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만나는 한일 경제사령탑 … 통화스왑 복원도 논의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2023. 6. 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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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한일 경협
재무장관회의 2016년來 처음
8년동안 멈춘 외환협력 청신호
정밀화학 소부장 공동연구도
제3국 개발사업 원팀진출 모색
인프라투자·정책금융서 맞손
수출입銀·JBIC 연내 협력 구축
日 재무성 차관 만난 秋 부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차관급)을 면담하고 있다. 양국은 오는 29일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도쿄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꽉 막혔던 한일 간 경제관계가 민관 양쪽에서 빠르게 복구되고 있다. 최근 한일 양국 기업들이 합작사를 세우는 등 협력관계를 재건한 데 이어 정부는 무려 7년간 중단됐던 재무장관회의부터 복원해 오는 29일 만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지난달 초 인천 송도에서 잠시 만나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연내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이번에 날짜가 확정된 것이다. 양국 간 금융·관세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006년 처음 시작한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2016년 8월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간 만남을 끝으로 단절됐다. 2017년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한일 통화스왑 재개 여부다. 29일 재무장관회의에서 한일 통화스왑이 안건으로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일 관계 복원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통화스왑 재개만 한 것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한일 경제협력 기류가 활성화하며 8년째 명맥이 끊긴 한일 통화스왑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날 교도통신은 "양국 장관이 금융 협력과 경제 정세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2015년 종료된 한일 통화스왑 재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국가 간 통화스왑은 급격한 외환 변동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도록 하는 외환 분야의 '마이너스통장'이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001년 7월 2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그러나 역사 문제를 둘러싼 마찰이 격화되자 2015년 2월을 끝으로 전면 중단됐다. 따라서 해빙 기류가 조성된 지금 상황에서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한일 통화스왑을 의제화하지는 않았다"며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또 정부는 한일 양국의 제3국 공동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양국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기관 협력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일본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JOIN) 등이 연내에 협력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영역에서 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14일 서울에서 한일 양국이 정밀화학 기술을 공동 연구하기로 선언하는 발족식을 연다. 양국 학계가 첨단산업 소재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공동 연구할 사업을 발굴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중국 소재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급망과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등 정밀화학의 핵심 소재 분야에서 이뤄진 바 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올여름 여행 성수기까지 한일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 수를 1000회로 늘릴 계획도 밝혔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950회의 항공편이 매주 한국과 일본 공항을 오가며 승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정부는 일단 여름 성수기인 8월께까지 양국 간 항공편 수를 주당 1000회로 늘린 뒤 내년 초 1100회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지방공항의 수용능력과 여행 수요 회복세 추이 등을 감안해 차차 운항 횟수를 늘려가는 것이다.

이 같은 계획대로라면 한일 간 항공편 수가 내년 초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했던 2020년 5월에는 운항 횟수가 주당 19회에 불과했다.

한편 추 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한 12개국 양자 정상회의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내 성과를 조기에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베트남·호주·캐나다 등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국과는 핵심 광물에 대한 개발·투자·연구 협력을 본격화하고 청정에너지·원전 분야 우리 기업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홍혜진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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