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관승의 리더의 소통] 스타인벡 '찰리'에게 배우는 리액션의 힘
리액션으로 주인에게 위안감
소통하려면 상대 언어 배워야
일상이 답답할 때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존 스타인벡의 '찰리와 함께한 여행(Travels with Charley)'을 읽는다. 출간된 지 60년이 넘었으니 여행기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1960년 9월 초, 그가 살던 뉴욕 롱아일랜드를 떠나 1만7000㎞ 미주대륙 대장정을 혼자 강행한다. 외국인에게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던 미국의 이면을 직접 보고 알리겠다는 작가로서의 소명 의식 때문이었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환갑을 눈앞에 둔 나이에 특별한 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듯싶다.
"내 나이 아주 어려서 어딘가 낯선 고장으로 가고 싶은 충동에 몰릴라치면 어른들은 나이 들면 다 그런 욕망도 사라지는 법이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막상 나이가 들었다 할 만하니까 이번에는 중년이 되어야 고쳐진다 했다. 그래 중년이 된즉 좀 더 나이를 먹으면 틀림없이 그 열이 식는다고들 하는 것이었다. 내 나이 이제 쉰여덟이 되었으니 아마 노쇠나 해야 풀릴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효험 있는 약은 이제껏 하나도 없었다."
30대에서 40대로 진입할 때 무척 힘들고, 40대에서 50대를 넘어갈 때도 고통스럽지만, 50대에서 60으로 진입하는 심정은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인생 경험으로 공감한다. "여행은 결혼과 같다. 자기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오산이다." 이 책의 묘미는 진지함과 위트를 뒤섞은 문장을 자주 만나게 되는 것. 작가가 직접 설계하고 운전한 캠핑 트럭에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새겨놓았는데, 로시난테는 세르반테스의 작품 '돈키호테'의 주인공이 타고 다니던 애마 이름이다. 캠핑카 로시난테 안에서 혼자 숙박과 요리 등 대부분을 해결해야 했으니 돈키호테처럼 미쳐도 단단히 미친, 낭만적인 주인공이라는 뜻인가.
책 제목에 들어 있는 찰리라는 이름이 더 흥미롭다. 찰리는 좋은 벗이요, 길벗이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사람이 아닌 긴 여행을 함께한 반려견 이름이다. 덩치는 무척 크지만 다른 개를 만나면 무서워하는 "찰리는 선천적으로 외교관이다. 싸움보다는 협상을 좋아한다. 싸움을 워낙 못하니까 당연한 이야기다".
긴 여행 도중 반려견 찰리가 아파서 결국 응급수술을 받게 되는 힘든 상황도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나간다. 작가에게 고난은 스토리텔링의 훌륭한 소재, 역경이란 단어를 뒤집으면 곧 좋은 경력이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왜 개와 고양이를 기르며, 반려동물에 애정을 쏟는가?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려동물이 자신의 배우자보다 자기 말에 귀를 더 잘 기울인다고 대답한 여성 응답자가 3분의 1이나 됐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해소 안 되는 소외감, 외로움을 보상받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개와 늑대는 비슷한 것 같지만, 눈의 근육 발달이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개에게는 늑대에게 없는 눈썹을 올릴 수 있는 특별 근육이 있어 인간에게 감정과 호소력을 전달하게 됐으며 난감하거나 궁금한 상황이 생기면 눈을 크게 뜨고 사람과 마주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친밀감이나 유대감을 증진해주는 옥시토신 호르몬 농도가 증가하게 되는 비결이다. 보호소에 살고 있는 유기견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눈썹 근육을 이용해 눈을 크게 뜨며 사람을 마주 보는 개가 훨씬 빨리 입양됐다고 연구자들은 분석한다. 리액션의 중요성이다.
새삼 소통이란 뭔가 묻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에 앞서 먼저 상대의 표현 방식을 익혀야 한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뜻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 스타인벡이 여행하는 동안 반려견 찰리와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확인하게 되는 점이다. 리액션은 생존의 필수품이며, 소통은 상대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손관승 리더십과 자기계발 전문 작가 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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