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이나 젤다처럼 발전에 한계가 없는 '범죄도시3'

문원빈 기자, 홍수민 기자 2023. 6. 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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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8이 떠오른다” 게임 기자가 바라보는 범죄도시3는?
※ 해당 기사에는 범죄도시3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임 시장에 인기 시리즈 후속작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최근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나온 데 이어 디아블로4, 스트리트파이터6, 파이널판타지16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철권8도 지속적으로 신규 캐릭터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인기 작품 후속작 소식이 들려오면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니 빨리 보고 싶다"와 "전작보다 재미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며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그리고 어느 때는 만족감을, 어느 때는 실망감을 느낀다.

다행히 최근 등장한 시리즈 후속작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바이오하자드RE:4는 어느새 프로페셔널 난이도까지 모두 즐겼고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 번번이 밤을 새기도 했다.

영화계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기자가 좋아하는 범죄도시의 세 번째 시리즈가 개봉한 것이다. 1, 2편 모두 정말 재미있게 감상했기에 3편 개봉 소식이 들려왔을 때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개봉일만 손꼽아 기다렸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2편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기자는 영화 전문가가 아니다. 지식과 식견이 넓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영화가 재밌다, 재미없다에만 집중한다. 평범한 관객과 다름없다. 마동석 배우와 범죄도시 시리즈의 열혈 팬으로서 감상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도 정말 재밌게 감상했다. 그리고 "시리즈의 발전에는 한계가 없다"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 액션 "묵직함에 스피드를 가미해 발전시켰다"

이번 작품에서도 "저걸 사람이 어떻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느껴진다.

액션에서 전작 마석도와 범죄도시3 마석도의 가장 큰 차이는 스피드다. 전작에는 묵직한 한 방이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스피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거대한 체구와 빠른 스피드는 매칭이 되지 않는다지만 더욱 더 몰입해서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철권 캐릭터 '밥'이 떠올랐다.

어떤 의미로 범죄도시3은 철권8과 비슷했다. 철권8도 철권7보다 스피드를 강조해 액션을 한층 살렸다. 한껏 몰아칠 수 있는 히트 시스템으로 시원한 플레이를 선사하고 이펙트와 사운드를 최대한 화려하게 설계해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범죄도시3도 비슷하다.

스피드로 이전과는 다른 액션성을 선보였다. 한 방으로 적을 넉다운시키는 이전과는 다르게 연계 기술을 선보였다. 보통 스피드를 살리면 타격감이 감소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덩치와 모션이 커서인지 큰 영향이 없었다. 게다가 2편보다 타격 사운드를 화려하게 썼다.

앞서 게임에선 이펙트까지 가미해 타격감을 살린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화에서는 그러한 보완이 불가능하다. 마석도가 번개, 화염 이펙트를 보여줄 순 없지 않는가. 제작진은 이를 카메라 앵글을 흔드는 식으로 강조했다. 마석도가 적을 때리는 순간에 맞춰 카메라를 크게 흔들고 주변 사물을 비현실적으로 파손시켜 시각적으로 전해지는 타격감까지 표현했다.

추가로 1, 2편에서 마석도는 대부분 펀치, 가끔 다리 걸기 정도만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저먼 스플렉스, 파워 밤 등 프로 레슬링 기술도 다채롭게 사용한다. 복싱과 프로 레슬링 관련 지식이 풍부한 팬들은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범죄도시3 액션은 전작보다 발전했다.

여기에 빌런들의 전투 스타일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야쿠자들은 칼을 사용한다. 심지어 리키는 단순 식칼, 단도가 아닌 일본도로 상대를 썰어버린다. 주성철은 경찰 무술을 기반으로 연장을 적극 활용한다. 심지어 수갑과 권총까지 꺼내들며 상대를 무차별하게 공격한다. 

마석도의 스피드를 올린 것이 액션을 위한 장치일 수도 있지만, 각종 무기를 활용하는 적에 맞서 오로지 주먹으로 대응하는 그에게 스피드는 최고의 무기가 됐다. 스피드를 계속 강조한 것이 빌드업으로 누적되면서 강적을 상대할 때 "저렇게 빠르니까 무기를 상대할 수 있지"라며 납득이 간다.

 

■ 코미디 "모두가 웃는 순간이 늘었다"

전작 대비 잔인한 장면의 수위는 비슷하다. 15세 관람가 기준 과하다고 느낄 수도, 평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개인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적당했다.

제작진은 자칫 과할 수 있는 잔혹성 장면을 코미디로 빠르게 전환시켰다. 범죄도시1을 관람한 팬들은 범죄도시2를 관람할 때 코미디 장면과 대사가 많다고 느꼈을 것이다.

범죄도시3도 마찬가지다. 범죄도시2보다 더 많은 개그성 장면을 배치해 관람객들의 긴장을 풀고 수시로 웃게 만들었다. 특히 "맨날 늦게 와" 등 범죄도시 팬이라면 마석도 동료들에게 하고 싶던 말을 마석도가 직접 말해주니 공감대도 형성됐다.

마석도를 제외한 범죄도시3 코미디의 핵심은 초롱이, 김만재, 김양호다. 이번 편에선 그동안 코미디의 핵심이었던 장이수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심 걱정이 됐다. 장이수의 빈 자리를 새로운 얼굴들이 잘 채울 수 있을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장이수 역을 맡은 박지환 배우의 신들린 연기가 그리울 순 있다.

김민재 배우는 다른 영화에서 마동석과 호흡을 맞춰서 그런지 형제 같은 케미를 자랑했다. 1, 2편의 경우 전일만 반장 외 동료 경찰 역을 맡은 배우들은 코미디보다 리얼리티에 무게를 실었다.

1편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라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를 최대한 강조했고 2편에서는 장이수라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장이수의 유무에 따라 분위기 온도 차가 크게 달랐다.

3편에서는 마석도 옆에 항상 붙어있는 김만재 형사가 꾸준하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초롱이, 김양호 등 다른 인물들이 모이면 그 즐거움이 배로 상승했다. 범죄도시2와 비교하면 정말 관객들이 함께 웃는 장면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초롱이를 맡은 고규필 배우 연기력은 정말 최고다.

물론 경찰, 범죄물의 진지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빌런을 만날 때도 계속 코미디의 연속이니까 1편과 비교하면 진지함이 많이 줄었다. 1편에서의 감성을 좋아하는 팬들에겐 아쉬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범죄도시가 1시간 45분 동안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자는 킬링 타임 영화를 목표로 삼고 등급도 15세 관람가로 낮춘 만큼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느꼈다.

 

■ 스토리 "비슷한 레퍼토리 속에서 펼쳐지는 디테일한 변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플롯은 늘 동일하다. 마석도와 동료들이 일견 사소해 보이는 사건과 마주한다. 그 사건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다. 형사의 직감으로 이 사건의 이면에 더 큰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마석도는 진상을 쫓기 시작한다.

범죄도시3도 이 법칙의 예외는 아니다. 흔히 자살로 생각하기 쉬운 추락 사건의 피해자에게서 마약이 검출되고, 일본 야쿠자와 연계해 신종 마약을 유통시키는 메인 빌런 주성철이 드러난다. 유출된 마약을 회수하려는 일본 야쿠자 조직과도 엮인다.

메인 빌런 주성철은 그야말로 마석도의 안티테제다. 잘생긴 외모, 젠틀한 성격의 인텔리 경찰로 보이는 그는 사실 마약 조직과 결탁한 부패 경찰이다. 투박하고 무식한 행동파지만 정의로운 경찰 마석도와 여러모로 대비된다.

범죄도시3의 특이점이라면 기존 양자 대립이 아닌 삼파전 양상을 띈다는 것이다. 메인 빌런인 주성철 외에도 일본 야쿠자 조직에서 파견된 칼잡이 리키가 위기감을 조성한다. 주성철은 마석도 일행뿐만 아니라 마약을 회수하려는 리키와도 대립한다.

갈등의 다각화는 다소 뻔한 전개 방향에 의외성과 흥미를 부여한다. 주성철과 마석도의 추격전 외에도 마구잡이로 살인을 저지르는 리키와 마석도의 대립, 마약을 회수하려는 리키와 중국과의 거래에 마약이 필요한 주성철의 신경전이 교차하며 극을 이끈다.

무적의 마석도가 잠깐이지만 위기에 처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작인 범죄도시1과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는 늘 관객에게 안심감을 주는 든든한 존재였다. 마석도가 있다면 어떻게든 되겠지, 위기 상황 전개 중에서도 마음을 푹 놓을 수 있었다.

천하의 마석도가 뒷통수를 얻어 맞고 쓰러져 냉동 창고에 갇히리라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여러모로 전형적인 플롯에 신선한 변주를 주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다만 주성철은 메인 악역의 비중이 감소한 탓인지 전작 악역 장첸과 강해상의 포스에 비해 다소 흐릿했다.

 

■ 총평 "변화에 호불호는 갈리지만 재미는 충분하다"

'형만한 아우' 없듯 전작만한 속편을 찾기도 꽤 힘들다.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엉뚱한 길로 새는가 하면, 형의 행적을 답습하느라 전작에서 발전한 점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범죄도시3은 성공적인 속편이라 할 수 있다. 전작의 재미 포인트인 호쾌한 액션감을 살리면서 더욱 발전시켰다.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기존 액션에 스피드를 가미해 전작의 액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은 줄이고, 반대로 코믹한 개그 신을 늘렸다. 범죄도시1의 느와르, 블랙 코미디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사이다 활극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 것이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뻔한 전개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변화를 아쉬워하는 관객도 있다. 그러나 전작과의 차별화, 동시에 본격적인 시리즈물로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범죄도시4에서는 또 어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된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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