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NOW] '김일성 항일전공' 보천보전투 승리 86주년
北 자력갱생 강조 속 보천보기념탑 도시에 '꽃제비' 사진 등장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오는 4일은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최대 항일전공으로 내세우는 보천보전투 승리 기념일 86주년이다.
평양에서 발간된 '조선대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보천보전투는 김 주석이 이끄는 항일빨치산이 1937년 6월 4일 함남 갑산군 보천면 보천보(현 량강도 보천군 보천읍)에 있던 일제 경찰주재소와 면사무소를 습격한 사건.
북측 자료들은 당시 김 주석 휘하의 조선인민혁명군이 경찰주재소를 기습, 적들을 소탕하고 죄없이 갇혀있던 주민들을 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무기와 수많은 탄약을 노획하고 면사무소, 우편국 등을 불질렀다는 것이다.
자료들은 또 김 주석이 환호하는 현지 군중들에게 일본제국주의를 반대해 싸울 것을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고 기술한다. 이 전투로 '김일성'이라는 이름이 국내외에 유명해지면서 해방 이후 북한 지역에서 실력자로 부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1955년 8월 7일 혁명박물관이 세워지면서 '혁명 전적지'로 조성되기 시작한 '보천보전투'의 현장에는 30주년인 67년 6월 4일 '보천보승리기념탑'이 만수대창작사에 의해 건립되기도 했다.
혁명전적지 조성사업은 1977년 6월 김 주석이 전투명령을 내렸다는 '곤장덕 사령부' 자리에 헌시비(獻詩碑)와 정찰 기념비 등을 세우면서 마무리됐다. 이 전적을 기념하기 위해 문화와 체육 분야에 '보천보'라는 이름을 딴 단체와 체육대회 등도 만들어졌다.
김정일 시대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던 밴드인 '보천보전자악단'과 '보천보횃불상 체육대회'가 대표적이다. 아마추어 작가들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6ㆍ4문학상'도 보천보전투 날짜를 붙여 넣은 이름이다.
김 주석은 보천보전투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조선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있으며 일본제국주의와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을 북돋아 주는 혁명의 서광을 비춰준 데 전략적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고 북한 사회과학출판사의 정치용어사전은 기술한다.
강제징용과 창씨개명 등 일제의 식민지 통치가 절정으로 치닫던 당시 보천보전투는 ▲ 조선사람은 일본제국주의에 항거한다 ▲ 내선일체(일본인을 의미하는 '내지인'과 조선인(한국인)은 한 몸이라는 식민지 지배 논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 조선사람은 모국어를 버리지 않을 것이며 자기의 성을 일본놈 성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 등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보천보전투는 남북 화해 무드 속 2002년 검정에 통과된 고교 2,3학년용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들 가운데 일부에 처음으로 실려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에선 그의 항일투쟁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일각에선 북한이 날조한 영웅신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남북 언론사 교류가 진행됐던 1998년 김병관 당시 동아일보 사장이 방북하며 자사의 보천보전투 호외 기사를 인쇄한 동판에 금을 입혀 선물한 일화도 유명하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동아일보 기사에서 보듯 북한학계에서 김일성의 보천보전투는 하나의 팩트(사실)"라면서 "다만 북한이 그 규모와 의미를 과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북한은 보천보전투 85주년을 맞아 '민족자존 정신'을 강조하면서 김정은식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자력갱생을 정당화했다. 자력갱생과 자급자족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북한에서는 현재 극심한 식량난 속에 한동안 눈에 띄지 않던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아이)가 다시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초 보천보승리기념탑이 있는 양강도 혜산시의 한 골목시장에 나타난 꽃제비 사진을 조선일보는 2일 대북소식통이 제공한 것이라며 지면에 공개했다.
북한은 최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 의사를 나타낸 것에 대해 납치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입장 변화를 전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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