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인공지능 시대, 어떤 인간 역량을 기를 것인가

입력 2023. 6. 2. 17:06 수정 2023. 6.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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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챗GPT, 구글의 바드(Bard), 딥엘SE의 딥엘(DeepL),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이 주변에 하나둘 늘어간다. 이들은 질문에 정리된 문장으로 답해주고, 자료를 분석해 그래프도 그려주고, 외국어를 자동으로 우리말로 번역 또는 통역도 해주고, 문서를 발표 자료로 바꾸어주고, 어려운 문제도 풀어주고, 이야기만 해도 간단한 코딩도 짜준다.

'AI 빅뱅'(동아시아 펴냄)에서 김재인은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좋은 삶을 살려면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전문가엔 두 종류가 있다. 먼저, 해당 분야에서 전수돼온 지식을 잘 정리해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는 장차 생성형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 다른 전문가도 있다. 과거의 지적 유산을 바탕 삼아 새로 탐구할 영역을 찾아내서 거기에서 무언가를 끌어내는 사람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전문가라면 기존 지식의 평균치를 넘어서는 이런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인공지능이 쏟아내는 어설픈 지식을 분별해 오류를 판단하고, 무작위로 던져대는 답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서 가장 좋은 하나를 찾아내는 힘도 필요하다. 주어진 맥락에 맞춰 의미를 이해하는 문해력과 판단하고 평가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힘이 앞으로 인간 능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이 힘을 기를 수 있을까. 김재인은 글쓰기를 통해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풀려고 데이터를 모아 정리하고, 자기 생각을 보탠 후, 누구나 알아먹게 표현해야 한다. 창조적 도전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더 나은 인간을 만든다.

든 게 있어야 잘 표현할 수 있으니, 출발은 암기이다. 컴퓨터가 있다고 암기에 소홀한 것은 계산기가 있다고 구구단을 안 외는 것과 같다. 아는 게 많은 사람은 생각의 속도, 범위, 깊이 등이 다르다. 어릴 땐 좋은 시나 문장, 수학 공식이나 과학 법칙, 필수 단어나 어휘 등을 정선해 외우고, 자라서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꾸준히 머릿속에 넣어야 한다.

철학, 문학, 역사, 예술, 과학 등의 좋은 텍스트를 읽으면서 섬세한 뉘앙스를 파악하고 의미를 해독하며 진실을 다투는 일도 필요하다. 이런 텍스트를 읽고 이해할 줄 알면, 새로운 걸 학습하는 힘도 길러진다. 저자는 이를 '확장된 문해력'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대화와 소통, 즉 타인과 잘 관계 맺는 힘이 중요하다. 격렬한 토론을 통해 상식과 평균을 넘어서는 훈련을 시키고, 그 재미를 맛보게 하는 경험을 자주 할수록 창조력이 늘어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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