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와 가해자 조카 손 잡았다…전직 대통령과 악연의 두 여인
성추행 피해자인 E 진 캐럴
소설 같이 쓰기로 의기투합
“정치색 없는 순수 연애소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리의 로맨스 소설 ‘디 이탤리언 레슨’(The Italian Lesson)’은 내년 미국의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을 통해 출간될 예정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카페를 운영중인 사연 많은 미국인 여성이 현지 포도 농장 주인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거나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은 소설에 담겨있지 않다. 현재 줄거리는 완성됐고 3분의 1 가량이 집필된 상태다.
메리와 캐럴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당시 비대면 뜨개질 모임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들은 서로 교류하며 향후에 로맨스 영화의 각본을 공동 집필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시나리오 대신 소설로 방향을 틀었다. 메리는 2020년 삼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치부를 폭로한 저서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으로 논픽션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상태였다. 그러나 픽션엔 경험이 없었고, 로맨스 소설을 써본 적도 전무했다. 홀로 집필을 시도한 캐럴은 금새 벽에 부딪혔다. 메리를 도운 사람이 캐럴이었다. 최근 27년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민사 소송에서 승소한 캐럴은 과거 패션잡지 엘르에 ‘E. 진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칼럼을 연재한 경험이 있었다. 소설 집필은 메리가 맡고, 로맨틱한 아이디어는 캐럴이 제공하는 식으로 분업이 이뤄졌다.
두 사람은 성적인 묘사 수위를 두고 종종 대립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정치에 관한 내용은 완전히 배제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캐럴은 출간 예정 소설에 대해 “독자들에게 탈출구를 제공할 것”이라며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메리와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악연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트럼프 가문의 장남이었던 프레드 주니어의 딸 메리는 자신 몫의 유산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고모 등이 빼돌렸다고 주장하며 2020년 유산 반환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또 같은해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이라는 저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직하지 못하고 공감능력이 낮은 ‘나르시시스트’이자 ‘소시오패스’라고 비판했다. 캐럴은 2019년 출간한 회고록 ‘남자가 필요한 이유’를 통해 1996년 뉴욕 맨해튼의 한 고급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캐럴은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의 배심원단으로부터 500만 달러(약 66억 원)라는 엄청난 금액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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