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3자 결부하지 말고 양자 차원에서 풀어야”···제주포럼서 전문가들 제언

박은경 기자 2023. 6. 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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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관계 프리즘에선 해결 어려워”
한·중 전문가, 양국 협력 필요성엔 한 목소리
한국과 중국 전문가들이 2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8회 제주포럼의 ‘공동 번영을 위한 한·중 전략협력: 기회와 과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주포럼·제주도

미·중 갈등, 대만 문제, 한한령(한류 제한령), 반도체 등 공급망 문제같이 여러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중 관계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한·중 관계는 미국 등이 포함된 다자구도 속에서가 아닌 한·중 양자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2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8회 제주포럼의 ‘공동 번영을 위한 한·중 전략협력: 기회와 과제’ 세션에서 “한·중 양자 관계에 제3자를 결부시켜 이 주제를 논하면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한·중 양자 관계만 해도 지금 해소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면서 “비(非)군사안보 영역이나 경제·산업·무역 영역에서 해소할 문제가 많다”면서 “이런 문제를 다자 차원, 그것도 중국이 경쟁하는 나라를 포함한 다자 관계의 프리즘으로 들여다보면 해결될 것이 없고 중국이 강조하는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데 양국이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는 “근본적 필요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중 양국 간에는 민감한 문제들이 산적해 단기간에 의견의 일치를 이루기 어렵다”면서 “중국은 한국의 가치외교나 정책 선호에 대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는 선입견이 있어 이를 평가절하하거나 한·중 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경고한다”고 진단했다. 표 교수는 “그러나 중국도 현재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기존보다 적극적인 국제적 역할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에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자유·민주·인권은 미국의 가치를 추종한다기보다 20세기 민주화 운동을 통해 사회시스템을 구축한 한국인들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이자 일종의 정체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세션에 참석한 중국 전문가들도 한·중 간 관점 차이가 있음을 언급하면서도 양국 관계 중요성을 강조했다.

둥샹룽(董向榮)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중·한 양국은 적대에서 화해와 수교로 나아가고 수교 30년에 즈음하여 상대방의 제1대, 제2대 무역 파트너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국제관계사에서 극히 보기 드문 성공적인 모범”이라면서도 “발전 성과가 상수라고 가정할 수 없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모두 상호존중을 말하지만 개념이 서로 다르다”면서 “양자 간 상대 말을 잘 이해하고 이야기하면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중요 포인트이고 중·한은 여전히 거대한 공동 이익과 협력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표둥쉰(朴東勳) 중국 옌벤대학교 교수도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서 어디까지나 서로가 공존, 협력해 나가야 할 관계”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양자 간의 공동이익을 확대시켜 나가는 한편 핵심이익을 상호 존중하고 협력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외교는 어디까지나 상호 간의 적대감을 줄이고 양자 관계를 우호적으로 전환하여 협력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 전문가 모두 양국 간 다양한 형태의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주재우 교수는 “정치적 이유로 소통과 대화를 중단하고 차단하는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면서 “중국이 강조하듯 양국의 발전과 번영, 양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국가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좌장을 맡은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묵자의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물에 자신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 안에 자신을 비추라)’을 인용하며 “자신의 얼굴을 물에 비춰보면 잘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비춰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어떤 경우라도 대화하고 소통하고 협력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지금같이 불편한 한·중 관계가 고착되면 훨씬 더 많은 기회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늘지 않도록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는 제주포럼의 다른 세션인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동북아(한·중·일) 청년들의 목소리’의 축사에서 미국 등 가치연대를 강조하는 국가들을 향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가치관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국가를 배척하는 소그룹을 만들고 다른 국가에 줄 서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 질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글로벌 안보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크기와 형태가 다른 돌을 사용하는 제주 전통 초가집을 비유해 “세계 각국의 정세가 천차만별이더라도 함께 손을 잡고 연대하고 협력한다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제주(서귀포) |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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