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라" vs "더 사라"…엔비디아 고점 논란, 끝장 토론[오미주]

권성희 기자 입력 2023. 6. 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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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AFPBBNews=뉴스1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가장 핫한 기업, 엔비디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엔비디아가 AI(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올라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AI 칩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한다고 해도 엔비디아의 주가 수준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엔비디아는 올들어 1일(현지시간)까지 172% 폭등했다. 지난 5월 한달 상승률만 36%에 달한다.

그렇다면 엔비디아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추격 매수해도 될까. 아니면 고평가 리스크가 큰 만큼 외면하는 것이 좋을까.

주가 급반등하며 다시 400달러 육박
엔비디아는 지난 5월30일 한 때 419.38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다음날인 5월31일에는 고평가 지적이 잇따르며 5.7% 급락한 378.34달러로 마감했다.

1일엔 다시 5.1% 반등하며 397.7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엔비디아의 급반등은 트루이스트의 애널리스트인 윌리엄 스턴이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힌 영향이 컸다.

스턴은 엔비디아가 AI 붐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유통 채널을 조사한 결과 엔비디아의 비싼 고성능 칩이 여러 곳에서 재고가 바닥났다며 엔비디아의 매출액이 광범위한 제품군에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핵심 사업은 고성능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이다. GPU는 초기에 비디오 게임에 주로 사용됐지만 AI 모델을 학습시키는데도 매우 효율적이란 사실이 확인됐다.

엔비디아는 새로운 GPU를 선보일 때마다 성능을 몇 배 이상 향상시키면서 현재는 AI에 사용되는 고성능 GPU 시장의 80%를 점하고 있다.

AI 네트워킹에서도 절대 강자
게다가 엔비디아는 AI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고하게 해주는 2가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첨단 네트워킹이다.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때로는 동시에 수천개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칩이 필요하다. 이러한 칩은 AI 맞춤형 고성능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교환한다.

엔비디아는 2019년에 데이터센터 서버와 스토리지 시스템을 연결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시스템 구축에 강점을 가진 이스라엘 반도체회사 멜라녹스를 인수했다. 이 결과 엔비디아는 AI 네트워킹 시장의 78%를 점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5월29일에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구축한다고 밝혔는데 이 슈퍼컴퓨터 구축도 멜라녹스가 담당한다.

AI 소프트웨어 통해 지배력 강화
엔비디아의 또 다른 강점은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쿠다다. 쿠다는 엔비디아 칩에서만 실행되는 소프트웨어인데 개발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엔비디아는 2006년부터 게임용으로 사용되던 GPU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쿠다를 구축해 대학과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배포했다. 이 결과 2010년대 초반에 학술대회에서 "AI 학습과 연산에는 GPU가 CPU(중앙처리장치)보다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쿠다는 경쟁업체의 AI 칩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일종의 해자(방어를 위해 성 주위를 둘러 판 못)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의 주가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엔비디아의 이러한 강점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한다.

이들이 문제삼는 것은 이러한 강점에 따른 성장 잠재력을 인정한다고 해도 엔비디아의 주가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내부자들도 엔비디아 주식 매도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에서 기업재무와 주식 밸류에이션을 가르쳐 '밸류에이션 학장'이라 불리는 애스워스 다모다란 교수는 지난 5월30일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250억달러 규모의 AI 칩 시장이 10년 후 3500억달러로 커지고 엔비디아가 이 시장 전체를 독식한다고 해도 엔비디아의 가치는 최근 고점 대비 20% 더 낮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크 인베스트먼트(ARKK)의 최고경영자(CEO)인 캐시 우드도 자신의 트위터에 "2014년부터 엔비디아가 AI 시대를 계속 주도할 것으로 믿었지만 주가가 올해 예상 매출액의 25배에 달해 너무 앞서가고 있다"며 엔비디아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투자 전문 매체인 모틀리 풀에 따르면 엔비디아 내부자들조차 엔비디아 주식을 추가 매수하기보다 매도하고 있어 주가 고점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주에는 엔비디아 이사회의 이사 2명이 엔비디아 주식을 팔았다. 텐치 콕스는 보유주식의 약 3%인 3790만달러어치를, 퍼시스 드렐은 보유주식의 약 18%인 300만달러어치를 매도했다.

경쟁과 규제도 리스크 요인
경제 전문 매체인 이코노미스트는 AI 열풍이 식을 수도 있다는 점과 AI 열풍이 지속된다고 해도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AI 칩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엔비디아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 규제도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AI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는 만큼 AI 규제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미국 정부는 지난해 안보를 이유로 고성능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하드웨어 업체의 한계?
엔비디아가 애플처럼 수많은 사용자를 거느린 자체 생태계를 가진 플랫폼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 상승세가 제약을 받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뉴욕대 교수인 다모다란은 현재 시총이 1조달러가 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은 모두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광범위한 사용자층을 자사의 기업 생태계로 유입시키는 회사인 반면 엔비디아는 반도체를 판매하는 하드웨어 업체라며 시총 1조달러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때도 논쟁이 되는 이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기능 소프트웨어를 통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전기차를 아무리 많이 판다 해도 도요타 같은 평범한 자동차 하드웨어 기업일 뿐이고 이 경우 주가 상승 여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단순 하드웨어 기업은 경기 순환에 따라 실적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통상 높은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받기 힘들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에 투자하는 이유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엔비디아 고평가론에 대해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1일 내년 주당순이익(EPS) 기준으로 엔비디아의 PER은 48배로 S&P500지수 18배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는 향후 수년간 EPS의 연평균 성장률은 두자리수로 주가순이익성장비율(PEG=PER/EPS 성장률)이 2배가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S&P500지수는 향후 수년간 연평균 EPS 성장률이 8%로 PEG가 2배가 넘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코노미스트는 AI시장을 둘러싼 버블 논란과 경쟁 심화 우려, 규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엔비디아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AI 열풍이 식더라도 AI용 GPU는 엔비디아가 GPU를 암호화폐 채굴용으로 판매했던 것보다는 활용도가 훨씬 더 클 것이란 지적이다.

AI 칩 경쟁사 중에 엔비디아처럼 AI 칩과 소프트웨어, 네트워킹을 함께 묶어 제공하는 기업이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엔비디아가 애플 등과 달리 자체 생태계가 없다는 다모다란의 지적과 관련해서도 칩과 소프트웨어, 네트워킹을 패키징해 제공하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규제 리스크에 대해선 규제가 성장을 위축시킬 수는 있지만 죽일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빅테크 기업만 해도 다방면의 규제 리스크에 노출돼 있지만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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