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 42%가 겪는 경력단절, 이래선 저출생 극복 못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25~54세 여성 10명 중 4명이 경력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리 두기 시행 후 집에 있는 자녀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던 여성이 많았다는 뜻이다. 여성가족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경력단절 여성 경제활동 실태조사’에서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9년 35%였던 이 비율은 지난해 42.6%로 증가했다. 그간 경력단절 여성이 감소세였던 데는 혼인 기피와 저출생이라는 한국 사회의 그늘진 단면도 있다. 그런데 그 비율이 코로나19로 3년 새 7.6%포인트나 껑충 뛴 것이다.
여성들이 일을 그만둔 직접적 요인으로는 ‘아이 돌봄 문제’가 꼽혔다. 비대면 수업 등으로 집에 있는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일을 그만뒀다는 얘기다.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은 비율은 58.4%로, 자녀가 없는 기혼 여성(25.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이 대면 소비를 꺼리면서 여성 종사자가 많은 서비스업이 위축된 것도 경력단절 여성 비율이 높아진 이유가 됐다.
경력단절 기간도 평균 7.8년에서 8.9년으로 늘어났다. 일터를 떠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 여성의 고용률이 30대에서 크게 낮아졌다 40대에 다시 상승하는 M자형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취업을 한다 해도 저임금 업종에서 일하게 돼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경력단절이 임금·승진에 상당한 손실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부동의 꼴찌를 기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출산과 육아를 택할 수 있겠는가.
이번 조사에서 여성들이 가장 바라는 정책은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할 ‘양질의 일자리’와 경력단절을 예방할 ‘양질의 돌봄시설’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실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용한 직장인은 5.9%,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쓴 직장인은 6.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출산·육아 부담을 줄일 실질적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돌봄 영역을 시장 경쟁 시각으로 접근하려 하고 있다. 촘촘한 육아 복지 제도를 마련해야 한국 사회의 미래가 걸린 저출생 문제도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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