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美에 맞서자" 다시 뭉치는 브릭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6. 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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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러 제재 '불똥' 우려
지역·경제 통합에 본격 돌입
남아공서 외교장관회의 개최
브릭스 공동통화 도입 논의
사우디·이란 등 산유국 포함
참가 희망국과 긴밀히 접촉

신흥 경제 5개국을 지칭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탈(脫)미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릭스에 속해 있는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인한 '경제 피해 유탄'이 다른 브릭스 국가에도 떨어지고 있는 만큼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본격적인 지역·경제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브릭스 외무장관들은 이날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브릭스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남아공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는 2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회의에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에서 외무장관들이 직접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이 참여했다.

올해 회의 주요 안건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에 맞서 세계 무대에서의 브릭스 영향력 강화 방안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브릭스 공동통화 도입' 방안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릭스에 속해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시작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한 피해가 다른 브릭스 국가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낮춰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다. '브릭스 개발은행'으로 불리는 신개발은행(NDB)은 브릭스 공동통화 도입·추진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하고 내용을 검토 중이다.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 장관은 "서방의 경제 제재가 야기한 피해는 (전쟁에 대한) 아무런 책임이 없는 다른 나라에도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브릭스는 나머지 국가가 2차 피해의 희생자가 되도록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릭스 외무장관들은 이번 회의에서 대(對)미국 경쟁력 강화를 위한 '브릭스 영역 확대' 방안도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외무장관들은 브릭스 가입을 희망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카자흐스탄 등 국가 외무장관들과도 만났다.

현재 공식·비공식 경로를 거쳐 브릭스 가입을 요청한 국가는 사우디 등을 비롯해 이란·아르헨티나·바레인 등 20여 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산유국 사우디·UAE·이란이 실제 합류할 경우 브릭스 차원의 미국 견제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사우디 사절단과의 회동 결과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 여부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다"며 "가입 성사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그룹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브릭스는 1990년대 말부터 빠른 성장을 거듭하면서 신흥 경제국으로 주목받았다. 처음에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4개국으로 시작됐지만 2010년 말 남아공이 추가되면서 브릭스 영향력은 아프리카 대륙까지 확대됐다.

공식적으로 지정된 대표국은 없지만 경제 규모를 봤을 때 중국이 브릭스 내 실질적 리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다른 4개 국가의 GDP를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크다고 보도했다. 최근 인도가 '세계 최대 인구' 기록 경신으로 중국을 앞지르며 브릭스 내 주요 경쟁자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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