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자체 진상조사 안 한 민주당, ‘국민의힘 공천헌금’ 진상조사단 구성
더불어민주당은 2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의 공천헌금 의혹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민주당이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비리 기사가 나왔다. 국민의힘 공천헌금 비리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진상을 들여다볼 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보 의원은 2021년 21대 총선과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시의원·구의원 공천을 대가로 후보자들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4월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황보 의원을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부정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변인은 진상조사 대상으로 황보 의원 외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최근 기소된 뒤 탈당한 하영제 의원과 유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김현아 전 의원을 언급했다. 황보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건 맞는데 예전부터 진행돼 온 것”이라며 “공천에 탈락한 사람이 억울하다고 시민단체에 사주해 고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 구성은 민주당의 도덕성을 비판해 온 여당에 맞대응하려는 수단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그간 기자들에게 돈 봉투 의혹 대응 질문을 받을 때마다 ‘김현아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정치인 사건에도 관심을 보이라’는 식으로 답했다. 국민의힘도 유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여당, 검찰, 언론이 민주당에만 부패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역공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검찰이 민주당 돈 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내 관련자가 늘어날 수 있다.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표결 결과와 관계없이 돈 봉투 의혹과 민주당의 도덕성 문제는 다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실효성 문제를 들어 당내 돈 봉투 의혹 자체 진상조사는 하지 않으면서 다른 당의 유사한 사건 진상조사에 나서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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