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처럼 날아갈 주식? '1인당 매출 100만弗 클럽' 국내 IT상장사에 답 있다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3. 6. 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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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안 부러운 국내 알짜株 고르는 법

인공지능(AI) 파도를 탄 엔비디아의 기세가 무섭다. 엔비디아의 올해 주가 상승률이 170%에 달해 애플의 4배 이상이다.

엔비디아의 특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당 매출이 100만달러가 넘는 '100만달러 클럽' 기업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 기업 중에서도 매출이 늘어나는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월가에선 인당 매출 100만달러를 대표 성장주의 '필요조건'으로 내세운다. 국내에서도 엔비디아와 비슷한 생산성(인당 10억원 이상)과 성장세를 보이는 정보기술(IT) 주식이 '한국의 엔비디아'로 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기준 애플(9월 결산법인)의 예상 매출은 3839억8300만달러로 추정된다. 애플은 대표적인 '100만달러 클럽' 기업이다. 하지만 성장세가 주줌하고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작년 말 애플의 직원 수는 16만4000명이다. 인당 매출은 234만달러로 예상된다.

애플은 다른 빅테크와 달리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하지 않았다. 최근 1년 새 직원 수는 6.5% 증가했다. 인당 매출 중 '분자'인 직원 수가 늘었고,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에 256만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애플의 인당 매출이 올해는 소폭 하락한다는 것이다.

미국 통화 긴축과 물가 상승 파도 속에서 아이폰이나 맥북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엔비디아는 다르다. AI '두뇌' 격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90%나 점유하고 있는 독점 기업이다. 게임하는 개인 고객이나 AI를 활용하려는 기업에 GPU를 비싸게 팔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월가 전망이 예상 매출로 이어진다. 올해 엔비디아의 예상 매출은 395억4460만달러로, 전년 대비 46.6% 급증한 수치다. 최근 1년 직원 증가율(16.6%)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엔비디아의 인당 매출은 2022년 120만달러에서 2023년 151만달러로 '점프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테슬라와 정반대 상황이다. 올해 테슬라는 첫 연간 매출 1000억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직원 수도 8만명을 돌파하면서 1년 새 28.8%나 늘어났다. 이는 매출 증가율(22.8%)보다 높아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AI 신바람이 교차하면서 미국 8대 빅테크도 양분화됐다.

올해 100만달러 클럽에는 애플과 엔비디아를 비롯해 메타(146만달러), 구글(130만달러), TSMC(108만달러) 등 5곳이 가입한다.

IT 비중이 높은 한국 주식시장에도 이를 적용해 급등주 후보군을 찾을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국내 IT 업종 상장사를 조사해보니 올해 예상 인당 매출이 작년보다 높아지는 곳은 52곳이다.

이 중 주가수익비율(PER)이 엔비디아(56배)보다 낮은 국내 상장사는 43곳이다.

최근 유럽에서 AI 규제론이 부상하면서 고평가 주식을 피하려는 투자심리도 강하다. 적어도 엔비디아보다는 저평가돼야 매수할 만하다는 것이다.

올 들어 5월 26일까지 외국인 순매수가 이뤄진 곳은 18곳으로, 작년 말 대비 올해 주가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코스피 상장사 솔루엠은 인당 매출이 50억원이 넘는다. 몸집이 가벼운 전형적 성장주다. 직원 수는 420명에서 406명으로 소폭 줄었다.

솔루엠은 2015년 삼성전기에서 분리해 나와 2021년 상장한 전자가격표시기(ESL) 공급 업체다.

ESL은 가격 표시기에 상품명, 가격, 바코드 등 다양한 상품 정보를 표시하는 스마트 기기다.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배터리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분사 당시 후발 주자였지만 설계부터 생산까지 수직 계열화한 덕분에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2위 업체로 성장했다. 1위는 프랑스 SES이마고태그다.

ESL은 불황형 상품이다.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 상점에선 주로 사람들이 제품 가격 표시기를 일일이 교체해왔다.

당시에도 ESL은 있었지만 인건비가 싸서 사람을 시키는 게 나았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에 대한 유럽 유통 매장의 대안은 대대적인 ESL 도입이었다.

작년 말 기준 수주잔액이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주로 유럽 지역이지만 올해부터는 북미 지역에서 수주를 늘리려고 한다.

상장 이후 실적이 꺾이는 대부분의 상장사와 달리 솔루엠은 매년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 매출이 작년 1조6945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처음으로 2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인당 매출은 40억3000만원에서 51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과 기관은 올 들어 이 주식을 각각 239억원, 108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주가가 40% 가까이 올랐지만 올해 예상 PER이 13.27배다.

올해 예상 순익 기준 코스피 PER이 16.69배이므로 솔루엠은 시장 대비 저평가 상태라는 뜻이다.

직원 430명을 거느린 엠씨넥스는 코스피보다 살짝 고평가된 상장사다.

비슷한 규모의 솔루엠처럼 외국인과 기관이 올 들어 '쌍끌이 순매수' 중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주요 고객사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을 포함해 3년 연속 1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향후 실적 관건은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의 흥행 여부다.

주력 사업은 초소형 카메라모듈이다. 작년에 핵심 고객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동반 침체를 겪었다. 매출은 소폭 늘었는데 2022년 영업이익이 2021년 대비 반 토막 났다. 영업이익이 2021년 239억원에서 작년 10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워낙 거대 기업을 상대하다 보니 원가나 인건비 부담 상승만큼 단가를 올리지 못한 것이다.

올해는 다를 것이란 예상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수익성이 나은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사업 비중이 높아진다.

자동차 쪽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엔비디아와 닮은꼴이다. 최근 분기 엔비디아 사업 중 자동차 분야 반도체 매출이 1년 새 2배 이상 성장했다.

엠씨넥스는 2020년부터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사로 선정돼 자동차 전장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전장 사업 매출은 16%다. 올 하반기부터 현대차·기아가 출시하는 신차에 고화소 카메라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장 매출 비중을 20%로 끌어올리면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인당 매출은 작년과 올해 각각 24억4000만원과 24억9000만원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작년에 대규모 재고를 처리하면서 회계상 부담도 줄었다. 작년 1%에 그쳤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3.2%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 1만1935명을 거느린 삼성SDI는 올해 인당 매출이 2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 규모의 국내 상장사로는 높은 직원 생산성이다.

몸집은 무겁지만 다양한 사업을 통해 매출 '파이'를 크게 키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직원 수가 1년 새 5.5% 늘었지만 올해 매출은 19.1%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삼성SDI는 사업 분야 전체로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력직 모집 분야이자 이 회사 사업 분야는 중대형전지사업부, 소형전지사업부, 전자재료사업부 등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로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이전까지 반도체 재료나 디스플레이 소재 등 전자재료 역시 삼성SDI의 또 다른 성장 축이다.

양대 사업의 경쟁력을 위해 삼성SDI는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쓰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R&D 비용은 3088억원으로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2262억원), SK온(846억원)보다 월등히 많다.

올 들어 외국인이 9673억원이나 순매수하고 있는 것은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PER의 경우 23.53배로 코스피 평균보다 높지만 엔비디아의 절반 수준이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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