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아랍 지식허브 7개 도시 고대·근대 잇는 '1천년의 다리'
르네상스와의 연결고리 추적
화가이자 건축가인 라파엘로 산치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 3대 거장으로 불린다. 그가 1509년 27세의 나이로 교황 율리오 2세의 주문을 받아 교황의 개인 서재인 '서명의 방'에 그리기 시작한 프레스코화 '아테네 학당'은 그의 지식과 상상력이 더해진 걸작으로 꼽힌다.
산치오는 서명의 방의 네 벽면에 각각 신학, 철학, 법, 예술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중 '아테네 학당'은 철학을 나타내는 벽화로, 세 개의 커다란 아치가 안쪽으로 점점 멀어져 보이도록 원근법에 따라 배치된 점이 특징이다. 양옆에는 로마의 신 미네르바와 아폴로 석상이 있고, 아래쪽 넓은 대리석 계단이 기하학적 문양의 타일이 깔린 바닥으로 이어지는 건축 양식은 명백하게 로마 양식이다.
그리스와 로마가 혼재하는 그림 속에서 튀는 인물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왼쪽 아래에 초록색 터번을 두르고 있는 무슬림 철학자 이븐 루시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을 아랍어로 번역해 이슬람에 소개한 인물로 알려졌다. '아테네 학당'에 그가 그려진 것은 르네상스 이전의 1000년 동안 고대 사상이 아랍 학자들을 통해 명맥을 이어왔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우리가 고전과 역사를 배울 때 중세 아랍 세계가 유럽에 미친 영향을 배우는 경우는 적다.
영국 역사학자 바이얼릿 몰러는 과학사에서 외면해온 서기 500년께부터 1500년께까지 과학과 지식의 역사를 지도 위에서 좇는다. 중세 지식의 지도를 효과적으로 그리기 위해 그는 '지식의 지도'에서 '과학(책)'과 '도시'라는 두 축을 교차시킨다. 고대 그리스 과학을 대표하는 유클리드의 '원론'과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 갈레노스의 의학 저술이 중세 지식의 허브였던 7개 도시(알렉산드리아, 바그다드, 코르도바, 톨레도, 살레르노, 팔레르모, 베네치아)에서 추앙받고 잊히고 재발견되고 확산하는 여정을 추적한다.
이 여행을 통해 고대 지식이 중세에 어떤 경로를 밟으며 근대로 도달했는지, 아랍 세계와 기독교 세계 간 연결망이 문명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보여준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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