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펀드 매니저님 죄송합니다!

2023. 6.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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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가 종목 고르는

2000년대 들어오면서 인기를 끌었던 펀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발전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주식을 훌륭한 경험과 교육을 받은 펀드 매니저들이 대신 투자해준다고 하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개인이 주식 투자를 하려면 난해한 금융과 경제 용어를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평소에 일을 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에 온전히 집중하기도 어렵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준 펀드를 대규모로 사게 됐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시가총액으로 세계에서 10위 남짓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펀드 시장이 성장한 지 20년이 지나면서 궁금한 것이 생긴다. 펀드 매니저는 주식에 대해 아는 것도 많고 하루 종일 주식만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로 개인보다 더 높은 수익률과 안전한 투자를 해주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펀드를 샀다'고 하면 액티브 펀드를 산 것이다. 액티브 펀드는 거의 모든 주식형 펀드를 다 포함하는데 일반 주식형, 중소형 주식형, 섹터 주식형, 배당 주식형 등이 있다. 액티브 펀드의 매니저는 많은 공부를 통해 적극적으로 좋은 주식을 골라 사고 수익률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반면 액티브 펀드의 반대편에는 주가지수 펀드가 있다. 주가지수 펀드 매니저는 상대적으로 일이 쉬운 편이다. 그냥 돈이 들어오는 대로 코스피200에 포함된 200개 주식만 맞춰 사주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펀드 성과를 판단하려면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과 시장 평균 수익률이라 할 수 있는 코스피200 수익률을 비교하면 되겠다.

그래프에서 빨간색의 액티브 펀드 수익률과 파란색의 코스피200 수익률을 비교해보자. 2013년에서 202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을 본다면 액티브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2.3%이고 코스피200의 연평균 수익률은 4.1%다. 연평균 수익률만 본다면 코스피200 수익률이 더 월등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공부를 훨씬 더 하는 액티브 펀드 매니저의 수익률이 낮다니 이해가 되지 않지만 미국 액티브 펀드 매니저도 비슷한 상황이다. 게다가 액티브 펀드의 수수료는 코스피 인덱스 펀드보다 훨씬 높다.

이제 평가 기준을 바꾸어 보자. 주식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연 단위의 수익률에 익숙하고 기업들도 연 단위 회계기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10년 동안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몇 번이나 코스피200 수익률보다 높은지도 살펴보자. 그래프를 다시 보면 10년간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코스피200 수익률보다 높았던 해는 총 6년이다. 해마다 수익률의 높고 낮음으로만 비교한다면 액티브 펀드가 더 나은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냉정한 관점에서 수익률이 높다고 판단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야 한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표준편차 이상으로 높아야 한다고 한다. 이런 기준에서는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코스피200 수익률보다 높은 해가 10년 중 3년에 불과하다. 다시 한번 더 액티브 펀드에 실망하는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액티브 펀드 매니저는 정말 제값을 못 하는 것일까? 요즘과 같은 하락장 주식 투자에서는 수익률 말고도 위험관리 역시 중요한 성과다. 이런 관점에서 그래프를 다시 보자. 주식시장 전체가 하락하는 경우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 하락이 더 작다. 주식시장 전체가 하락했던 2014년, 2018년, 2022년 모두 그렇다. 위험관리에 있어서는 액티브 펀드 매니저가 더 잘한다고 볼 수 있겠다.

미국 투자기업협회(Investment Corporation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현재 미국, 영국, 일본에서 펀드가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60%, 31%, 36% 정도다. 반면에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펀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5%가 채 되지 않고 그나마 정체돼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최근에 액티브 펀드를 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 펀드시장의 거대한 성장에는 제도적 요인들이 중요했다. 가계의 60%가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으며 퇴직연금의 30%가 펀드에 투자되도록 유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의 성장을 위해 펀드시장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뒷받침할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펀드 자료를 제공해주신 한국펀드평가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펀드 매니저분들께도 죄송하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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