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와인 어디까지 마셔봤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3. 6. 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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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와인협회(CWI) 국내 첫 부트 캠프 개최/세계 250여명 불과 마스터 소믈리에(MS) 윌 코스텔로 방한/국내 TOP 소믈리에 9명 대상 2박3일 집중 강의/주요 산지 와인메이커 12명 영상 인터뷰로 참여/와인 54종 블라인드 테이스팅 통해 캘리포니아 와인 다양한 매력 발견

캘리포니아와협회 부트 캠프 소비뇽 블랑
“지글지글지글♩♬”
불판 위에서 제주 흑돼지 삼겹살이 ‘맛있는 노래’를 부르며 익어갑니다. 삽겹살 위를 또르르 구르던 기름이 숯불속으로 방울방울 떨어지면 드디어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반응이 시작되죠. 노릇노릇 익은 삼겹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 참지 못하고 ‘겉바속촉’으로 적당히 익은 큼직한 삼겹살 하나 집어 입안으로 밀어 넣자 동공이 무한대로 확장되며 입 꼬리가 귀에 걸리는 행복감이 손끝 발끝으로 퍼져가네요. 곁들인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버터넛(Butternut) 화이트 와인 소비뇽블랑. 제주 바닷바람이 담긴 듯, 짭짤한 미네랄과 싱그러운 풀향, 신선한 산도는 삼겹살의 느끼함을 적당히 덜어내고 고소하고 쫀뜩쫀뜩한 식감은 더욱 살려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 삼겹살 바비큐 등 한식과 영할때도, 숙성돼도 맛있는 다양한 캘리포니아 와인의 마리아주, 그리고 흥미진진한 미국 와인의 역사가 펼쳐지는 캘리포니아와인협회 부트 캠프(Boot Camp)로 달려갑니다.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
부트 캠프 와인
◆미국와인 역사

미국 와인의 역사는 1600년대로 동부지역에서 시작됩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초기,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영국 이주민들이 와인 생산을 시작했지만 대실패로 끝납니다. 왜 일까요. 바로 포도나무 뿌리를 썩게 만드는 필록세라 때문입니다. 미국 토양에 가득한 필록세라를 유럽의 포도 품종들이 도저히 견딜 수 없었죠. 어쩔 수 없이 미국 토착 품종들로 와인을 만들었지만 마실 수 없을 정도로 풋내가 너무 강했습니다. 그렇게 200여년의 암흑기를 지난 뒤 아메리카와 유럽 품종을 교배한 품종으로 개량을 거듭한 결과 1854년 미국을 대표하는 품종 콩코드(Concord)가 탄생합니다.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빠르게 와인산업의 붐이 일어납니다. 1700년대 후반 멕시코에 살던 스페인 이주민들이 유럽 양조용 포도를 전파했는데 풍부한 한낮의 일조량 등 포도재배에 적합한 기후 덕분에 포도나무가 잘 자랍니다. 여기에 1800년대 중반 골드러시가 더해지면서 더 많은 유럽 품종들이 몰려왔고 북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와인산업이 크게 번창합니다. 

나파밸리 와인산지
부트 캠프 와인
그렇게 잘 나가던 미국 와인산업은 1918년에 휘청거립니다. 미국 전역에 발효된 금주법때문이죠. 생산자들은 큰 타격을 받았고 1933년 금주법이 폐지된 뒤에도 복잡한 규제때문에 한동안 생산자들 애를 먹게 됩니다. 그러다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대륙횡단열차가 개통되면서 미국의 와인산업은 본격적인 부흥기에 접어들게 된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 Davids)에 연구시설이 만들어지고 포도재배·양조학 과정이 개설되면 비약적으로 품질 향상이 시작되고 1950년 중반부터 품종 위주의 드라이한 ‘버라이탈 와인(Varietals Wine)’이 인기를 끌면서 소노마와 나파밸리에 많은 와이너리들이 속속 세워집니다. 1933년 시작된 갤로(Gallo), 1966년 세워진 몬다비(Mondavi)가 캘리포니아 와인의 중흥을 이끈 양대산맥입니다. 이어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과 나파밸리 와인들이 경합한 유명한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미국 와인들이 완승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현재 미국 와인은 소비 기준 세계 3위, 생산 기준 세계 4위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 와인의 95%가 캘리포니아와 와인이며 미국 와인 수입규모는 지난 2년동안 두배 이상 증가해 프랑스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부트 캠프 와인
부트 캠프 와인
부트 캠프 와인
◆캘리포니아 와인산지

캘리포니아 와인산지(AVA)는 2022년 3월 현재 모두 147개입니다. 미국 와인 산지는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s)로 표기합니다. 해안쪽부터 노스 코스트(North Coast),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 시에라 풋힐스(Sierra Foothills), 인랜드(Inland Valleys), 서던 캘리포니아(Southern California), 그리고 가장 북쪽의 파 노스 캘리포니아(Far North California) 지역으로 크게 나뉩니다.

그중 노스 코스트에 소속된 AVA는 57개로 소비자들이 잘 아는 나파밸리가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북쪽부터 멘도시노 카운티(Mendocino County), 레이크 카운티(Lake County),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 나파 카운티(Napa County),  소라노 카운티(Sorano County) 입니다. 

부트 캠프 와인
나파밸리 와인 생산량은 캘리포니아 전체 생산량의 4%에 불과하지만 매출은 25%를 차지합니다. 그만큼 프리미엄 와인이 많다는 얘기죠. 나파밸리 포도밭은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밸리 플로어(Valley Floor)와 산악지대입니다. 평야인 밸리 플로어는 세인트헬레나(St. Helena), 루더포드(Rutherford), 오크빌(Oakville), 욘트빌(Yountville)이 대표적이며 비옥한 석회암과 점토 토양입니다. 보통 탄닌이 부드럽고 과일향이 많이 납니다. 산악지대 포도밭은 하웰 마운틴(Howell Mountain), 다이아몬드 마운틴(Diamond Mountain), 스프링 마운틴(Spring Mountain) 등이며 화산암, 석회암, 자갈토 등 암석이 많은 척박한 토양으로 구조감이 뛰어난 포도가 생산됩니다. 
부트 캠프 참가자.
부트 캠프 현장.
◆캘리포니아 와인 매력 탐구 국내 첫 부트 캠프
이처럼 다양한 캘리포니아 와인의 매력을 집중 탐구하는 부트 캠프(Boot Camp)가 국내 최초로 5월 14∼16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캘리포니아 와인 협회(California Wine Institute·CWI)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250여명에 불과한 소믈리에 최고의 타이틀인 마스터 소믈리에(MS)에 오른 윌 코스텔로(Will Costello)가 직접 방한,  캘리포니아 세부 산지별 떼루아와 와인 스타일, 양조방법 등을 소개했습니다. 부트 캠프에 참여한 국내 톱 소믈리에 9명은 안중민(SPC 그룹), 최준선, 경민석, 한희수(이상 롯데 백화점), 신동혁, 한욱태(이상 레 꼬빵), 김민주(신세계), 송기범(비노에이치), 양윤주(와인 애듀케이터)입니다. 또 CWI 북아시아 공동대표 히로 테지마(Hiro Tejima), CWI 일본 디렉터 마도카 오기야(Madoka Ogiya), CWI 한국사무소 최민아 대표 등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윌 코스텔로(Will Costello) MS.
윌 코스텔로(Will Costello) MS.
코스텔로 MS는 몰입형 튜토리얼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부트 캠프 5개 세션을 통해 노스 코스트(North Coast), 나파와 소노마(Napa and Sonoma),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 로다이와 시에라 풋 힐스 (Lodi and Sierra Foothills), 그리고 캘리포니아 과거와 미래(California Past and Future)를 소개해 캘리포니아 와인의 우수성과 잠재력을 파악하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코스텔로가 특별히 큐레이팅하고 와인 생산자로부터 직접 공수한 와인 54종을 통해 캘리포니아 산지별 와인의 특징도 비교 테이스팅하는 귀중한 기회가 제공됐습니다.
부트 캠프.
부트 캠프 와인.
이와 함께 다양한 산지의 와인 메이커와 12명도 인터뷰 영상을 통해 부트 캠프에 참여했습니다. 또 블라인드 테이스팅, 흑돼지 바베큐 등 한식 및 프랑스 요리와 캘리포니아 와인의 페어링, 소믈리에 와인 서비스 시연과 토론 등도 진행됐습니다. 코스텔로 MS는 이번 부트 캠프가 다양한 캘리포니아 와인을 알리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하네요. “캘리포니아 와인의 다양성은 캘리포니아 주 만큼이나 다양합니다. 클래식한 지역의 와인과 포도품종 뿐만 아니라 덜 알려진 와인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소믈리에들에게 즐거움이었을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와인에 얼마나 많은 선택 옵션이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자평합니다.” 
CWI 북아시아 지역 공동 대표 히로 테지마(Hiro Tejima)
CWI 일본 디렉터 마도카 오기야(Madoka Ogiya)
CWI 한국사무소 최민아 대표(왼쪽), 신윤정 차장
CWI 북아시아 지역 공동 대표 히로 테지마(Hiro Tejima)도 급성장하는 한국 와인 시장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의 우수성을 심도 있게 알리는 자리가 됐다고 말합니다. “최근 한국에서 나파밸리 등 캘리포니아 와인 소비가 크게 늘면서 한국 시장은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마스터 소믈리에의 지식와 경험을 한국의 대표 소믈리에들과 나누고 시장 정보를 서로 교류하는 시간을 통해 캘리포니아 와인의 떼루아와 스타일을 더 깊게 이해하도록 돕는 귀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윌 코스텔로 MS.
이번 부트 캠프에선 최종 테스트(50%), 참여도(25%), 캘리포니아 와인의 한국 시장 홍보 및 교육에 대한 비전(25%) 등을 종합해  소믈리에 3명이 ‘Top 3 Honorable Mentions’을 받았습니다. 1위 김민주, 2위 신동혁, 3위 양윤주 소믈리에로 이들에겐 캘리포니아 와인 투어 기회가 주어집니다. 부트 캠프에 참여한 소믈리에들도 캘리포니아 와인을 이해하는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안중민 소믈리에.
“이번 부트 캠프를 통해 만난 캘리포니아 와인의 스타일들은 파워풀하다기 보다는 좀 더 섬세한 스타일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중 한식과 매칭해 캘리포니아 와인을 테이스팅 했는데, 한식과 프리미엄 캘리포니아 와인을 마리아주한 이벤트를 기획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안중민 소믈리에)
최준선 소믈리에.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해 상세하게 포도재배지역(AVA)을 공부하며 와인 시음까지 함께할 수 있어서 뜻 깊었습니다. 노스 코스트부터 산타 바바라까지 AVA가 서브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이 그 동안 와 닿지 않았는데, 강과 협곡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지도를 보며 테이스팅과 함께할 수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최준선 소믈리에)
한희수 소믈리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 CWI 에서 주최한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가상 투어(Virtual Trip to California)에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실제로 소믈리에들이 제주도에 모여 훌륭한 환경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을 다양하게 테이스팅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국내에서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 특별히 관심이 많았던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해 세부 AVA 별로 테이스팅 할 수 있어 보다 이해도를 높이고 많은 교육이 된 것 같습니다.” (한희수 소믈리에)
한욱태 소믈리에.
“단지 와인만 시음하는 게 아니라 제주도에서 한국 음식과 다양한 캘리포니아 품종을 비교 시음하면서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와인 하면 대중적으로 알려진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소비뇽 블랑과 같은 품종을 주로 찾는 현실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캘리포니아에서도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고 월드 클래스 와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되어 뜻 깊었습니다.”(한욱태 소믈리에)
김민주 소믈리에.
“9명의 소믈리에가 같은 공간에 모여서 마스터 소믈리에의 수업을 직접 듣고 경험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한국에서 소믈리에들끼리 할 수 있는 경험치를 뛰어 넘어 유익했고 배움이 가득한 한편 새로운 자극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최근 나파와 소노마를 다녀왔는데, 정말 뛰어나고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훌륭한 와인을 많이 만났답니다. 이런 와인들이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기 위해, CWI와 소믈리에들이 함께하는 활동들이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김민주 소믈리에)
경민석 소믈리에.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카운티(County)에 집중해서 알아보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부트 캠프프로그램은 전반적인 캘리포니아 와인의 각각의 특성에 대해 포인트를 잡아 배울 수 있었고, 비교 테이스팅 하며 느끼는 다양한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어서 뜻 깊었습니다. 2022년 테마 산지였던 로다이(Lodi) 지역의 와인을 롯데백화점에서 소믈리에 셀렉션으로 집중해서 프로모션 했는데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캘리포니아에는 프리미엄 와인도 무궁무진하지만 밸류 와인도 많이 있다는 것을 이번 세션을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됐습니다.”(경민석 소믈리에)
신동혁 소믈리에.
“기본적으로 한국 시장에서는 노스 코스트, 즉 소노마나 나파밸리 와인에 많이 집중하는데, 이번 부트 캠프에서는 남쪽, 센트럴 코스트나 시에라 풋힐과 같은 캘리포니아 전체 지역의 와인을 경험한 것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산지들은 사실 덜 집중했던 지역들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실제로 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많이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신동혁 소믈리에)
송기범 소믈리에.
“일상에서 벗어나서 릴렉스 하면서 캘리포니아 와인을 만나다 보니 신선했습니다. 이처럼 집중적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을 다뤄볼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프로그램 자체가 새로운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 소믈리에들과 CWI가 함께 하나가 되어 덜 알려진 지역, 품종, 스파클링 와인과 디저트 와인까지 두루 널리 알려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송기범 소믈리에)
양윤주 소믈리에.
“캘리포니아와 비슷한 기후인 제주도에서 MS인 윌 코스텔로의 마스터 클래스까지 진행되다 보니 마치 캘리포니아에 온 것 같은데, 시차적응도 필요 없고 너무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캘리포니아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고도나 토양의 특성을 항상 공부해도 잊기 마련인데, 테이스팅까지 같이 하니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수제 버거와 같이 패스트푸드를 파인(Fine)하게 만든 요리에 파인(Fine) 한 캘리포니아 와인을 패어링하는 것처럼 프리미엄 캘리포니아 와인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쉽게 매칭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양윤주 소믈리에) 서귀포=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알자스와 이탈리아, 호주, 체코, 스위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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