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와의 전쟁…정부는 왜 사활을 걸었나 [박일한의 住土피아]

입력 2023. 6. 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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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등 부동산 범죄는 오히려 감소
150명 3개월 조사해 도 99명 단속…‘효과 있나’ 의문도
“아파트 아닌 빌라 등 일부 시장 문제 아닌지 검토해야”
“주택공급대책 등 다른 부동산 대책에 소홀할까” 우려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전세사기특별법 국회 법안소위 통과’(5월22일), ‘부동산 이상거래 선별 고도화 방안 연구용역 착수’(24일), ‘전세사기특별법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25일), ‘국토부-서울시, 전세사기 등 민생 현안 함께 해결한다’(26일), ‘전세사기 피해자 서울보증(SGI) 대환대출 조기 출시’(30일), ‘부동산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부과기준 합리화’(30일),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특별점검 결과 발표’(31일), ‘안심전세 앱 2.0 버전 출시’(31일), ‘찾아가는 전세피해 상담소 서비스 지역 확대’(6월1일),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위촉식 및 1차 회의 개최’(1일)….

지난 2주간 국토교통부가 언론에 발표한 ‘전세사기’ 관련 보도자료입니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한 건 이상 전세사기 관련 대책을 발표하거나 대응 동향을 설명하는 자료를 내고 있습니다. 국토부 전체 보도자료의 3분의1 수준이네요.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에 사활을 거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무부서인 국토부는 물론, 법무부, 행정부, 금융감독원 등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까지 총 동원했습니다. 경찰, 검찰 등 사법 기관을 동원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부터 최첨단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이상거래를 찾겠다는 방안까지 대책도 다양합니다.

‘전세사기’를 철저히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심각한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사건에 대한 회복 대책이 시급하다는 데도 동의합니다.

다만 이 문제가 이 정도로 공권력을 집중하면서 대응할 사안 인가에 대해선 엇갈리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주택업체 홍보담당자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일부 사기꾼들이 마음먹고 진행하는 범죄를 나라에서 집중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리 완벽한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범죄는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싼 건 임대인 스스로 더 깊게 의심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700원짜리 등기부등본을 떼서 권리순위만 확인했더라도 피할 수 있는 건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논란이 생길만한 발언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요즘 정부가 하는 걸 보면 좀 답답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 첫날인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최완주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장. [연합]

▶문재인 정부 때와 닮은 중개업 집중 단속=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특별점검 결과’ 발표 내용만 봐도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가 서민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악덕 범죄인만큼 제도 보완과 철저한 단속을 하라”고 지시한 직후인 지난 2월27일부터 5월19일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인데요.

전세사기 의심 사례 8000여건을 집중 조사해 공인중개사 99명이 저지른 위반행위 108건을 적발했다고 합니다. 이중 사안이 심각해 경찰에 수사의뢰한 건이 53건인데요. 중개업소로 등록하지 않은 ‘무등록 중개’가 41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인중개사가 아닌데 ‘공인중개사 유사명칭을 사용’한 건 5건, ‘등록증 대여’ 2건 등이 있었다고 하네요.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 받은 적발 건은 ‘계약서 미보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미보관’ 같은 위반이고요, 30만~500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한 건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미흡’, ‘중개대상물 표시 광고 위반’ 등이었습니다.

심각해 보이나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에서 전문가 150여 명이나 동원해 3개월 가량 온갖 서류의 서명 여부까지 꼼꼼히 찾아낸 결과인데 말입니다.

사실 이런 식의 접근은 문재인 정부 내내 봐왔던 겁니다. 당시 정부는 급등하는 집값에 대해 투기세력들의 ‘실거래가 띄우기’, ‘실거래가 조작’이 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서른 번 가까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말미엔 늘 ‘투기수요 차단’을 내걸며 ‘실거래가 등 모니터링 강화’, ‘집중적인 현장 단속’을 하겠다고 했죠.

실제 국토부는 부동산거래분석기획반을 만들었고, 한국부동산원은 실거래가상설조사팀을 꾸려 일상적으로 실시간 단속 업무를 했습니다. 서울시도 별도로 민생사법경찰단을 만들어 활동했고요. 단속 결과는 정기적으로 언론에 알렸습니다. 그중 일부는 형사 입건, 국세청 통보 등을 했다며 성과를 자랑했죠.

물론 당시엔 전세가 집중 모니터링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공인중개업자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에 전세도 불법, 편법 거래가 쉽진 않았을 것이란 예상은 가능합니다. 중개대상물 정보 부정 제공 행위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 사안이나, ‘명의신탁’ 등을 처벌하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대한 단속은 전세 거래에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 첫날인 1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내 전·월세 종합지원센터를 찾은 피해자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상담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부동산 범죄는 오히려 감소세= 실제 이런 부동산 관련 범죄는 얼마나 발생한 걸까요? 아직 공식적으론 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관련 범죄가 얼마나 늘었는지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 나온 검찰청 ‘2022년 범죄분석’ 자료에는 2021년 범죄발생 상황이 담겨 있죠.

이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공인중개사법 위반 건수는 944건입니다. 2014년 1413건까지 늘었던 공인중개사법 위반 건수는 2018년까지 5년간 연평균 1169건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부터 1000건 밑으로 떨어집니다. 2019년 886건, 2020년 911건 등으로 소폭 증가세이긴 하지만 문 정부와 지자체가 그 어떤 때보다 적극적으로 단속 활동을 벌였던 걸 염두에 두면, 큰 폭의 증가세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은 2021년 413건으로 전년(475건)에 비해 오히려 줄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연평균 490건이던 이 범죄 발생 건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5년간 연평균 449건으로 내려갔습니다.

윤석열 정부 때는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집값이 하향 안정되는 추세여서 굳이 부동산 범죄가 늘어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부터 현 정부까지 매매는 물론 전세까지 실거래 상황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고 있어서 부동산 범죄가 과거에 비해 다시 늘어나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결국 전세 사기 문제는 강서구 ‘빌라왕’ 사례처럼 일부 소형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 ‘사각지대’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세 통계가 제대로 없는 저가의 중소형 빌라에서 사고가 터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우리나라 전체 전세시장의 문제로 판단해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한 걸까요? 앞서 설명드린 대로 아파트 시장의 부동산 범죄는 오히려 줄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사실 빌라시장도 최근 거래가 거의 중단되다 싶을 정도로 침체된 상황이어서 범죄가 더 증가할 상황이 아니라고 하고요. 당연히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죠.

주택건설업계에서 일하는 한 직장인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정부가 전세 사기 이슈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 같다. 이런 게 포퓰리즘 아니겠냐. 일부 사기꾼 문제라면 보이스피싱, 주식 담합 등도 못지않은데, 그런 범죄에도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지 모르겠다.”

저로선 반박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주택협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전세사기 대책을 잘 마련하는 거 중요합니다. 다만 그로 인해 정부가 지금 총력을 다해야 하는 다른 일을 혹시 방기 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작년 8월 발표한 ‘250만호 공급계획’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요? 지난 1분기 건축 인허가는 8.5%, 착공은 28.7%나 감소했는데 말입니다. 도심 정비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는지요? 혹시 국회 탓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 하지 않은 지속 가능한 정부 정책은 어떤 게 있는지요?”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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