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반도체 수출 회복땐 원화값 1200원대 안착 기대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6. 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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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해소되자 달러당 원화값이 15원 넘게 급등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5.9원 오른 1305.7원에 거래를 마치며 4월 14일(1298.9원) 이후 50일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무역수지 적자 행진을 비롯한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로 원화값은 한동안 1320~1340원대에 갇혀 있었는데 모처럼 벗어났다. 이날 원화값은 1313.0원에서 출발해 장중 1304.9원까지 올랐다.

원화값이 오래간만에 급등한 것은 미국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대신 금리 동결로 기울면서 긴축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3~14일 FOMC 회의에서 11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미국의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일부 둔화 조짐이 보인다는 연준 보고서가 나오고, 이에 맞춰 연준 고위 인사들의 6월에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는 공개 발언이 더해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줄어 달러가 주요 통화보다 약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원화값은 반대로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낮 12시쯤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 합의안이 상원을 통과해 디폴트 우려가 소멸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화값은 2~3원가량 추가로 오르는 등 더욱 강세를 보였다.

원화값에 영향을 주는 중국 위안화가 이날 평소보다 강세를 띤 것도 원화값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화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부진한 경제지표 탓에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어 7.11위안을 찍는 등 약세로 고전하자 원화값도 덩달아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 이날 위안화는 달러당 7.07위안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강세였다.

원화값은 고용지표를 비롯한 미국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당분간 혼조세를 보이겠지만 1300원대에서 탈출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상당히 진정되고 있다"며 "연준이 6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의 문턱이 높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국내 무역수지도 좋아지면 원화값이 1200원 후반대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0.06원이다. 작년 11월 15일(938.76원) 이후 가장 낮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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