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떼법이 주저앉힌 혁신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첫 장면은 오드리 헵번이 우아한 자태로 택시에서 내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강렬한 노란색이 인상적인 '옐로캡'은 미국 뉴욕을 상징하는 명물 중 하나지요.
하지만, 몇 해 전부터는 차량 공유서비스인 우버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위기를 겪습니다.
택시 면허인 '머댈리언'을 사려면 100만 달러, 우리 돈 13억 원 넘는 거액을 줘야 하는데 이렇게 진 빚에 손님까지 귀해지자 10명 안팎의 택시 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3월, 우버 앱을 통해 옐로캡까지 호출할 수 있게 합의를 이루며 상생의 길이 열립니다. 기사들은 더 이상 손님을 기다릴 필요가 없고, 우버의 주가도 껑충 뛰지요.
이렇게 세계가 모빌리티 혁신에 맞춰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를 보면 고구마 몇 개 먹은 것처럼 답답해지죠.
어제 대법원은 '불법 콜택시'라며 기소된 타다 운영업체 '쏘카'와 이재웅 전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3년 8개월 재판에 최종 무죄가 났지만, 그 사이 타다의 사업 모델은 죽었죠.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음에도 국회가 2020년 '타다 금지법'을 만들어 대못을 박아놨기 때문입니다.
'6시간 이상 사용하는경우'로 요건을 강화해놨으니 예전처럼 타다를 쓰려면 부산이나 다녀와야 할 판입니다.
11인승 승합차를 렌트하면 운전기사를 함께 보내주는 타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원래 합법입니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이 반발하자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이들 편이 됐지요.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택시 기사 표 계산에만 급급했던 겁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자성하기보다 "국회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타다 금지법'을 제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사회적 합의요, 우리가 언제 그런 합의를 했지요.
질 좋은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한 국민만 복장 터질 노릇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어디 혁신 서비스가 싹이나 틔울 수 있겠습니까.
다음 총선이 10개월 앞으로 닥쳤으니 여야 국회의원들 눈에는 이제 또 표 밖에는 보이는 게 없을 텐데….
걱정 많은 국민은 이렇게 따져 묻고 싶습니다.
혁신을 저주하다 못해 주저앉혀 버리고 기득권과 포퓰리즘에 야합해 금배지를 달고 나니, 먹고 살 만하시던가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떼법이 주저앉힌 혁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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