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직속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은 신중해야

기자 입력 2023. 6. 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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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앙위원회 내 독립기구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외부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그러나 감사원 직무감찰은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감사원이 “정당한 감사 활동 방해”라고 반발하며 두 헌법기관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주재한 선관위원회의 후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선관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헌법 97조에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행정기관 및 그 공무원의 직무’로 돼 있어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회계에 속하지 않는 일체의 사무에 관한 감사는 직무감찰에 해당한다고 본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감사 거부 결정에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방해하는 행위는 감사원법에 따라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맞섰다. 감사원은 ‘국회·법원·헌법재판소를 제외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된 공무원 직무’를 감찰 대상으로 둔다는 감사원법 24조를 선관위 직무감사가 가능한 근거로 제시했다. 선관위가 감사 제외 기관으로 명시되지 않아 직무감찰 대상이라는 것이다. 선관위는 헌법 정신을,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내세워 법리 공방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은 지난해에도 선관위의 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에 대해 직무감찰을 시도했지만 선관위는 같은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1963년 설립 후 단 한 번도 감사원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다.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지금도 존중돼야 하는 헌법 정신이다.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적 기관이지만 대통령 소속이어서 선관위 직무감찰이 정치적 의도로 비칠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은 탈원전·방송통신위원회·국민권익위 감사 등으로 핵심 가치인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법치주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발언도 했다. 감사원은 선관위 직무감찰 시도를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관에 임명된 노 위원장 흔들기로 바라본다는 점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공정과 정의의 대명사가 되어야 할 선관위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이다. 주요 보직의 외부 개방과 경력채용 개선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선관위는 소쿠리 투표 사태 후 자체 감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음에도 자녀 채용 문제가 터졌다. 이는 자정 기능을 의심케 한다. 선관위는 약속한 대로 국회·국민권익위 조사,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폐쇄적인 구조와 그릇된 인사 관행을 처절한 쇄신으로 바로 세워, 헌법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분명한 건 선관위의 독립적 지위는 보장돼야 하고, 이를 흔들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 제도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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