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말 한마디에 전두환 독재정권 악몽이 되살아났다"

2023. 6. 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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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철거하고 노조원 폭행하고 … 노조 “반인권 폭력경찰”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전두환 독재정권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양희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

포스코 하청 농성자 폭행 사건, 고(故) 양희동 열사 분향소 철거 사건 등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한 연이은 '경찰폭력' 사태에 양대노총이 각각 대응에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1일 양희동 열사의 시민분향소가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갈기갈기 찢겨나갔다"라며 분향소 철거 당시 현장책임자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권남용체포감금, 폭행, 재물손괴 등으로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선 한국노총도 '노동자 폭력진압 경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하청노조의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연이은 과잉 폭력 진압과 무차별한 공권력 남용을 규탄한다"라며 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 관련 항의서한을 경찰청에 전달했다.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경찰폭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앞서 지난달 30일과 31일엔 서울과 전남 광양에서 각각 노동조합과 관련한 경찰의 과잉대응·폭력진압 문제가 일어나면서 '정부의 반노조 기조가 경찰의 공권력 남용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먼저 지난달 31일엔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된 포스코 하청노동자 농성장에서 경찰관 6명이 사다리차 두 대를 타고 올라가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머리를 경찰봉으로 내려쳐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관련기사 ☞ [단독] 경찰, 진압 과정서 곤봉으로 노동자 머리 내려쳐 병원 이송) 경찰은 전날인 30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농성중이던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의 머리를 땅에 짓누르고 뒷수갑을 채워 과잉진압 논란에 휩싸였다.

한편 광양 현장에서 '곤봉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31일 서울에서는 건설노조 소속 고 양희동 열사의 시민분향소를 경찰이 임의로 철거하면서 무단철거·공권력남용 논란이 일었다. 이날 경찰은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양희동 열사 추모문화제에 출동해 주최 측이 설치한 시민분향소를 '기습·불법 설치물'이라며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저항한 노조원 4명이 연행됐고 3명이 다쳤다.

노조 및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이 모여 구성한 '양희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은 2일 기자회견에서 "추모는 불법이 될 수 없으며, 분향소 설치는 집시법 신고대상도 불법적치물도 아니다"라며 "정권의 하수인임을 자인하고 폭력경찰로 가볍게 옷을 갈아입은 경찰청장의 계속된 폭거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100인 변호인단 소속의 정기호 변호사는 이날 현장을 찾아 "행정대집행법상 (설치물 철거를 위해선) 사전 통보와 상당한 기간을 정한 문서 계고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경찰은) 이러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내용적으로도 '공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때로 제한된다"라며 "결국 경찰의 31일 철거집행은 절차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모두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경찰의 천막 훼손 행위는 헌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하고, 노조원 체포는 직권남용체포감금·폭행에 해당함이 명백하다"라며 "이런 위법한 경찰권 행사는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고발을 진행한다"고 경찰 상대 고소·고발의 취지를 밝혔다.

당일 분향소 철거를 저지하다 왼쪽 어깨가 찢어진 부상을 입은 최진호 건설노조 조합원은 팔에 깁스를 한 상태로 현장을 찾아 "어깨의 고통보다 지금 우리 현실이 더 고통스러워 도저힘 잠을 못 잤다. 억울해서 (기자회견에) 이 자리에 나왔다"라며 "도대체 우리 건설노동자들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해서 우릴 못 죽여서 안달인가" 분통을 터뜨렸다.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노동자들이 경찰폭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찰의 분향소 철거를 저지하다가 어깨에 부상을 입은 최진호 건설노조 조합원(가운데). ⓒ프레시안(한예섭)

한국노총 기자회견에서도 '폭력경찰 규탄' 목소리가 이어졌다.

포스코 농성장 내 폭력진압 사태에 대응해 모인 노조는 이날 특히 "윤희근 청장은 지난달 30일 내부 통신망에 집회 관리에 공적을 세우면 포상하겠다며 경감 이하 실무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특별 승진 계획을 공지했다"라며 "현장 경찰들이 막무가내 폭력을 생사하는 배경에는 윤희근 경찰청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경찰은) 무릎으로 목을 누르고 방패로 섬멸하듯 (노동자를) 때려잡으며 노동자에 대한 증오심을 나타내고 있다. 용산 철거민, 쌍용차 노동자를 때려잡던 통제불가능의 경찰폭력이 다시 부활한 것"이라며 "광양사태의 근본 원인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자 적대정책, 노조혐오에서 비롯됐다"라고 강조했다.

박용락 금속노련 상임부위원장 또한 "경찰은 (광양사태를 두고) 김준영 사무처장이 경찰을 상대로 칼을 휘두른 것처럼 거짓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라며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바짝 엎드려 움직이는 조직을 우린 정권의 하수인이라 부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경찰봉과 수갑 등의 경찰장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보충적이고, 필요 최소한도로 사용되어야 한다. 이번 경찰의 공권력 행사는 명백히 위법한 공무집행"이라며 △현장 책임자 조사 및 처벌 △최종 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의 사퇴 등을 경찰 측에 촉구했다.

경찰장비관리규칙은 경찰봉으로 상대방의 머리나 얼굴 등을 직접 가격하는 행위 등을 필요 최소한도로 자제해야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 또한 공권력의 행사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법성, 인권침해의 최소화 등을 비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경찰폭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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