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능력 상실한 선관위, 감사원 감사 거부 명분 없다 [사설]
고용세습으로 국민적 공분을 자초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끝내 감사원의 '자녀 특혜 채용' 감사를 거부했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것도 모자라 상식적인 판단 능력까지 상실한 게 틀림없어 보인다. 국가기관이 이렇게까지 부패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이미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패 의혹만으로도 선관위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이 정도면 외부 감사를 자청해서 받는 게 국가기관의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외부 통제를 안 받겠다'며 버티는 선관위의 부조리한 행태를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감사를 거부하는 핑계도 하나같이 억지스럽고 구차하다. '헌법적 독립기관인 선관위 직무를 감찰할 수 없다'는 건 그들만의 오만과 아집일 뿐이다. 심각한 부패·비리가 드러났는데도 한가하게 '견제와 균형' 운운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감사원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닌 기관은 감사원법 24조 3항에 명확히 나와 있다.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단 3곳이다. 그 이외 기관은 모두 감찰 대상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또 지난해 선관위는 '선거 중립성 훼손'이라는 이유를 들어 소쿠리 투표 감사를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선거 직무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채용·취업 비리일 뿐이다. 감사를 거부할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다. 무엇보다 선관위는 자정 능력이 없다. 4년 전 경력 채용 불공정을 시정하라는 감사원 요구에 시험위원을 100% 외부인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전임 사무총장이 아들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됐는데, 똑같은 일을 저지른 사람들을 사무총장·차장으로 앉혔다. 이래 놓고선 강제조사권이 없는 권익위와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정감사는 받겠다며 조사기관을 쇼핑하듯 고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감사원 감사로 추악한 비리의 전모가 다 드러날까봐 걱정하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했다. 선관위가 이성을 되찾아 이제라도 감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끝까지 버틴다면 감사원은 감사 방해 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뿌리 깊은 부패와 비리의 실체를 시원하게 들춰내 엄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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