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헤어질 결심’ 각본집은 한국문학 작품일까 아닐까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6. 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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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미디어 시대, 탈경계ㆍ탈장르 논의 활발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중소기업에 취직한 29세 사회초년생 조충범의 PTSD를 그린 웹드라마 ‘이과장의 좋좋소’ 대본집은 한국문학 작품일까 아닐까.

정서경의 ‘작은 아씨들’, 양희승의 ‘일타 스캔들’ 대본을 묶은 책은 역시 문학일까 아닐까. 아이유·이선균 주연의 ‘나의 아저씨’ 대본집,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스카이캐슬’ 대본집, 그리고 영화 ‘헤어질 결심’ ‘기생충’ 각본집도 문학 작품으로 봐야 할까.

트랜스 미디어 시대가 급속도로 전개되면서 ‘장르 혼종’이 성행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 장르가 해체되고 재규정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경계와 혼종’ 세미나
지원범주 확대·정책방향 논의하기도
한국문학번역원은 최근 ‘문학의 경계와 혼종’이란 제목의 세미나를 열고 한국문학 범주를 어디까지 확대할지와 정책방향을 논의했다. 독서인구가 감소하면서 문학이 위축되는 추세이지만 영화 각본집, 드라마 대본집으로 눈길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화진 연세대 글로벌한국학연구소 교수는 세미나에서 ‘노희경 드라마 대본집’ ‘김수현 드라마 전집’ ‘나의 해방일지’ 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2010년대 이후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들의 ‘다시 읽기’ ‘깊게 보기’의 한 방법으로 드라마 대본집, 영화 각본집 출판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팬덤에 기반한 대본집과 각본집 열풍은 출판시장을 뒤흔들 정도였다. ‘나의 아저씨’ 대본집 1, 2권은 출간과 동시에 전체 종합 베스트셀러 1, 2위에 올랐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대본집
영화 ‘작은 아씨들’ 각본집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대본집
웹소설 시장 규모는 이미 국내에서만 6000억원, 웹툰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한때 ‘쪽대본’으로 불리던 드라마 대본집 수요가 웬만한 베스트셀러 인기를 압도해버린 것이다. 작년엔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집, 이에 앞서 2016년 영화 ‘아가씨’ 각본집 등 유명 영화의 각본집도 출간 때마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크게 화제가 됐다.

이 교수는 “희곡과 시나리오는 이미 무대화, 영상화의 잠재성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작 및 공개 후 책으로 출판된다”며 “대본집 열풍은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드는 탈경계적 문화 경험을 준다. 영상 문화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번역원은 대본집, 각본집, 웹툰, 웹소설 등 원천 콘텐츠를 지원 범주에 넣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향후 정책 방향을 수립할 예정이다.

영화 ‘기생충’ 각본집
영화 ‘기생충’ 각본집 첫 부분.
한국언론재단 ‘신문과 방송’ 5월호
커버스토리 ‘OTT 저널리즘’ 다뤄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의 포스터
OTT 등 신종 장르에서도 탈경계, 탈장르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언론재단은 지난달 발행한 ‘신문과 방송’ 5월호 커버스토리 주제를 ‘OTT 저널리즘’으로 삼았다.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미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가 500편이 넘고, 이 중 120편이 범죄를 소재 삼았다. 과거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등에서 진행하던 범죄물 다큐멘터리가 OTT로 옮겨오면서 저널리즘의 역할을 대리 수행한 것이다.

JMS 정명석의 심각한 성범죄 의혹을 추적한 ‘나는 신이다’는 OTT 저널리즘 논란을 가장 극렬하게 촉발시켰다. 사회적 파급력이 굉장히 컸지만 OTT를 규제하는 법은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에 비해 느슨하거나 부재했기 때문이다. 또 OTT 웨이브의 ‘국가수사본부’도 실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조사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피의자 얼굴은 가렸지만 사건 발생 지역과 사건 유형을 공개한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두 영상 콘텐츠는 시사 프로그램의 영역이 더는 지상파 방송과 종편 채널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규제는 정보통신망법과 영비법(영상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규제를 받지만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OTT 콘텐츠가 계속 등장한다면 OTT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해관계자와 수용자의 이익과 권익을 대변하는 정부와 기관, 단체가 협력해 공동 규제를 위한 제도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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