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래의 시사해시태그] '건강한' 소변을 마셔야 하나
대학생 시절 영국의 '생존왕' 베어 그릴스가 출연한 오지 탐험 영상을 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가 사막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오줌을 벌컥벌컥 들이켰기 때문이다. '세상에, 세균이 득실득실할 텐데. 건강에도 굉장히 안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건강한 사람의 소변에는 세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 경우 소변을 마셔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여러 의사들에게서 같은 대답을 들었다.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한 사람의 '검증된' 소변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변은 배설물이다. '배설물'이 갖는 이미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역겨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데 딱이다.
여의도가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으로 시끄럽다. 일본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오염수 방류는 핵테러"라는 과격한 주장이 나오고 다른 한쪽에선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고 한다.
관건은 오염수 정화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여부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약 132만t)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낮춰 30년 동안 바다로 내보낼 방침이다. 마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 조사 중간보고를 발표했다. IAEA는 보고서에 "방사성 핵종을 분석하기 위해 도쿄전력이 채택한 방법은 적절하고 목적에 부합했다"며 "제3의 연구기관 분석 결과에서도 삼중수소 외에 추가적인 방사성 핵종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검출되지 않았다"고 명기했다.
이는 IAEA가 알프스로 처리한 오염수 표본 분석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표본은 IAEA 입회하에 도쿄전력이 지난해 3월 채취했으며, IAEA 산하 연구소 3곳과 미국, 프랑스, 스위스, 한국 연구진이 교차 검증했다.
방사성 핵종 외에 삼중수소도 과학적으로 큰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작성된 정부 합동TF 보고서에 잘 정리돼 있다. 문재인 정부 합동TF가 작성한 이 대외비 보고서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삼중수소는 생체에 농축·축적되기 어려우며 수산물 섭취 등으로 인한 유의미한 피폭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전문가 분석이 담겼다. 또 오염수를 방류했을 때 삼중수소의 해양 확산과 관련해서도 '해양 방출 수년 후 국내 해역에 도달하더라도 해류에 따라 이동하면서 확산·희석돼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쓰여 있다.
그렇다면 정상 처리된 오염수를 과연 사람이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국제기구의 검증 결과를 보고도 "그럼 오염수를 마셔보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다.
위기에 처한 베어 그릴스라면 기꺼이 마실 테지만 대다수 일반인들은 마시지 않을 것 같다. 일상에서 목이 탄다고 오줌을 마시지 않는 이치와 같다. '오염수'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가 사람들 마음속으로 침투해 혐오감을 자아낼 것이다.
오염수 방류 문제를 '핵테러'라고 주장하는 분들은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진리를 너무나 잘 안다. '광우병 사태' 때도 '사드 배치 논란' 때도 그랬다.
[김희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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