 힘을 키워왔다. 선관위를 이대로 두고 내년 총선을 치르면 안 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왔다. 감사원은 유 총장하에서 현 정부 코드에 맞는 감사를 밀어붙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감사원 입장에선 지금이 선관위라는 벽을 깨고 감사 권한을 확대하는 호기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국회가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선관위의 수사 의뢰에 따른 경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감사원까지 직무감찰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선관위는 여론의 불리함 속에서도 헌법기관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기관은 모두 헌법상 독립된 지위를 가졌지만 감사원은 행정부에 속해 있고, 선관위는 행정부와 별도로 존재한다. 예외적으로 직무감찰을 허용하는 전례를 만들었다가 향후 선거 관련 사안에서도 감사원의 통제를 받으면 선관위의 중립성·독립성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하는 선택적인 거부가 아니다”라며 “헌법 규정상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미덥·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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